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그리운 북녘 고향 노래 돈돌라리

입력 2023.04.01 (08:27) 수정 2023.04.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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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속초 땅에는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이북의 고향을 떠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분들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네, 속초가 북녘의 고향과 조금이라도 가깝다 보니 이곳에 정착하신 분들이 많은데요.

이 실향민들을 통해 전승되고 있는 특별한 민요가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런 민요 직접 듣고 오셨다고요?

어떤 노랜인가요?

[답변]

혹시 ‘돈돌라리’라고 들어보셨나요?

[앵커]

돈돌라리요?

이름이 좀 특이하네요.

[답변]

네, 함경도 민요인데요.

‘돈돌라리’, ‘돌고 돈다’는 뜻입니다.

실향민들이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부른 노래라고 하는데요.

이제는 속초 지역의 전통문화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앵커]

전통문화가 됐으면 이런 걸 배우는 분 들도 계실 거 같아요.

[답변]

네, 초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데요.

그 현장에 제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돈돌라리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에게선 따뜻한 정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실향민 분들이 부르니 역시 애달픔, 그리움 등이 느껴졌습니다.

그럼,‘돈돌라리’ 민요, 함께 만나 보실까요?

[리포트]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봄기운이 감도는 속초의 한 초등학교,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노랫가락이 귓가에 울리는데요.

천진난만한 율동과 함께 오르내리는 선율에 가사를 읊조리는 아이들.

민요 ‘속초돈돌라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원래 함경도 민요였지만 지금은 속초 지역의 전통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루나/청호초 2학년 : "돈돌라리는 제자리에서 돌고 돈다는 뜻으로 북한에서 전해졌어요. 전해진 방법은 6‧25전쟁 때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많이 내려와서 돈돌라리를 많이 하니까 실향민 마을에 계속 전해진 거예요."]

‘돈돌라리’를 친구들과 함께 부르면서 그 의미도 되새겨봅니다.

[이루나/청호초 2학년 : "북한에서 전해진 노래라서 북한 사람들도 통일을 하고 싶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북녘 민요를 수업하게 된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김지선/속초 돈돌라리 강사 : "지금 다 세월이 흘러 (실향민들이) 어르신들이 되셨잖아요. 그걸 누가 길게 보존해줄까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배우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그럴 거 같아서."]

동해를 마주한 해안가.

전쟁 이후 함경도 실향민들이 정착한 이곳은 ‘아바이마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속초 돈돌라리가 세대를 이어서 전해져 온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6‧25 전쟁 당시에 남쪽으로 피란을 온 이북 사람들은 북한과 가까운 이곳 속초에 터전을 잡았는데요.

그리고 고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북한의 민요 돈돌라리는 망향의 한을 달래준 소중한 노래였습니다.

아바이마을 주민들에겐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는데요.

터전을 잡기까지, 녹록지 않았던 세월이, 이젠 어제 일 같습니다.

[김청자/아바이마을 주민 : "지금같이 개발이 안 돼서 그때는 파도가 치면 집으로 물이 다 들어와요."]

[김재규/아바이마을 주민 : "물도 안 나오니까 소방차가 와서 물을 주고 가고 그랬어요. 소방차가 오면 물을 양동이에 받아서 그물을 하루 종일 써야 하고…."]

그래서겠죠, 모진 세월 속 한 가락 노래는 고향과 가족을 두고 온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고 합니다.

[김재규/속초시 청호동 : "주로 살기가 어려우니까 들밭에 가서 농사하면서 한이 서리고 이럴 때 노래도 부르고, 노래라도 부르면 좀 마음이 가라앉고 이러니까 그럴 때 많이 불렀데요."]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모래청상에 돈돌라리요. 모래 청상에 돈돌라리요.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시내 강변에 돈돌라리요."]

북한에선 돈돌라리를 ‘달래춤’과 함께 부른 전통 민요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또 분단 이전, 일제 강점기엔 독립을 염원하는 의미로 불렀다고 합니다.

[김청자/속초시 청호동 : "일본강점기 때는 그 사람들 약 올리려고 그런 노래도 했었고, 또 지금은 그 한이 어지간히 삭혀지잖아요. 즐겁게 남은 인생을 여정을 보내자 이렇게 해서 경쾌하게도 부를 수 있고 이렇게 하는 거죠."]

실향민을 통해 속초에 전파가 된 돈돌라리, 현재는 속초 지역 문화원을 중심으로 연구와 전승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럼 돈돌라리는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양용석/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 : "발해에서 행하던 원무 형식의 놀이가 돈돌라리의 기원이 아닌가 추측하고 연구하신 학자분들도 계시고요. 이게 구체적으로 기록에 나와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상황이었는데, 지금과 모습이 유사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나왔다고."]

특히 속초 지역에 전해진 돈돌라리엔 고유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양용석/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 : "고향 떠나온 지 몇 해가 지났는데, 아직까지 오빠나 가족들의 소식, 편지 한 장 없구나 이런 식의 가사들이 변모가 되는 거죠."]

