위기의 유럽…곳곳에서 갈등 폭발

입력 2023.03.20 (06:19) 수정 2023.03.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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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 한복판에서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 전쟁,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사회적 또는 국가 간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베를린 김귀수 특파원 연결해 유럽의 갈등 양상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특파원, 먼저 프랑스 얘기부터 해보죠.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고요?

[기자]

현지 시각 16일 프랑스 정부는 정년을 2년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연금 개혁안을 처리했습니다.

원래부터 국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는데, 프랑스 정부는 의회 표결을 건너뛰고 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우선 보른 프랑스 총리의 말 들어보시죠.

[엘리자베트 보른/프랑스 총리/현지시각 16일 : "의회 법안과 관련해 몇 표에 걸쳐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175시간 동안 진행된 의회 토론이 결렬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 헌법에는 총리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 이걸 발동한 겁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프랑스 국민의 2/3가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하원을 건너뛰고 처리를 강행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시위는 주말 내내 이어졌고 이번 주에도 예고돼 있습니다.

또 노동계도 오는 23일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혼란 양상이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리스로 가보죠.

그리스도 최근 전국적인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 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현지 시각 지난달 28일 밤 발생한 최악의 열차 충돌 사고 때문입니다.

이 사고로 57명이 숨졌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사고 지역 역장의 실수로 마무리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장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또 철도 시설의 낙후와 만성적 인력 부족이 부른 예견된 참사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시위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뒤늦게 책임을 통감한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그리스 총리 :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일련의 인간적인 실수 뒤에 숨어서는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그걸 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 2주가 넘도록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노동계의 파업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은 진상 규명, 대책 마련을 넘어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조지아로 가보죠.

조지아에서는 여당이 강행하려는 법안에 시민들이 강하게 저항해 무산시켰다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현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추진했던 법이 있습니다.

외국 영향을 받는 대행기관에 대한 등록법인데요.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과 비정부기구를 등록시키겠다는 겁니다.

조지아 시민들은 이 법이 러시아식 악법이라며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사실 이 법은 러시아가 2012년 도입한 뒤 계속 강화하고 있는 외국대행기관법과 유사한데요.

러시아에선 이 법을 근거로 정부에 반기를 든 단체를 폐쇄하는 등 언론과 NGO 탄압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시위가 격화되자 결국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은 입법 추진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시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남아있는데요.

친서방인 야권은 이번 시위가 단순히 법안에 저항한게 아니라 친러시아 성향의 여권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밝혀 조지아에서도 정정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세르비아와 코소보로 가 보겠습니다.

두 나라, 이전부터 앙숙이었는데 최근 군사적 충돌 위험 직전까지 갔었다고요?

[기자]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선언하면서부터 두 나라의 갈등이 시작됐는데요.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자국의 자치주로 간주하고 독립국 인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갈등의 발단은 자동차 번호판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코소보 정부가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자국이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하도록 명령했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세르비아 사람들은 코소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세르비아계 코소보 주민들이 집단 반발했습니다.

이 사태가 양국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세르비아는 전투준비 태세를 최고 등급으로 격상하는 등 정면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다른 유럽 내 분쟁을 우려한 유럽연합 EU가 중재에 나섰고, 양측은 현지 시각 18일 관계 정상화에 구두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서 서명까지는 이르지 못해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편집:김인수/자료조사: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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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유럽…곳곳에서 갈등 폭발
    • 입력 2023-03-20 06:19:19
    • 수정2023-03-20 06: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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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 한복판에서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 전쟁,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사회적 또는 국가 간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베를린 김귀수 특파원 연결해 유럽의 갈등 양상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 특파원, 먼저 프랑스 얘기부터 해보죠.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다고요?

[기자]

현지 시각 16일 프랑스 정부는 정년을 2년 늘리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연금 개혁안을 처리했습니다.

원래부터 국민들의 반대가 극심했는데, 프랑스 정부는 의회 표결을 건너뛰고 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우선 보른 프랑스 총리의 말 들어보시죠.

[엘리자베트 보른/프랑스 총리/현지시각 16일 : "의회 법안과 관련해 몇 표에 걸쳐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175시간 동안 진행된 의회 토론이 결렬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 헌법에는 총리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 이걸 발동한 겁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프랑스 국민의 2/3가 연금개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하원을 건너뛰고 처리를 강행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수백 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시위는 주말 내내 이어졌고 이번 주에도 예고돼 있습니다.

또 노동계도 오는 23일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혼란 양상이 당분간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리스로 가보죠.

그리스도 최근 전국적인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하는 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현지 시각 지난달 28일 밤 발생한 최악의 열차 충돌 사고 때문입니다.

이 사고로 57명이 숨졌는데, 정치권에서 이를 사고 지역 역장의 실수로 마무리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역장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는데 정부에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또 철도 시설의 낙후와 만성적 인력 부족이 부른 예견된 참사라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시위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뒤늦게 책임을 통감한다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그리스 총리 :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일련의 인간적인 실수 뒤에 숨어서는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그걸 원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 2주가 넘도록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노동계의 파업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은 진상 규명, 대책 마련을 넘어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조지아로 가보죠.

조지아에서는 여당이 강행하려는 법안에 시민들이 강하게 저항해 무산시켰다고요?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현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추진했던 법이 있습니다.

외국 영향을 받는 대행기관에 대한 등록법인데요.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과 비정부기구를 등록시키겠다는 겁니다.

조지아 시민들은 이 법이 러시아식 악법이라며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섰습니다.

사실 이 법은 러시아가 2012년 도입한 뒤 계속 강화하고 있는 외국대행기관법과 유사한데요.

러시아에선 이 법을 근거로 정부에 반기를 든 단체를 폐쇄하는 등 언론과 NGO 탄압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시위가 격화되자 결국 집권당인 조지아의 꿈은 입법 추진을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시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남아있는데요.

친서방인 야권은 이번 시위가 단순히 법안에 저항한게 아니라 친러시아 성향의 여권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고 밝혀 조지아에서도 정정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세르비아와 코소보로 가 보겠습니다.

두 나라, 이전부터 앙숙이었는데 최근 군사적 충돌 위험 직전까지 갔었다고요?

[기자]

2008년 코소보가 세르비아에서 독립을 선언하면서부터 두 나라의 갈등이 시작됐는데요.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자국의 자치주로 간주하고 독립국 인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갈등의 발단은 자동차 번호판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코소보 정부가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자국이 발급한 자동차 번호판을 사용하도록 명령했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세르비아 사람들은 코소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세르비아계 코소보 주민들이 집단 반발했습니다.

이 사태가 양국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세르비아는 전투준비 태세를 최고 등급으로 격상하는 등 정면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다른 유럽 내 분쟁을 우려한 유럽연합 EU가 중재에 나섰고, 양측은 현지 시각 18일 관계 정상화에 구두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서 서명까지는 이르지 못해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는 평가입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편집:김인수/자료조사: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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