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SVB가 쏘아올린 공…연준, 금리 인상 멈출까?

입력 2023.03.20 (10:43) 수정 2023.03.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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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충격의 여파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권 전반으로 불안감이 번지면서 미국의 다른 중소형 은행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고 있는데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너무 가파르게 올린 탓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데, 연준은 이제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부도 위기에 빠진 한 중소은행을 돕기 위해 돈을 모아주기까지 하기로 했는데, 미 금융권 불안감은 여전하다고요?

[기자]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이라는 은행 얘기죠.

자산규모로 따지면 미국 14위 정도 되는 지역 은행인데, 이미 파산 절차에 들어간 실리콘밸리은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미국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 규모가 비슷한 은행들이 연쇄 파산 위기에 직면한 겁니다.

이에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퍼스트 리퍼블릭에 약 39조 원을 예치하기로 했는데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큰 은행들이 자기 돈을 맡길 정도로 퍼스트 리퍼블릭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발표 뒤에도 퍼스트 리퍼블릭에 대한 불안의 눈길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던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현지시각 17일 전날보다 32% 넘게 떨어진 채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앵커]

이 은행은 안전하다, 믿고 돈을 맡겨도 된다, 이렇게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건데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기자]

은행이 굴러가는 원리는 일종의 '믿음의 벨트'죠.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땐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맡긴 만큼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잖아요.

은행은 이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예치한 돈을 굴려서 이득을 냅니다.

그런데 은행이 투자를 잘못했다거나 영업 손실이 너무 커지거나 하면 내가 맡긴 돈을 다 돌려받을 수 있을까, 불안해지겠죠.

이런 불안감이 들면 고객들이 우루루 몰려와 자기 돈을 빼가려고 할 겁니다.

은행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뱅크런'이 일어나는 거죠.

[미국 투자 전문가 : "투자자들이 은행의 신용 품질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은행은 문을 닫게 됩니다."]

수십 년 역사의 실리콘밸리은행도 하루 새 56조 원이 빠져나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겁니다.

[앵커]

그런데 대형 은행들은 당장 자기 은행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왜 십시일반 돈을 모아준 걸까요?

[기자]

일단 미 정부가 먼저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직접 JP모건 최고 경영자에게 전화를 걸어, 퍼스트리퍼블릭을 돕기 위한 민간 자본 투입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재닛 옐런/미 재무장관 :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합니다. 미국인들이 필요할 때 예금이 은행에 있을 것이라고 다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후 JP모건이 다른 은행들도 참여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부뿐 아니라 은행들까지 이렇게 발 빠르게 나선 데는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재정 구조가 취약한 은행들이 줄도산하면서 대형 은행들이 이를 인수해 사태를 수습했는데, 이게 두고 두고 골칫거리가 됐다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쁜 은행을 사들인 은행들은 운영과 규제 문제로 수년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고 표현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닐 거 같은데요?

[기자]

일단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이런 방법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 여파로 뉴욕 소재 '시그니처뱅크'도 똑같이 뱅크런으로 문을 닫았죠.

이번에 퍼스트 리퍼블릭은 겨우 이런 사태를 면했지만, 미 금융권 전반으로 번진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고, 그때마다 대형 은행들이 돈을 모아 줘서 막을 수도 없다는 거죠.

[앵커]

그래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기준 금리를 그만 올리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금리와 은행 파산,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기자]

은행 파산에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한몫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주 고객들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인데요.

이 기업들이 팬데믹 기간에 돈을 제법 벌어서 은행에 돈을 맡겼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이 돈을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에 주로 투자를 했는데,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국채 가격이 많이 떨어진겁니다.

결국 국채에 투자한 은행은 손실을 보게 됐죠.

이 와중에 기업들은 금리가 올라서 돈줄이 마르니까 은행에 맡겨둔 돈을 많이 인출해 갔습니다.

그만큼 은행 재무 구조가 약해졌고, 이게 다시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연준이 이젠 정말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한 편에선 그게 또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아직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우선이라는 거죠.

