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버려진 공간’에 피어난 예술의 향기

입력 2023.03.23 (19:27) 수정 2023.03.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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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쓸모를 다해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공간들이 지역 곳곳에 늘고 있는데요.

이런 버려진 공간이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나 지역민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만경강 줄기 따라 자리 잡은 마을 한가운데, 한 세기 넘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도정공장이 있습니다.

1914년 일본인 호소카와가 쌀 수탈을 목적으로 지은 도정공장은 20여 년 전부터는 운영을 멈췄습니다.

낡고 녹슨 기계들만 나뒹굴었던 공간은 마을 주민들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 현대미술 작품들로 채워졌습니다.

오래된 나무 골조와 창문 틈으로 스며든 오후의 햇살, 공간을 휘감은 담쟁이 넝쿨까지, 작가는 작품과 공간에 경계를 두지 않은 설치 미술의 향연을 선사합니다.

[최희서/관람객 : "공간과 작품이 주는 그 거대함이 압도적인 느낌, 그게 좋았어요. 실제로 여기 사셨던 분이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기억을 소재로 사진과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우연히 만난 옛 도정공장의 매력에 빠져 지난 2년간 창작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백여 년 넘게 버텨온 도정공장과 이 곳에서 삶을 일군 한 춘포 주민의 이야기를 50여 점의 작품 속에 담았습니다.

[박수현/전시책임자 : "(조덕현 작가는)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그런 장소성 그리고 이때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이 현재의 공간과 시간으로 확장되는 그런 모습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기억들을 복원하고 찾아가면서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며 1997년 문을 닫은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수십여 점의 예술작품이 채웠습니다.

일필휘지 써 내려간 서예작품과 부안의 명승지를 담은 회화, 예술작품으로 거듭난 솟대까지, 교단을 떠난 교직원들이 일터였고 고향이었던 부안을 그리워하며 작업한 작품들입니다.

[최성준/전시 참여 작가/퇴직 교직원 : "솟대는 옛날부터 동네 애경사 기쁜 일이 있을 때 알리려고 동구 밖에 세워놓은 거잖아요. 저는 실내에 둘 수 있는 장식품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어른 키만큼 자란 잡초와 야생동물들이 주인 행세했던 곳에 갤러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부안교육지청과 부안군이 애물단지나 다름없던 폐교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겁니다.

[고정옥/전북교육청 부안교육지청 주무관 : "지역 주민들께서 직접 참여하시는 작품도 걸 수 있고요. 우리 교직원들의 어떤 예술적인 놀이터 역할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확충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유년 시절 추억이 깃든 학교가 폐교돼 상실감이 컸던 주민들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 반갑습니다.

[노인순/부안군 줄포면 주민 : "(학교 운영을) 안 할 때는 풀만 나고 그랬는데 그래도 이렇게 여기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까, 일자리(근무자)들이 오셔서 풀이라도 매고 깨끗하고 관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낡고 쓸모를 잃은 공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공간들이 삶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이 만나 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편집:VJ 이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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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K] ‘버려진 공간’에 피어난 예술의 향기
    • 입력 2023-03-23 19:27:16
    • 수정2023-03-23 19:57:41
    뉴스7(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쓸모를 다해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공간들이 지역 곳곳에 늘고 있는데요.

이런 버려진 공간이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이나 지역민을 위한 문화사랑방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만경강 줄기 따라 자리 잡은 마을 한가운데, 한 세기 넘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도정공장이 있습니다.

1914년 일본인 호소카와가 쌀 수탈을 목적으로 지은 도정공장은 20여 년 전부터는 운영을 멈췄습니다.

낡고 녹슨 기계들만 나뒹굴었던 공간은 마을 주민들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 현대미술 작품들로 채워졌습니다.

오래된 나무 골조와 창문 틈으로 스며든 오후의 햇살, 공간을 휘감은 담쟁이 넝쿨까지, 작가는 작품과 공간에 경계를 두지 않은 설치 미술의 향연을 선사합니다.

[최희서/관람객 : "공간과 작품이 주는 그 거대함이 압도적인 느낌, 그게 좋았어요. 실제로 여기 사셨던 분이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았어요."]

기억을 소재로 사진과 회화 등 다양한 작업을 해온 작가는 우연히 만난 옛 도정공장의 매력에 빠져 지난 2년간 창작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백여 년 넘게 버텨온 도정공장과 이 곳에서 삶을 일군 한 춘포 주민의 이야기를 50여 점의 작품 속에 담았습니다.

[박수현/전시책임자 : "(조덕현 작가는)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그런 장소성 그리고 이때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이 현재의 공간과 시간으로 확장되는 그런 모습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기억들을 복원하고 찾아가면서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며 1997년 문을 닫은 한 초등학교.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를 수십여 점의 예술작품이 채웠습니다.

일필휘지 써 내려간 서예작품과 부안의 명승지를 담은 회화, 예술작품으로 거듭난 솟대까지, 교단을 떠난 교직원들이 일터였고 고향이었던 부안을 그리워하며 작업한 작품들입니다.

[최성준/전시 참여 작가/퇴직 교직원 : "솟대는 옛날부터 동네 애경사 기쁜 일이 있을 때 알리려고 동구 밖에 세워놓은 거잖아요. 저는 실내에 둘 수 있는 장식품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어른 키만큼 자란 잡초와 야생동물들이 주인 행세했던 곳에 갤러리가 문을 열었습니다.

부안교육지청과 부안군이 애물단지나 다름없던 폐교를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겁니다.

[고정옥/전북교육청 부안교육지청 주무관 : "지역 주민들께서 직접 참여하시는 작품도 걸 수 있고요. 우리 교직원들의 어떤 예술적인 놀이터 역할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확충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유년 시절 추억이 깃든 학교가 폐교돼 상실감이 컸던 주민들은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 반갑습니다.

[노인순/부안군 줄포면 주민 : "(학교 운영을) 안 할 때는 풀만 나고 그랬는데 그래도 이렇게 여기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까, 일자리(근무자)들이 오셔서 풀이라도 매고 깨끗하고 관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낡고 쓸모를 잃은 공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던 공간들이 삶을 일군 사람들의 이야기와 예술가들의 창작 열정이 만나 문화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편집:VJ 이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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