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맥] 주69시간 근무제 논란 확산…쟁점과 전망은?

입력 2023.03.20 (19:19) 수정 2023.03.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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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 뉴스 시간입니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 오징어잡이 배가 뜬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징어잡이 배가 뜬 것처럼 밤새 환하게 밝은 불빛이 사무실마다 켜져 있는 광경을 이렇게 비유한 겁니다.

'크런치모드'는 야근을 앞두고 견과류나 초코바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밤시간을 갈아넣는 노동을, 녹아들며 섞인다는 뜻의 '디졸브 모드'는 야근을 한 후 쪽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근무를 뒤섞어 하는 노동을 뜻합니다.

모두 일과 삶의 조화, 즉 워라밸에는 어긋난 형태입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주 69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국민 반대와 논란이 거세지자 보완과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69시간 근무제 자체를 없던 일로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주69시간 근무제의 요지는 최대 주 52시간인 노동 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52시간을 초과해 더 일한 시간만큼 이후의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휴가로 보상한다는 겁니다.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해 일이 많은 주에는 주 최대 69시간을 일하되, 일이 적은 주에는 기존 52시간보다 적게 일함으로써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근무가 끝난 후에는 다음 근무까지 최소 11시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합니다.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국민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제도에 대한 반대가 55%, 찬성이 41%로 반대가 우세했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즉각 철회'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반대율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20에서 50대 사이 연령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60대 이상에서는 찬성 의견이 높았습니다.

특히 MZ 세대로 불리죠. 2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사이 연령층에서는 65%가 넘는 반대율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창 일할 나이의 세대가 강한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 겁니다.

호주 ABC 방송은 한국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한 기사를 내며, '과로사'를 영문으로 적은 단어까지 소개했습니다.

영국은 주4일제를 확대해 가고 있고 북유럽과 북미에서도 노동시간을 줄여가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호주의 주당 근무시간은 38시간에 불과하죠.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4번째로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게 일하는 독일이 연간 천 349시간을 일하고 이웃 국가 일본이 천 607시간을 일하는 동안, 우리 한국은 일년에 천 915시간을 노동에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노동시간은 우리 나라의 70%에 불과하고 일본 사람들도 우리의 80% 정도만 일하고 있습니다.

주69시간 근로제가 이렇게 반대에 부딪히자, 정부는 국민적 숙의 과정을 거쳐 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공개 또는 비공개로 간담회를 연이어 열기도 했습니다.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섣부른 정책 발표에 정부는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하나의 사태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시 정부는 요즘 아이들이 성장과 발달이 빠르기 때문에 초등교육을 빨리 시작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초등교육 시작을 앞당겨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곧바로 거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당시 교육부 장관이자 사회부총리였던 박순애 장관은 정책 발표 열흘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사회적 합의 과정,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빠진 일방적 정책 발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곽근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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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0 19:19:26
    • 수정2023-03-20 19:56:04
    뉴스7(대구)
뉴스의 흐름, 사안의 맥을 짚어보는 쇼맥 뉴스 시간입니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 오징어잡이 배가 뜬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징어잡이 배가 뜬 것처럼 밤새 환하게 밝은 불빛이 사무실마다 켜져 있는 광경을 이렇게 비유한 겁니다.

'크런치모드'는 야근을 앞두고 견과류나 초코바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밤시간을 갈아넣는 노동을, 녹아들며 섞인다는 뜻의 '디졸브 모드'는 야근을 한 후 쪽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근무를 뒤섞어 하는 노동을 뜻합니다.

모두 일과 삶의 조화, 즉 워라밸에는 어긋난 형태입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주 69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국민 반대와 논란이 거세지자 보완과 재검토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69시간 근무제 자체를 없던 일로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주69시간 근무제의 요지는 최대 주 52시간인 노동 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는 대신, 52시간을 초과해 더 일한 시간만큼 이후의 근로 시간을 줄이거나 휴가로 보상한다는 겁니다.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해 일이 많은 주에는 주 최대 69시간을 일하되, 일이 적은 주에는 기존 52시간보다 적게 일함으로써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근무가 끝난 후에는 다음 근무까지 최소 11시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합니다.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을 '보편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국민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제도에 대한 반대가 55%, 찬성이 41%로 반대가 우세했고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즉각 철회'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반대율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20에서 50대 사이 연령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60대 이상에서는 찬성 의견이 높았습니다.

특히 MZ 세대로 불리죠. 2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사이 연령층에서는 65%가 넘는 반대율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한창 일할 나이의 세대가 강한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는 겁니다.

호주 ABC 방송은 한국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한 기사를 내며, '과로사'를 영문으로 적은 단어까지 소개했습니다.

영국은 주4일제를 확대해 가고 있고 북유럽과 북미에서도 노동시간을 줄여가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호주의 주당 근무시간은 38시간에 불과하죠.

OECD 국가들 가운데 한국은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4번째로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게 일하는 독일이 연간 천 349시간을 일하고 이웃 국가 일본이 천 607시간을 일하는 동안, 우리 한국은 일년에 천 915시간을 노동에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노동시간은 우리 나라의 70%에 불과하고 일본 사람들도 우리의 80% 정도만 일하고 있습니다.

주69시간 근로제가 이렇게 반대에 부딪히자, 정부는 국민적 숙의 과정을 거쳐 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른바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공개 또는 비공개로 간담회를 연이어 열기도 했습니다.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섣부른 정책 발표에 정부는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하나의 사태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시 정부는 요즘 아이들이 성장과 발달이 빠르기 때문에 초등교육을 빨리 시작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초등교육 시작을 앞당겨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곧바로 거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당시 교육부 장관이자 사회부총리였던 박순애 장관은 정책 발표 열흘 만에 장관직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사회적 합의 과정,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빠진 일방적 정책 발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쇼맥뉴스 곽근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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