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방소멸 막기 위한 ‘고향납세’ 15년…효과는?
입력 2023.03.25 (22:19)
수정 2023.03.2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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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일본으로 갑니다.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 기부를 하면 세금이 공제되고 답례품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죠.
급속한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향납세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나면서 효과와 부작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종익 특파원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홋카이도 몬베시의 사례를 통해 고향사랑 기부제의 명암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오호츠크해와 맞닿아 있는 홋카이도 북단 몬베쓰시.
얼음 덩어리들이 푸른 바다를 하얗게 덮었습니다.
바다로 나선 관람선이 스크류를 돌려 유빙을 깨뜨리고, 배 양옆으로 유빙이 부숴지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시가와 유미코/관광객 : "새하얀 세상에서 유빙이 부숴지는 모습이 자연의 묘미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몬베쓰를 찾는 이유는 시베리아에서 오호츠크해, 홋카이도까지 떠내려온 이 유빙을 보기 위해섭니다.
몬베쓰시는 유빙을 조금씩 수거해 영하 20도의 공간에 보관합니다.
유빙을 보기 좋게 다듬은 뒤 지역에 기부한 사람들에게 답례품 중 하나로 보냅니다.
지역을 알리는 효과가 자못 큽니다.
[미쓰노부 후모도/오호츠크 유빙과학센터 : "유빙 신청자가 3~4년 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조금씩 늘고 있고요, TV에 나오기도 합니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에 기부하면, 주민세가 공제되고, 원하는 답례품을 받는 제돕니다.
인구 2만 명인 몬베쓰시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50억 엔을 넘겨, 일본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답례품인 가리비, 연어 등 오호츠크해의 특산물 덕이 크지만, 천혜의 바다 환경을 지키자는 시의 지속적인 호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몬베쓰는 해산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인데요. 고향납세 제도를 계기로 답례품으로도, 또 기부금 사용처로도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몬베쓰시는 '오호크츠 유빙과 자연을 지키는 기부 조례'를 만들었고, 실제 기부금 사용처로 '환경'을 선택한 이들의 기부액이 연간 18억 8천만 엔이 넘었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 내 유일한 물개보호시설도 어엿한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페인트를 다시 칠했고, 바닥도 깨끗하게 정비를 했습니다. 고향납세 기부금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수많은 이들이 기부를 통해 몬베쓰시와 관련을 맺으면서 인근 도시까지 관광객이 늘고, 항공편 탑승률도 높아졌습니다.
[유스케 아마누마/몬베쓰시 고향납세담당 : "(기부자자) 예전에 물개를 보러 온 적이 있는데, 그 물개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거나, 코로나가 나아지면 온다는 분도 있고, 그런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홋카이도 남동쪽 시라누카정도 고향납세 제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 수산업체가 만든 연어 답례품은 연간 3백 톤이 팔렸고, 일손이 부족해지자 회사는 자동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라누카정에 고향납세 업무가 급증하자 오사카에 본사를 둔 관련 업체는 이곳에 영업소를 만들었습니다.
답례품 관련 업무의 위탁 계약을 맺고 직원 10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시라누카정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25억 엔.
답례품 제작 경비를 빼고, 지역 세입의 여섯 배에 달하는 흑자를 냈습니다.
의료비와 보육료 무상화 등 복지 혜택이 늘며 인구 7천 명의 도시에 2백여 명이 이주해왔습니다.
오래된 터미널과 역사 신축, 새 마을 버스 구입, 모두 고향납세 기부금으로 가능했습니다.
[시바타 도모히로/시라누카정 고향납세제도 담당 : "생산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늘어난 지역의 재원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해져서 매우 고마운 제도입니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올해로 시행 15년 째.
2021년 기부자 740만 명, 금액은 8천 3백언 엔을 넘겼지만 부작용도 적잖습니다.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어 답례품 경쟁에서 밀리는 도시권에선 기부자가 늘수록 적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역의 대표 도시들, 도쿄 23구, 줄줄이 적자입니다.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정한 제작비를 초과해 자격을 박탈당하는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답례품 제작을 위해 인재영입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모리 도모히로/요카이치시 시장 : "저희 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 상황을 개선해줄 수 있는 (답례품 아이디어가) 뛰어난 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례품 신청 업체에 대한 수수료, 답례품 제작 경비, 모두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고향납세 제도가 결국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이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서채영 그래픽
이번엔 일본으로 갑니다.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 기부를 하면 세금이 공제되고 답례품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죠.