지역 실향민이 부르는 가사와 음을 기록해 나갔고, 이들이 참가한 공연단을 구성하기도 했는데요.

문화재청의 ‘미래무형문화유산’ 사업에 올해로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양용석/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 : "속초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 즉 실향민 마을이란 정체성을 부각시키면서, 이주민 속으로 자리 잡고 또 북한의 원형을 갖고 가려면 좀 더 빠른 시기 내에 이런 연구가 진행돼야 하지 않나..."]

돈돌라리는 이제 속초 지역의 전통 문화로 자리매김했는데요.

돌고 돌아 고향에 돌아가길 바랐던 실향민들은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속초에서 밝히며 다음 세대를 위한 시대의 유산을 남기고 있습니다.

전승 작업에 참여했던 실향민 1세대인 민명선 할머니.

함경남도 신북청이 고향인 민 할머니는 추억 속에 아련히 묻은 고향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는데요.

[민명선/실향민 : "신북청 안곡이라는데가 있어요. 거긴 추운 것 같아도 양지발라서 좋아요."]

22살, 전쟁으로 남쪽에 내려온 지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함께 부르던 고향의 노래는 여전히 선명합니다.

어느덧 90대 노인이 된 민 할머니에게 돈돌라리는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곡입니다.

[민명선/실향민 : "돈돌라리를 북청 사람밖에 몰라요. 북청 노래야. 돈돌라리 춤 다리 밑에서 다 하면서 도루룩 식혜 한 사람 그거 갖고 오고 어떤 사람은 떡 갖고 오고, 너도 먹어라 먹어."]

민 할머니 같은 실향민 1세대를 돌보며 속초 돈돌라리 보존회를 만든 이들도 있는데요.

김민희 씨는 돈돌라리에 담긴 어르신들의 추억과 가락을 채집해 기록하는 작업이 남북을 잇기를 기대해봅니다.

[김민희/속초돈돌라리 보존회장 : "고향 함께 가서 공연도 하고 고향분들도 만나고 그렇게 약속을 드렸었는데요 꼭 한 번 이북가서요 꼭 한번 돈돌라리 노래 하고 싶습니다."]

[민명선/실향민 : "노래를 좋아하고 기억하고 부르면 내가 얼마나 좋겠어.나도 좋고 말이야. 내 노래인데, 얼마나 좋아. 한 잔 먹으면 더 좋아."]

70여 년의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린 실향민의 문화는 속초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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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그리운 북녘 고향 노래 돈돌라리
    • 입력 2023-04-01 08:27:19
    • 수정2023-04-01 10: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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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원도 속초 땅에는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이북의 고향을 떠나왔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분들이 많이 살고 계십니다.

네, 속초가 북녘의 고향과 조금이라도 가깝다 보니 이곳에 정착하신 분들이 많은데요.

이 실향민들을 통해 전승되고 있는 특별한 민요가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런 민요 직접 듣고 오셨다고요?

어떤 노랜인가요?

[답변]

혹시 ‘돈돌라리’라고 들어보셨나요?

[앵커]

돈돌라리요?

이름이 좀 특이하네요.

[답변]

네, 함경도 민요인데요.

‘돈돌라리’, ‘돌고 돈다’는 뜻입니다.

실향민들이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부른 노래라고 하는데요.

이제는 속초 지역의 전통문화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앵커]

전통문화가 됐으면 이런 걸 배우는 분 들도 계실 거 같아요.

[답변]

네, 초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데요.

그 현장에 제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돈돌라리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에게선 따뜻한 정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실향민 분들이 부르니 역시 애달픔, 그리움 등이 느껴졌습니다.

그럼,‘돈돌라리’ 민요, 함께 만나 보실까요?

[리포트]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봄기운이 감도는 속초의 한 초등학교,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노랫가락이 귓가에 울리는데요.

천진난만한 율동과 함께 오르내리는 선율에 가사를 읊조리는 아이들.

민요 ‘속초돈돌라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원래 함경도 민요였지만 지금은 속초 지역의 전통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루나/청호초 2학년 : "돈돌라리는 제자리에서 돌고 돈다는 뜻으로 북한에서 전해졌어요. 전해진 방법은 6‧25전쟁 때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많이 내려와서 돈돌라리를 많이 하니까 실향민 마을에 계속 전해진 거예요."]

‘돈돌라리’를 친구들과 함께 부르면서 그 의미도 되새겨봅니다.

[이루나/청호초 2학년 : "북한에서 전해진 노래라서 북한 사람들도 통일을 하고 싶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북녘 민요를 수업하게 된 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김지선/속초 돈돌라리 강사 : "지금 다 세월이 흘러 (실향민들이) 어르신들이 되셨잖아요. 그걸 누가 길게 보존해줄까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배우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그럴 거 같아서."]

동해를 마주한 해안가.

전쟁 이후 함경도 실향민들이 정착한 이곳은 ‘아바이마을’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속초 돈돌라리가 세대를 이어서 전해져 온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6‧25 전쟁 당시에 남쪽으로 피란을 온 이북 사람들은 북한과 가까운 이곳 속초에 터전을 잡았는데요.

