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계약 정원’ 확대…지방대 “수도권 쏠림 심화” 우려

입력 2023.03.27 (19:10) 수정 2023.03.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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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주과기원이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학과를 만듭니다.

입사를 약속받는 조건이어서 환영할 만한 일인데, 지역 대학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합니다.

어떤 사정인지 하선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늘리겠다고 밝혔죠.

계약학과, 대학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 과정을 일컫습니다.

학생들의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채용 조건형'과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재교육형'이 있는데요.

채용 조건형은 산업체엔 맞춤형 인력을, 학생들에겐 취업을 보장해 많은 대학들이 운영을 탐내는 과정입니다.

정부가 최근 관련 법령을 개정했는데요.

종전에는 대학이 계약학과를 운영하려면 학과를 신설해야 했는데, 기존의 첨단 산업 분야 계약학과 정원을 최대 50%까지 늘리고, 학과 신설 없이도 일반 학과 정원의 20%를 '계약 정원'으로 운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기준 완화가 과연 지역대학에는 기회일까요?

실태와 전망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과학기술원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학생들은 3학년때 정해진 시험을 통과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습니다.

광주과기원은 정원 30명,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5년제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동선/광주과기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 "반도체 인프라를 잘 갖추고, 교육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과기원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송재혁/삼성전자 사장 : "지역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여 반도체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반도체 인력 양성 생태계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성균관대와 연세대, 카이스트 등 주로 수도권 4개 대학과 계약학과를 운영해왔습니다.

지역 대학과의 협력은 광주과기원이 첫 사례입니다.

[기자]

계약학과 확대 운영에 지역의 대학과 학생들도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대다수 대학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습니다.

그간의 계약학과 운영 실태를 보면 답이 있습니다.

[리포트]

전남지역의 한 대학 계약학과.

학과생들 모두 나주 혁신산단이나 전남지역 주요 회사에 채용이 약속돼 있습니다.

2학년이 되면 취업하고, 공부는 야간에 병행하는 조기 취업형으로 운영 중입니다.

[김용혁/○○대학교 스마트비즈니스학과 1학년 : "취업과 대학교 학위가 동시에 나온다는 점에서 고민 없이 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이 보장돼 인기가 높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이 대학은 4개 계약학과 150명 모집에 61명만 채웠을 정도입니다.

광주·전남 전체 대학으로 놓고 봐도 지난해 계약학과의 신입생 충원율은 50%대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역 대학의 인원 배정이 재직자 재교육형이 많고, 학생 채용 조건형은 대기업보다는 대부분 중소기업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첨단산업 분야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 20곳 중 14곳이 수도권 소재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즉 기업체 찾기가 관건인데 지역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관련 유수 기업들이 지방대학에 손을 맞잡아줘야 하는데, 그러려고 하는 기업들이 거의 없어서..."]

[차주환/○○대학교 기획처장 : "정원 증원보다는, 이 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행·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지방대학에는 훨씬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약학과 늘리기가 생색내기에만 그치고 대학 내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 하지 않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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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계약 정원’ 확대…지방대 “수도권 쏠림 심화” 우려
    • 입력 2023-03-27 19:10:34
    • 수정2023-03-27 20:18:14
    뉴스7(광주)
[앵커]

광주과기원이 삼성전자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학과를 만듭니다.

입사를 약속받는 조건이어서 환영할 만한 일인데, 지역 대학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합니다.

어떤 사정인지 하선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정부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반도체 계약학과를 늘리겠다고 밝혔죠.

계약학과, 대학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는 학위 과정을 일컫습니다.

학생들의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채용 조건형'과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재교육형'이 있는데요.

채용 조건형은 산업체엔 맞춤형 인력을, 학생들에겐 취업을 보장해 많은 대학들이 운영을 탐내는 과정입니다.

정부가 최근 관련 법령을 개정했는데요.

종전에는 대학이 계약학과를 운영하려면 학과를 신설해야 했는데, 기존의 첨단 산업 분야 계약학과 정원을 최대 50%까지 늘리고, 학과 신설 없이도 일반 학과 정원의 20%를 '계약 정원'으로 운영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기준 완화가 과연 지역대학에는 기회일까요?

실태와 전망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광주과학기술원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학생들은 3학년때 정해진 시험을 통과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습니다.

광주과기원은 정원 30명,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5년제 반도체학과를 신설해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동선/광주과기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 : "반도체 인프라를 잘 갖추고, 교육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과기원에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송재혁/삼성전자 사장 : "지역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여 반도체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반도체 인력 양성 생태계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성균관대와 연세대, 카이스트 등 주로 수도권 4개 대학과 계약학과를 운영해왔습니다.

지역 대학과의 협력은 광주과기원이 첫 사례입니다.

[기자]

계약학과 확대 운영에 지역의 대학과 학생들도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대다수 대학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습니다.

그간의 계약학과 운영 실태를 보면 답이 있습니다.

[리포트]

전남지역의 한 대학 계약학과.

학과생들 모두 나주 혁신산단이나 전남지역 주요 회사에 채용이 약속돼 있습니다.

2학년이 되면 취업하고, 공부는 야간에 병행하는 조기 취업형으로 운영 중입니다.

[김용혁/○○대학교 스마트비즈니스학과 1학년 : "취업과 대학교 학위가 동시에 나온다는 점에서 고민 없이 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이 보장돼 인기가 높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올해 이 대학은 4개 계약학과 150명 모집에 61명만 채웠을 정도입니다.

광주·전남 전체 대학으로 놓고 봐도 지난해 계약학과의 신입생 충원율은 50%대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역 대학의 인원 배정이 재직자 재교육형이 많고, 학생 채용 조건형은 대기업보다는 대부분 중소기업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첨단산업 분야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 20곳 중 14곳이 수도권 소재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즉 기업체 찾기가 관건인데 지역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 관계자/음성변조 : "관련 유수 기업들이 지방대학에 손을 맞잡아줘야 하는데, 그러려고 하는 기업들이 거의 없어서..."]

[차주환/○○대학교 기획처장 : "정원 증원보다는, 이 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행·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지방대학에는 훨씬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약학과 늘리기가 생색내기에만 그치고 대학 내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 하지 않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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