급속한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향납세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나면서 효과와 부작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종익 특파원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홋카이도 몬베시의 사례를 통해 고향사랑 기부제의 명암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오호츠크해와 맞닿아 있는 홋카이도 북단 몬베쓰시.
얼음 덩어리들이 푸른 바다를 하얗게 덮었습니다.
바다로 나선 관람선이 스크류를 돌려 유빙을 깨뜨리고, 배 양옆으로 유빙이 부숴지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시가와 유미코/관광객 : "새하얀 세상에서 유빙이 부숴지는 모습이 자연의 묘미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몬베쓰를 찾는 이유는 시베리아에서 오호츠크해, 홋카이도까지 떠내려온 이 유빙을 보기 위해섭니다.
몬베쓰시는 유빙을 조금씩 수거해 영하 20도의 공간에 보관합니다.
유빙을 보기 좋게 다듬은 뒤 지역에 기부한 사람들에게 답례품 중 하나로 보냅니다.
지역을 알리는 효과가 자못 큽니다.
[미쓰노부 후모도/오호츠크 유빙과학센터 : "유빙 신청자가 3~4년 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조금씩 늘고 있고요, TV에 나오기도 합니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에 기부하면, 주민세가 공제되고, 원하는 답례품을 받는 제돕니다.
인구 2만 명인 몬베쓰시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50억 엔을 넘겨, 일본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답례품인 가리비, 연어 등 오호츠크해의 특산물 덕이 크지만, 천혜의 바다 환경을 지키자는 시의 지속적인 호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몬베쓰는 해산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인데요. 고향납세 제도를 계기로 답례품으로도, 또 기부금 사용처로도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몬베쓰시는 '오호크츠 유빙과 자연을 지키는 기부 조례'를 만들었고, 실제 기부금 사용처로 '환경'을 선택한 이들의 기부액이 연간 18억 8천만 엔이 넘었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 내 유일한 물개보호시설도 어엿한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페인트를 다시 칠했고, 바닥도 깨끗하게 정비를 했습니다. 고향납세 기부금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수많은 이들이 기부를 통해 몬베쓰시와 관련을 맺으면서 인근 도시까지 관광객이 늘고, 항공편 탑승률도 높아졌습니다.
[유스케 아마누마/몬베쓰시 고향납세담당 : "(기부자자) 예전에 물개를 보러 온 적이 있는데, 그 물개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거나, 코로나가 나아지면 온다는 분도 있고, 그런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홋카이도 남동쪽 시라누카정도 고향납세 제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 수산업체가 만든 연어 답례품은 연간 3백 톤이 팔렸고, 일손이 부족해지자 회사는 자동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라누카정에 고향납세 업무가 급증하자 오사카에 본사를 둔 관련 업체는 이곳에 영업소를 만들었습니다.
답례품 관련 업무의 위탁 계약을 맺고 직원 10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시라누카정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25억 엔.
답례품 제작 경비를 빼고, 지역 세입의 여섯 배에 달하는 흑자를 냈습니다.
의료비와 보육료 무상화 등 복지 혜택이 늘며 인구 7천 명의 도시에 2백여 명이 이주해왔습니다.
오래된 터미널과 역사 신축, 새 마을 버스 구입, 모두 고향납세 기부금으로 가능했습니다.
[시바타 도모히로/시라누카정 고향납세제도 담당 : "생산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늘어난 지역의 재원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해져서 매우 고마운 제도입니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올해로 시행 15년 째.
2021년 기부자 740만 명, 금액은 8천 3백언 엔을 넘겼지만 부작용도 적잖습니다.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어 답례품 경쟁에서 밀리는 도시권에선 기부자가 늘수록 적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역의 대표 도시들, 도쿄 23구, 줄줄이 적자입니다.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정한 제작비를 초과해 자격을 박탈당하는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답례품 제작을 위해 인재영입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모리 도모히로/요카이치시 시장 : "저희 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 상황을 개선해줄 수 있는 (답례품 아이디어가) 뛰어난 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례품 신청 업체에 대한 수수료, 답례품 제작 경비, 모두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고향납세 제도가 결국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이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서채영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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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방소멸 막기 위한 ‘고향납세’ 15년…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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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3-25 22:19:28
- 수정2023-03-25 22:28:27

[앵커]
이번엔 일본으로 갑니다.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 기부를 하면 세금이 공제되고 답례품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죠.
