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공포→분리→갈취’…보이스피싱 시나리오 6종

입력 2023.03.23 (12:42) 수정 2023.03.23 (17: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보이스피싱' 수법이 교묘해지며, 피해액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 KBS가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6가지 시나리오를 입수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를 옭아매고, 금전을 갈취하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보이스피싱' 범죄가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27만 8천여 건, 3조 8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데요.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피싱' 조직이 여러 상황을 가정해 만든 대본, 이른바 '시나리오'가 담긴 6개의 파일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우선 경찰·검사· 금감원 과장· 은행 법무팀 등, 금융·수사 기관을 사칭하며 접근합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①/지난해 10월 : "지금 전화드린 곳은 강서경찰서 형사과에서 전화를 드렸고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②/지난해 10월 : "특별수사 제1부 천** 검사입니다. 아시겠죠?"]

'범죄'에 연루됐단 말로 피해자를 당황시킨 뒤, 문자나 SNS로, 위조된 수사 서류까지 전송합니다.

[금융감독원 : "사건 번호 2017 조사 0588호 확인되시죠? 공문 아래 보시면요, 요지사항 1번부터 4번까지 기재가 되었을 거예요."]

주로 언급하는 혐의는 '성매매'나 '온라인 사기' 입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③ : "저희가 얼마 전에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및 금융 위반 혐의로 주범 이지연이라는 40대 여성을 검거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잘못한 일이 없어도, 당장 '수사'가 진행 중이란 말은 무시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범죄) 현장에서 제 통장이랑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얘기를 한번 들어보게 되는 거고…."]

30대 이 모 씨는 두 달 전 이 시나리오에 당했는데요.

범죄에 연루됐다는 피싱 조직의 말에 속아 '가짜 검사'가 시키는 대로 신용카드 6장을 자신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3억 원 넘게 돈을 빼갔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위에 알리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당했습니다.

[이○○/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하게 되면 계속 보안수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가족한테도 누설하면 안 된다고 해서 완전 고립을 시키는 거예요. 변호사를 대동해도 못 나온다. 최소 10년이다."]

'단 1원이라도 환수가 안 되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떤 질문을 해도 결국 이 답변이 돌아왔다는데요.

이렇게 피해자들을 공포로 옭아매는 데 성공하면, 다음 단계는 피해자를 가족이나 지인,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키는 겁니다.

지난달, 20대 원 모 씨는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지만, 지금은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20대 이하 피해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피싱 조직들은 또 피해자 휴대전화에 몰래 악성 앱을 설치해 정보를 미리 가로챈 뒤 정교하고 치밀하게 피해자의 심리를 흔드는데요.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으려면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요.

개인정보뿐 아니라 자금 상황 정보, 이체 등을 요구한다면, 무조건 거절해야 합니다.

경찰은 링크 주소로 유포된 앱은 절대 설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요.

'보이스피싱' 시나리오 원문은 KBS 뉴스 홈페이지의 해당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_KBS 배포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3/20230322_FqpJp9.pdf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뉴스K] ‘공포→분리→갈취’…보이스피싱 시나리오 6종
    • 입력 2023-03-23 12:42:02
    • 수정2023-03-23 17:33:38
    뉴스 12
[앵커]

'보이스피싱' 수법이 교묘해지며, 피해액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 KBS가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6가지 시나리오를 입수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를 옭아매고, 금전을 갈취하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보이스피싱' 범죄가 공식적으로 처음 확인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27만 8천여 건, 3조 8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데요.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피싱' 조직이 여러 상황을 가정해 만든 대본, 이른바 '시나리오'가 담긴 6개의 파일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우선 경찰·검사· 금감원 과장· 은행 법무팀 등, 금융·수사 기관을 사칭하며 접근합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①/지난해 10월 : "지금 전화드린 곳은 강서경찰서 형사과에서 전화를 드렸고요."]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②/지난해 10월 : "특별수사 제1부 천** 검사입니다. 아시겠죠?"]

'범죄'에 연루됐단 말로 피해자를 당황시킨 뒤, 문자나 SNS로, 위조된 수사 서류까지 전송합니다.

[금융감독원 : "사건 번호 2017 조사 0588호 확인되시죠? 공문 아래 보시면요, 요지사항 1번부터 4번까지 기재가 되었을 거예요."]

주로 언급하는 혐의는 '성매매'나 '온라인 사기' 입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③ : "저희가 얼마 전에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알선 및 금융 위반 혐의로 주범 이지연이라는 40대 여성을 검거했는데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잘못한 일이 없어도, 당장 '수사'가 진행 중이란 말은 무시할 수 없는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범죄) 현장에서 제 통장이랑 신분증이 발견됐다고 얘기를 하니까 그래서 혹시나 해서 얘기를 한번 들어보게 되는 거고…."]

30대 이 모 씨는 두 달 전 이 시나리오에 당했는데요.

범죄에 연루됐다는 피싱 조직의 말에 속아 '가짜 검사'가 시키는 대로 신용카드 6장을 자신의 집 우편함에 넣어두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3억 원 넘게 돈을 빼갔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위에 알리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협박까지 당했습니다.

[이○○/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하게 되면 계속 보안수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가족한테도 누설하면 안 된다고 해서 완전 고립을 시키는 거예요. 변호사를 대동해도 못 나온다. 최소 10년이다."]

'단 1원이라도 환수가 안 되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떤 질문을 해도 결국 이 답변이 돌아왔다는데요.

이렇게 피해자들을 공포로 옭아매는 데 성공하면, 다음 단계는 피해자를 가족이나 지인,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시키는 겁니다.

지난달, 20대 원 모 씨는 '검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심각한 범죄에 연루됐으니, 회사에 휴가를 내고 당분간 숙박업소에 머물란 지시였습니다.

주변에 알리면 문제가 생긴다며, 24시간 보이스톡으로 감시했습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 자취방이나 이런 다른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일단은 자기가 찍어준 호텔로 가서 택시로 이동을 해라..."]

호텔에 머무는 3박 4일 동안 피싱범들은 교묘한 구실로 원 씨의 돈 7천9백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과거 보이스피싱은 주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들을 겨냥했지만, 지금은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됐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20대 이하 피해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전직 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그분들 신용 조회를 하거든요. (시나리오가) 신용등급에 따라서 달라지거나, 연령대나 그리고 여성 남성도 달라지고 그렇습니다."]

피싱 조직들은 또 피해자 휴대전화에 몰래 악성 앱을 설치해 정보를 미리 가로챈 뒤 정교하고 치밀하게 피해자의 심리를 흔드는데요.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으려면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요.

개인정보뿐 아니라 자금 상황 정보, 이체 등을 요구한다면, 무조건 거절해야 합니다.

경찰은 링크 주소로 유포된 앱은 절대 설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는데요.

'보이스피싱' 시나리오 원문은 KBS 뉴스 홈페이지의 해당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2023 보이스피싱 시나리오_KBS 배포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3/20230322_FqpJp9.pdf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