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사라진 ‘다자녀 무상 우유’

입력 2023.03.28 (06:31) 수정 2023.03.28 (07: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다자녀 가구에 정부가 무상으로 우유를 지원하던 정책이 이달부터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뒤짚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장혁진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중학생 두 명과 초등학생 한 명을 자녀로 둔 학부모입니다.

새학기가 되자 우유 무상지원 대상에서 빠진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세 아이의 한 달 식비만 150만 원인데 우윳값으로 6만 원을 학교에 내야 할 처지입니다.

[유○○/다자녀가정 학부모 : "무상 우유까지 줄여 버리면, 저는 우유를 줄이면 그만큼 애들을 사다 줘야 되니까 거기에 대한 가계 부담이 더 올라가죠."]

인터넷 카페엔 다자녀 가구 우유 무상지원이 사라졌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날벼락이다, 살기 더 팍팍해졌다는 하소연도 이어집니다.

[박지애/다자녀가정 학부모 : "인구절벽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에 우리한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아이 많으면 애국자라고 하는데 그런 건 (혜택은)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문제는 불분명한 정부 지침 탓에 불거졌습니다.

5년 전 농식품부의 학교 우유 급식 지침, 무상 우유 지원 대상에 다자녀 가구를 고려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지침을 보면 이 조항이 없습니다.

다자녀 가정의 지원신청이 몰리면서 기존 예산으론 감당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 : "취약계층 우선 지원이라 다자녀 일부만 지원했습니다.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고요."]

다만 학교와 지자체가 재량으로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도록 했는데 이번에는 학교가 반발했습니다.

[지방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다자녀를 거르려면 영양사 선생님들께서 가족관계증명서라든지 증빙서류를 하나하나 다 받아야 됐던 거예요. 업무 과중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교육 당국의 요청에 올해부터 농식품부는 다자녀 가구 지원 근거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이런 사이 34곳 기초자치단체에서 6만여 다자녀 가구, 18만 명이 넘게 우유 무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 최진영/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이경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슬그머니 사라진 ‘다자녀 무상 우유’
    • 입력 2023-03-28 06:31:41
    • 수정2023-03-28 07:56:13
    뉴스광장 1부
[앵커]

다자녀 가구에 정부가 무상으로 우유를 지원하던 정책이 이달부터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뒤짚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장혁진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중학생 두 명과 초등학생 한 명을 자녀로 둔 학부모입니다.

새학기가 되자 우유 무상지원 대상에서 빠진다는 통보가 왔습니다.

세 아이의 한 달 식비만 150만 원인데 우윳값으로 6만 원을 학교에 내야 할 처지입니다.

[유○○/다자녀가정 학부모 : "무상 우유까지 줄여 버리면, 저는 우유를 줄이면 그만큼 애들을 사다 줘야 되니까 거기에 대한 가계 부담이 더 올라가죠."]

인터넷 카페엔 다자녀 가구 우유 무상지원이 사라졌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날벼락이다, 살기 더 팍팍해졌다는 하소연도 이어집니다.

[박지애/다자녀가정 학부모 : "인구절벽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대에 우리한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아이 많으면 애국자라고 하는데 그런 건 (혜택은) 하나도 없는 것 같고."]

문제는 불분명한 정부 지침 탓에 불거졌습니다.

5년 전 농식품부의 학교 우유 급식 지침, 무상 우유 지원 대상에 다자녀 가구를 고려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지침을 보면 이 조항이 없습니다.

다자녀 가정의 지원신청이 몰리면서 기존 예산으론 감당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 : "취약계층 우선 지원이라 다자녀 일부만 지원했습니다.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었고요."]

다만 학교와 지자체가 재량으로 다자녀 가구를 지원하도록 했는데 이번에는 학교가 반발했습니다.

[지방 교육청 관계자/음성변조 : "다자녀를 거르려면 영양사 선생님들께서 가족관계증명서라든지 증빙서류를 하나하나 다 받아야 됐던 거예요. 업무 과중이 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교육 당국의 요청에 올해부터 농식품부는 다자녀 가구 지원 근거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이런 사이 34곳 기초자치단체에서 6만여 다자녀 가구, 18만 명이 넘게 우유 무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KBS 뉴스 장혁진입니다.

촬영기자:김상민 최진영/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이경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