급속한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향납세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나면서 효과와 부작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종익 특파원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홋카이도 몬베시의 사례를 통해 고향사랑 기부제의 명암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오호츠크해와 맞닿아 있는 홋카이도 북단 몬베쓰시.
얼음 덩어리들이 푸른 바다를 하얗게 덮었습니다.
바다로 나선 관람선이 스크류를 돌려 유빙을 깨뜨리고, 배 양옆으로 유빙이 부숴지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시가와 유미코/관광객 : "새하얀 세상에서 유빙이 부숴지는 모습이 자연의 묘미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몬베쓰를 찾는 이유는 시베리아에서 오호츠크해, 홋카이도까지 떠내려온 이 유빙을 보기 위해섭니다.
몬베쓰시는 유빙을 조금씩 수거해 영하 20도의 공간에 보관합니다.
유빙을 보기 좋게 다듬은 뒤 지역에 기부한 사람들에게 답례품 중 하나로 보냅니다.
지역을 알리는 효과가 자못 큽니다.
[미쓰노부 후모도/오호츠크 유빙과학센터 : "유빙 신청자가 3~4년 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조금씩 늘고 있고요, TV에 나오기도 합니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에 기부하면, 주민세가 공제되고, 원하는 답례품을 받는 제돕니다.
인구 2만 명인 몬베쓰시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50억 엔을 넘겨, 일본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답례품인 가리비, 연어 등 오호츠크해의 특산물 덕이 크지만, 천혜의 바다 환경을 지키자는 시의 지속적인 호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몬베쓰는 해산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인데요. 고향납세 제도를 계기로 답례품으로도, 또 기부금 사용처로도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몬베쓰시는 '오호크츠 유빙과 자연을 지키는 기부 조례'를 만들었고, 실제 기부금 사용처로 '환경'을 선택한 이들의 기부액이 연간 18억 8천만 엔이 넘었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 내 유일한 물개보호시설도 어엿한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페인트를 다시 칠했고, 바닥도 깨끗하게 정비를 했습니다. 고향납세 기부금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수많은 이들이 기부를 통해 몬베쓰시와 관련을 맺으면서 인근 도시까지 관광객이 늘고, 항공편 탑승률도 높아졌습니다.
[유스케 아마누마/몬베쓰시 고향납세담당 : "(기부자자) 예전에 물개를 보러 온 적이 있는데, 그 물개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거나, 코로나가 나아지면 온다는 분도 있고, 그런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홋카이도 남동쪽 시라누카정도 고향납세 제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 수산업체가 만든 연어 답례품은 연간 3백 톤이 팔렸고, 일손이 부족해지자 회사는 자동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라누카정에 고향납세 업무가 급증하자 오사카에 본사를 둔 관련 업체는 이곳에 영업소를 만들었습니다.
답례품 관련 업무의 위탁 계약을 맺고 직원 10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시라누카정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25억 엔.
답례품 제작 경비를 빼고, 지역 세입의 여섯 배에 달하는 흑자를 냈습니다.
의료비와 보육료 무상화 등 복지 혜택이 늘며 인구 7천 명의 도시에 2백여 명이 이주해왔습니다.
오래된 터미널과 역사 신축, 새 마을 버스 구입, 모두 고향납세 기부금으로 가능했습니다.
[시바타 도모히로/시라누카정 고향납세제도 담당 : "생산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늘어난 지역의 재원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해져서 매우 고마운 제도입니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올해로 시행 15년 째.
2021년 기부자 740만 명, 금액은 8천 3백언 엔을 넘겼지만 부작용도 적잖습니다.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어 답례품 경쟁에서 밀리는 도시권에선 기부자가 늘수록 적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역의 대표 도시들, 도쿄 23구, 줄줄이 적자입니다.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정한 제작비를 초과해 자격을 박탈당하는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답례품 제작을 위해 인재영입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모리 도모히로/요카이치시 시장 : "저희 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 상황을 개선해줄 수 있는 (답례품 아이디어가) 뛰어난 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례품 신청 업체에 대한 수수료, 답례품 제작 경비, 모두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고향납세 제도가 결국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이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서채영 그래픽
이번엔 일본으로 갑니다.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 기부를 하면 세금이 공제되고 답례품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죠.