연준은 현지시각 내일에서 모레 다시 한번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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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0 10:43:27
    • 수정2023-03-20 10: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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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충격의 여파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권 전반으로 불안감이 번지면서 미국의 다른 중소형 은행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고 있는데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너무 가파르게 올린 탓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데, 연준은 이제 금리 인상을 멈추게 될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부도 위기에 빠진 한 중소은행을 돕기 위해 돈을 모아주기까지 하기로 했는데, 미 금융권 불안감은 여전하다고요?

[기자]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이라는 은행 얘기죠.

자산규모로 따지면 미국 14위 정도 되는 지역 은행인데, 이미 파산 절차에 들어간 실리콘밸리은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미국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 규모가 비슷한 은행들이 연쇄 파산 위기에 직면한 겁니다.

이에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퍼스트 리퍼블릭에 약 39조 원을 예치하기로 했는데요.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은행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큰 은행들이 자기 돈을 맡길 정도로 퍼스트 리퍼블릭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발표 뒤에도 퍼스트 리퍼블릭에 대한 불안의 눈길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던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현지시각 17일 전날보다 32% 넘게 떨어진 채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앵커]

이 은행은 안전하다, 믿고 돈을 맡겨도 된다, 이렇게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건데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기자]

은행이 굴러가는 원리는 일종의 '믿음의 벨트'죠.

우리가 은행에 돈을 맡길 땐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맡긴 만큼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잖아요.

은행은 이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예치한 돈을 굴려서 이득을 냅니다.

그런데 은행이 투자를 잘못했다거나 영업 손실이 너무 커지거나 하면 내가 맡긴 돈을 다 돌려받을 수 있을까, 불안해지겠죠.

이런 불안감이 들면 고객들이 우루루 몰려와 자기 돈을 빼가려고 할 겁니다.

은행 입장에서 가장 무서운 '뱅크런'이 일어나는 거죠.

[미국 투자 전문가 : "투자자들이 은행의 신용 품질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은행은 문을 닫게 됩니다."]

수십 년 역사의 실리콘밸리은행도 하루 새 56조 원이 빠져나가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겁니다.

[앵커]

그런데 대형 은행들은 당장 자기 은행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왜 십시일반 돈을 모아준 걸까요?

[기자]

일단 미 정부가 먼저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직접 JP모건 최고 경영자에게 전화를 걸어, 퍼스트리퍼블릭을 돕기 위한 민간 자본 투입을 논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재닛 옐런/미 재무장관 :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건전합니다. 미국인들이 필요할 때 예금이 은행에 있을 것이라고 다시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후 JP모건이 다른 은행들도 참여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부뿐 아니라 은행들까지 이렇게 발 빠르게 나선 데는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재정 구조가 취약한 은행들이 줄도산하면서 대형 은행들이 이를 인수해 사태를 수습했는데, 이게 두고 두고 골칫거리가 됐다는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나쁜 은행을 사들인 은행들은 운영과 규제 문제로 수년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고 표현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닐 거 같은데요?

[기자]

일단 급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이런 방법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 10일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 여파로 뉴욕 소재 '시그니처뱅크'도 똑같이 뱅크런으로 문을 닫았죠.

이번에 퍼스트 리퍼블릭은 겨우 이런 사태를 면했지만, 미 금융권 전반으로 번진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지적입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나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고, 그때마다 대형 은행들이 돈을 모아 줘서 막을 수도 없다는 거죠.

[앵커]

그래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기준 금리를 그만 올리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금리와 은행 파산, 어떤 연관이 있는 건가요?

[기자]

은행 파산에 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한몫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우 주 고객들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인데요.

이 기업들이 팬데믹 기간에 돈을 제법 벌어서 은행에 돈을 맡겼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이 돈을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에 주로 투자를 했는데,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국채 가격이 많이 떨어진겁니다.

결국 국채에 투자한 은행은 손실을 보게 됐죠.

이 와중에 기업들은 금리가 올라서 돈줄이 마르니까 은행에 맡겨둔 돈을 많이 인출해 갔습니다.

그만큼 은행 재무 구조가 약해졌고, 이게 다시 은행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따라서 연준이 이젠 정말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한 편에선 그게 또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아직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우선이라는 거죠.

연준은 현지시각 내일에서 모레 다시 한번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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