그리고 고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북한의 민요 돈돌라리는 망향의 한을 달래준 소중한 노래였습니다.

아바이마을 주민들에겐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이었는데요.

터전을 잡기까지, 녹록지 않았던 세월이, 이젠 어제 일 같습니다.

[김청자/아바이마을 주민 : "지금같이 개발이 안 돼서 그때는 파도가 치면 집으로 물이 다 들어와요."]

[김재규/아바이마을 주민 : "물도 안 나오니까 소방차가 와서 물을 주고 가고 그랬어요. 소방차가 오면 물을 양동이에 받아서 그물을 하루 종일 써야 하고…."]

그래서겠죠, 모진 세월 속 한 가락 노래는 고향과 가족을 두고 온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고 합니다.

[김재규/속초시 청호동 : "주로 살기가 어려우니까 들밭에 가서 농사하면서 한이 서리고 이럴 때 노래도 부르고, 노래라도 부르면 좀 마음이 가라앉고 이러니까 그럴 때 많이 불렀데요."]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모래청상에 돈돌라리요. 모래 청상에 돈돌라리요. 돈돌라리 돈돌라리 돈돌라리요. 시내 강변에 돈돌라리요."]

북한에선 돈돌라리를 ‘달래춤’과 함께 부른 전통 민요로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또 분단 이전, 일제 강점기엔 독립을 염원하는 의미로 불렀다고 합니다.

[김청자/속초시 청호동 : "일본강점기 때는 그 사람들 약 올리려고 그런 노래도 했었고, 또 지금은 그 한이 어지간히 삭혀지잖아요. 즐겁게 남은 인생을 여정을 보내자 이렇게 해서 경쾌하게도 부를 수 있고 이렇게 하는 거죠."]

실향민을 통해 속초에 전파가 된 돈돌라리, 현재는 속초 지역 문화원을 중심으로 연구와 전승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럼 돈돌라리는 어디서 유래했을까요?

[양용석/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 : "발해에서 행하던 원무 형식의 놀이가 돈돌라리의 기원이 아닌가 추측하고 연구하신 학자분들도 계시고요. 이게 구체적으로 기록에 나와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상황이었는데, 지금과 모습이 유사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나왔다고."]

특히 속초 지역에 전해진 돈돌라리엔 고유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양용석/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 : "고향 떠나온 지 몇 해가 지났는데, 아직까지 오빠나 가족들의 소식, 편지 한 장 없구나 이런 식의 가사들이 변모가 되는 거죠."]

지역 실향민이 부르는 가사와 음을 기록해 나갔고, 이들이 참가한 공연단을 구성하기도 했는데요.

문화재청의 ‘미래무형문화유산’ 사업에 올해로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양용석/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 : "속초만이 갖고 있는 정체성 즉 실향민 마을이란 정체성을 부각시키면서, 이주민 속으로 자리 잡고 또 북한의 원형을 갖고 가려면 좀 더 빠른 시기 내에 이런 연구가 진행돼야 하지 않나..."]

돈돌라리는 이제 속초 지역의 전통 문화로 자리매김했는데요.

돌고 돌아 고향에 돌아가길 바랐던 실향민들은 이제, 인생의 황혼기를 속초에서 밝히며 다음 세대를 위한 시대의 유산을 남기고 있습니다.

전승 작업에 참여했던 실향민 1세대인 민명선 할머니.

함경남도 신북청이 고향인 민 할머니는 추억 속에 아련히 묻은 고향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 보는데요.

[민명선/실향민 : "신북청 안곡이라는데가 있어요. 거긴 추운 것 같아도 양지발라서 좋아요."]

22살, 전쟁으로 남쪽에 내려온 지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함께 부르던 고향의 노래는 여전히 선명합니다.

어느덧 90대 노인이 된 민 할머니에게 돈돌라리는 희로애락이 담긴 인생곡입니다.

[민명선/실향민 : "돈돌라리를 북청 사람밖에 몰라요. 북청 노래야. 돈돌라리 춤 다리 밑에서 다 하면서 도루룩 식혜 한 사람 그거 갖고 오고 어떤 사람은 떡 갖고 오고, 너도 먹어라 먹어."]

민 할머니 같은 실향민 1세대를 돌보며 속초 돈돌라리 보존회를 만든 이들도 있는데요.

김민희 씨는 돈돌라리에 담긴 어르신들의 추억과 가락을 채집해 기록하는 작업이 남북을 잇기를 기대해봅니다.

[김민희/속초돈돌라리 보존회장 : "고향 함께 가서 공연도 하고 고향분들도 만나고 그렇게 약속을 드렸었는데요 꼭 한 번 이북가서요 꼭 한번 돈돌라리 노래 하고 싶습니다."]

[민명선/실향민 : "노래를 좋아하고 기억하고 부르면 내가 얼마나 좋겠어.나도 좋고 말이야. 내 노래인데, 얼마나 좋아. 한 잔 먹으면 더 좋아."]

70여 년의 세월 동안 뿌리를 내린 실향민의 문화는 속초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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