급속한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우려가 커지는 시점에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고향납세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나면서 효과와 부작용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종익 특파원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은 홋카이도 몬베시의 사례를 통해 고향사랑 기부제의 명암을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오호츠크해와 맞닿아 있는 홋카이도 북단 몬베쓰시.
얼음 덩어리들이 푸른 바다를 하얗게 덮었습니다.
바다로 나선 관람선이 스크류를 돌려 유빙을 깨뜨리고, 배 양옆으로 유빙이 부숴지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시가와 유미코/관광객 : "새하얀 세상에서 유빙이 부숴지는 모습이 자연의 묘미입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몬베쓰를 찾는 이유는 시베리아에서 오호츠크해, 홋카이도까지 떠내려온 이 유빙을 보기 위해섭니다.
몬베쓰시는 유빙을 조금씩 수거해 영하 20도의 공간에 보관합니다.
유빙을 보기 좋게 다듬은 뒤 지역에 기부한 사람들에게 답례품 중 하나로 보냅니다.
지역을 알리는 효과가 자못 큽니다.
[미쓰노부 후모도/오호츠크 유빙과학센터 : "유빙 신청자가 3~4년 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조금씩 늘고 있고요, TV에 나오기도 합니다."]
일본의 고향납세는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에 기부하면, 주민세가 공제되고, 원하는 답례품을 받는 제돕니다.
인구 2만 명인 몬베쓰시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50억 엔을 넘겨, 일본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답례품인 가리비, 연어 등 오호츠크해의 특산물 덕이 크지만, 천혜의 바다 환경을 지키자는 시의 지속적인 호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몬베쓰는 해산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인데요. 고향납세 제도를 계기로 답례품으로도, 또 기부금 사용처로도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지역'이라는 인식을 높이고 있습니다.
몬베쓰시는 '오호크츠 유빙과 자연을 지키는 기부 조례'를 만들었고, 실제 기부금 사용처로 '환경'을 선택한 이들의 기부액이 연간 18억 8천만 엔이 넘었습니다.
그 덕분에 일본 내 유일한 물개보호시설도 어엿한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페인트를 다시 칠했고, 바닥도 깨끗하게 정비를 했습니다. 고향납세 기부금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수많은 이들이 기부를 통해 몬베쓰시와 관련을 맺으면서 인근 도시까지 관광객이 늘고, 항공편 탑승률도 높아졌습니다.
[유스케 아마누마/몬베쓰시 고향납세담당 : "(기부자자) 예전에 물개를 보러 온 적이 있는데, 그 물개들을 위해 써달라고 하거나, 코로나가 나아지면 온다는 분도 있고, 그런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홋카이도 남동쪽 시라누카정도 고향납세 제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이 수산업체가 만든 연어 답례품은 연간 3백 톤이 팔렸고, 일손이 부족해지자 회사는 자동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라누카정에 고향납세 업무가 급증하자 오사카에 본사를 둔 관련 업체는 이곳에 영업소를 만들었습니다.
답례품 관련 업무의 위탁 계약을 맺고 직원 10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입니다.
시라누카정의 2021년 기부 수입은 125억 엔.
답례품 제작 경비를 빼고, 지역 세입의 여섯 배에 달하는 흑자를 냈습니다.
의료비와 보육료 무상화 등 복지 혜택이 늘며 인구 7천 명의 도시에 2백여 명이 이주해왔습니다.
오래된 터미널과 역사 신축, 새 마을 버스 구입, 모두 고향납세 기부금으로 가능했습니다.
[시바타 도모히로/시라누카정 고향납세제도 담당 : "생산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늘어난 지역의 재원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해져서 매우 고마운 제도입니다."]
일본의 고향납세 제도는 올해로 시행 15년 째.
2021년 기부자 740만 명, 금액은 8천 3백언 엔을 넘겼지만 부작용도 적잖습니다.
이렇다 할 특산품이 없어 답례품 경쟁에서 밀리는 도시권에선 기부자가 늘수록 적자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역의 대표 도시들, 도쿄 23구, 줄줄이 적자입니다.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가 정한 제작비를 초과해 자격을 박탈당하는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답례품 제작을 위해 인재영입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모리 도모히로/요카이치시 시장 : "저희 시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이 상황을 개선해줄 수 있는 (답례품 아이디어가) 뛰어난 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답례품 신청 업체에 대한 수수료, 답례품 제작 경비, 모두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고향납세 제도가 결국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제도를 개선해서라도 이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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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종익 기자 jig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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