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애 고가 옷은 ‘39호실’이 구매?…제재 피해 ‘해외 직구’도

입력 2023.03.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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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지난 16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7형 발사 당시 입었던 외투가 고가의 프랑스 브랜드 제품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김정은도 스위스 시계를 애용하고, 부인 리설주도 고가 수입품 옷과 장신구 등을 착용한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된 바 있는데요. 이런 제품들을 비롯한 와인 등 주류, 귀금속 등 사치품들은 2006년 유엔 제재를 통해 대북 수출 금지품목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도 북한에 수입되고 있을까요?

■ 39호실, '외교관' 위장해 해외 나가 사치품 구입

북한 김씨 일가의 사치품 구입은 노동당 39호실이 전담해왔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39호실은 김씨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하는 기관인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9호실의 자금을 활용해 당과 군 간부들에게 사치품을 제공하고, 충성심 고취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던 거로 알려졌습니다. 한 소식통은 "39호실은 김정일 시대부터 시계와 양주 등 사치품의 대량 구입을 총괄해왔다"고 전했습니다.

2019년 한국으로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북한의 사치품 구입과 관련해 "39호실에 있는 사람들이 외교관 신분을 갖고 해외 공관으로 나가 당에서 정해준 목록을 사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의 사위입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씨 일가의 사치품 구입은) 대사관에서 하는 게 아니라 39호실이 관장한다"며 "구매 품목이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해외 공관에서도) 39호실 사람들끼리만 따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정치 행사용으로 쓰는 인민복이나 양복도 영국산이나 이탈리아산 고급 원단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주애가 지난 16일 화성 17형 발사 때 입은 어린이용 외투는 해외 고가 제품으로 추정된다. 해당 제품은 홈페이지에서 1,9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출처 : 디올 홈페이지)김주애가 지난 16일 화성 17형 발사 때 입은 어린이용 외투는 해외 고가 제품으로 추정된다. 해당 제품은 홈페이지에서 1,9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출처 : 디올 홈페이지)

■ "뒷돈 주고 중국·러시아인 명의 빌려 직구"

이렇게 사들인 사치품을 외교 행랑으로 북한에 들여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외교 행랑은 각국 공항의 검색대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고, 구매국은 물론 어떤 나라를 경유하는지 노출된다는 겁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그래서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당 직속 외교관(39호실 관계자)들이 현지인의 명의를 빌려 구매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인을 통한 이른바 '직구' 방식을 쓴다는 겁니다.

김정은 전용차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2대를 평양까지 들여오는 것도 같은 방식을 썼다고 했는데요. '운송 수단'은 2017년 채택된 유엔 결의에 따라 대북 수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싱가포르 같은 제3국 사람 명의로 구입한 것처럼 한뒤, 이걸 또 중국 사람에게 되파는 거로 문건을 만들어 주인이 바뀌고… 이렇게 쭉 세탁해서 최종적으로 (평양에) 도착한다"며 "명의를 빌려준 해외 현지인들에게 뒷돈을 줘야 하니 가령 10만 불이면 충분할 걸 15만 불 줘야 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2019년 미국의 민간연구단체 선진국방연구센터는 김정은의 벤츠 승용차가 약 4개월 동안 유럽과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 거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 중 '알곡 생산'을 1순위로 내세우고 주민들에게는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김정은 일가는 대를 이어 사치품을 애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재난을 이겨내자’며 연설 중 울먹이는 김정은. 1,400만 원대 스위스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출처 : 조선중앙TV)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재난을 이겨내자’며 연설 중 울먹이는 김정은. 1,400만 원대 스위스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출처 :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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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애 고가 옷은 ‘39호실’이 구매?…제재 피해 ‘해외 직구’도
    • 입력 2023-03-23 15:15:19
    취재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지난 16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7형 발사 당시 입었던 외투가 고가의 프랑스 브랜드 제품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김정은도 스위스 시계를 애용하고, 부인 리설주도 고가 수입품 옷과 장신구 등을 착용한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된 바 있는데요. 이런 제품들을 비롯한 와인 등 주류, 귀금속 등 사치품들은 2006년 유엔 제재를 통해 대북 수출 금지품목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도 북한에 수입되고 있을까요?

■ 39호실, '외교관' 위장해 해외 나가 사치품 구입

북한 김씨 일가의 사치품 구입은 노동당 39호실이 전담해왔다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입니다. 39호실은 김씨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하는 기관인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9호실의 자금을 활용해 당과 군 간부들에게 사치품을 제공하고, 충성심 고취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던 거로 알려졌습니다. 한 소식통은 "39호실은 김정일 시대부터 시계와 양주 등 사치품의 대량 구입을 총괄해왔다"고 전했습니다.

2019년 한국으로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북한의 사치품 구입과 관련해 "39호실에 있는 사람들이 외교관 신분을 갖고 해외 공관으로 나가 당에서 정해준 목록을 사들였다"고 밝혔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의 사위입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씨 일가의 사치품 구입은) 대사관에서 하는 게 아니라 39호실이 관장한다"며 "구매 품목이 노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해외 공관에서도) 39호실 사람들끼리만 따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정치 행사용으로 쓰는 인민복이나 양복도 영국산이나 이탈리아산 고급 원단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주애가 지난 16일 화성 17형 발사 때 입은 어린이용 외투는 해외 고가 제품으로 추정된다. 해당 제품은 홈페이지에서 1,9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출처 : 디올 홈페이지)
■ "뒷돈 주고 중국·러시아인 명의 빌려 직구"

이렇게 사들인 사치품을 외교 행랑으로 북한에 들여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외교 행랑은 각국 공항의 검색대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있고, 구매국은 물론 어떤 나라를 경유하는지 노출된다는 겁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그래서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근무하는 당 직속 외교관(39호실 관계자)들이 현지인의 명의를 빌려 구매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인을 통한 이른바 '직구' 방식을 쓴다는 겁니다.

김정은 전용차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 2대를 평양까지 들여오는 것도 같은 방식을 썼다고 했는데요. '운송 수단'은 2017년 채택된 유엔 결의에 따라 대북 수출이 금지돼 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싱가포르 같은 제3국 사람 명의로 구입한 것처럼 한뒤, 이걸 또 중국 사람에게 되파는 거로 문건을 만들어 주인이 바뀌고… 이렇게 쭉 세탁해서 최종적으로 (평양에) 도착한다"며 "명의를 빌려준 해외 현지인들에게 뒷돈을 줘야 하니 가령 10만 불이면 충분할 걸 15만 불 줘야 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2019년 미국의 민간연구단체 선진국방연구센터는 김정은의 벤츠 승용차가 약 4개월 동안 유럽과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 거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습니다. 올해 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 중 '알곡 생산'을 1순위로 내세우고 주민들에게는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김정은 일가는 대를 이어 사치품을 애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재난을 이겨내자’며 연설 중 울먹이는 김정은. 1,400만 원대 스위스 시계를 차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출처 :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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