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연금개혁’ 승리한 마크롱…남은 임기는 가시밭길?

입력 2023.03.22 (10:49) 수정 2023.03.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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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 법안이 가까스로 의회 문턱을 넘겼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프랑스 연금개혁법이 의회를 통과하긴 했는데, 그 과정이 정말 복잡했어요.

먼저 정리해볼까요?

[기자]

현지시각 월요일, 프랑스 의회 하원에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가 있었는데, 가까스로 과반에 못 미쳐 부결됐습니다.

이로서 연금개혁 법안은 자동으로 가결됐고요.

총리 불신임 투표를 했는데 왜 연금개혁안이 통과되지? 싶으실텐데요.

그만큼 프랑스 연금개혁안이 복잡한 정치적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연금개혁안은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이지만, 많은 프랑스 국민들뿐 아니라 야당들도 격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하원은 여소야대 형국이라, 연금개혁 관련 법안이 투표로 통과되긴 어려운 상황인거죠.

결국 마크롱 정부는 지난 16일,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상의 권한을 사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했습니다.

[엘리자베트 보른/프랑스 총리 :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라, 사회보장법을 개정하는 연금개혁 법안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앵커]

그래서 하원 야당 의원들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하기로 했던 거군요?

[기자]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내각은 사퇴하고 연금 개혁안도 무효, 반대로 부결되면 연금개혁안이 자동으로 통과되는 거죠.

투표 결과 불신임까지 단 9표가 부족하면서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됐습니다.

절차상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연금개혁 관련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하거나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도 남아있긴 하지만, 가장 큰 산이었던 의회 절차가 마무리된 겁니다.

[앵커]

마크롱 정부가 원하던 결과를 얻기는 했는데, 민주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프랑스 사회에서는 여파가 거셀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야당 주축 세력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당 소속 파노 하원 대표는 "프랑스인들의 눈에 이 정부는 이미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여론조사에도 성난 민심이 잘 드러나는데요.

18살 이상 프랑스인 약 천 명에게 물어보니, 10명 중 7명가량은 연금개혁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민주주의를 부정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자 : "이것은 포괄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대다수 프랑스인이 연금개혁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금개혁 자체에 대한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데요.

프랑스 연금개혁안은 현재 62살인 정년을 64살로 연장하고, 연금이 시작되는 시기도 늦추는 대신, 최소 연금 상한액을 한 달 약 140만 원에서 160만 원대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사실 고령화가 심한 여러 유럽 국가에선 연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른바 '워라밸'에 맹렬히 집착하는 많은 프랑스인들에겐 설득력이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야당과는 척지고 국민 여론은 싸늘해진 상황인데,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4년이나 남았다는 게 문제겠네요.

[기자]

마크롱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업을 할 때마다 정치적으로 소모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갈등을 정석으로 풀지 못했다는 비판이 집권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고요.

여기에 노조 간부들과의 만남을 몇 주 동안 거부하고 있는 것도 마크롱 대통령의 불통, 엘리트주의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점점 더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고, 노동계는 현지시각 내일 9차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정면 돌파를 해야 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일단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여론 잠재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번째 대통령 임기 초반인 2018년에도 유류세 인상을 시도하다가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로 불리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부딪힌 적이 있죠.

이때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2달에 걸친 사회적 대토론에 나서, 어느 정도 민심 달래기에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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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연금개혁’ 승리한 마크롱…남은 임기는 가시밭길?
    • 입력 2023-03-22 10:49:50
    • 수정2023-03-22 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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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혁' 법안이 가까스로 의회 문턱을 넘겼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프랑스 연금개혁법이 의회를 통과하긴 했는데, 그 과정이 정말 복잡했어요.

먼저 정리해볼까요?

[기자]

현지시각 월요일, 프랑스 의회 하원에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 투표가 있었는데, 가까스로 과반에 못 미쳐 부결됐습니다.

이로서 연금개혁 법안은 자동으로 가결됐고요.

총리 불신임 투표를 했는데 왜 연금개혁안이 통과되지? 싶으실텐데요.

그만큼 프랑스 연금개혁안이 복잡한 정치적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연금개혁안은 지난해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며 내놓은 대표적인 공약이지만, 많은 프랑스 국민들뿐 아니라 야당들도 격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하원은 여소야대 형국이라, 연금개혁 관련 법안이 투표로 통과되긴 어려운 상황인거죠.

결국 마크롱 정부는 지난 16일, 의회 표결을 생략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상의 권한을 사용해 연금개혁을 강행했습니다.

[엘리자베트 보른/프랑스 총리 :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에 따라, 사회보장법을 개정하는 연금개혁 법안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앵커]

그래서 하원 야당 의원들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하기로 했던 거군요?

[기자]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내각은 사퇴하고 연금 개혁안도 무효, 반대로 부결되면 연금개혁안이 자동으로 통과되는 거죠.

투표 결과 불신임까지 단 9표가 부족하면서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됐습니다.

절차상 야당이 헌법재판소에 연금개혁 관련 법안의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고 하거나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도 남아있긴 하지만, 가장 큰 산이었던 의회 절차가 마무리된 겁니다.

[앵커]

마크롱 정부가 원하던 결과를 얻기는 했는데, 민주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프랑스 사회에서는 여파가 거셀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야당 주축 세력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당 소속 파노 하원 대표는 "프랑스인들의 눈에 이 정부는 이미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여론조사에도 성난 민심이 잘 드러나는데요.

18살 이상 프랑스인 약 천 명에게 물어보니, 10명 중 7명가량은 연금개혁 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민주주의를 부정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프랑스 연금개혁 반대 시위자 : "이것은 포괄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대다수 프랑스인이 연금개혁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금개혁 자체에 대한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데요.

프랑스 연금개혁안은 현재 62살인 정년을 64살로 연장하고, 연금이 시작되는 시기도 늦추는 대신, 최소 연금 상한액을 한 달 약 140만 원에서 160만 원대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사실 고령화가 심한 여러 유럽 국가에선 연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게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른바 '워라밸'에 맹렬히 집착하는 많은 프랑스인들에겐 설득력이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야당과는 척지고 국민 여론은 싸늘해진 상황인데,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4년이나 남았다는 게 문제겠네요.

[기자]

마크롱 정부가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의회 동의가 필요한 사업을 할 때마다 정치적으로 소모전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갈등을 정석으로 풀지 못했다는 비판이 집권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고요.

여기에 노조 간부들과의 만남을 몇 주 동안 거부하고 있는 것도 마크롱 대통령의 불통, 엘리트주의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점점 더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고, 노동계는 현지시각 내일 9차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정면 돌파를 해야 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일단 대국민 연설을 통해 여론 잠재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첫 번째 대통령 임기 초반인 2018년에도 유류세 인상을 시도하다가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로 불리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부딪힌 적이 있죠.

이때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2달에 걸친 사회적 대토론에 나서, 어느 정도 민심 달래기에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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