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기권] 고물가에 끼니 거르는 대학생…천 원 아침밥 ‘오픈런’

입력 2023.04.01 (21:22) 수정 2023.04.01 (21: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매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오늘(1일)도 박대기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늘은 어떤 이야깁니까?

[기자]

요즘 '천원의 아침밥'이 인기입니다.

대학의 학생 식당에서 아침밥을 천 원에 파는 것입니다.

인기 배경과 이면을 취재했습니다.

[앵커]

박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죠?

많이 북적이던가요.

[기자]

네, 첫 키워드가 학생식당 '오픈런'입니다.

문 열자마자 달려간다고 해서 '오픈런'인데 '천원의 아침밥' 파는 대학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제가 경희대학교에 어제(31일) 다녀왔는데 한번 보시겠습니다.

경희대 학생식당입니다.

식권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인데도 자판기 앞에 길게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매일 130개로 제한돼 있어 늦으면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다행히 매진은 아니라서 저도 제 값을 내고 먹어봤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배춧국.

아주 특별한 메뉴는 아니지만,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진입니다.

천원의 아침 이후, 아침을 먹는 학생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김주연/경희대 경영학과 : "보통 밥 먹으려면 만 원 정도 써야 하는데 천 원이면 좋은 거 같아요."]

[앵커]

이렇게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히 고물가 때문이겠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가 "세 끼는 사치"인데요.

대학생들은 외식 물가 때문에 하루 세끼를 먹는 건 사치다, 심지어 두 끼도 사치라고 말합니다.

아침 안 먹은 이유가 잠이 많아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라는 말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유광형/경희대 철학과 : "원래는 점심 하고 저녁을 거의 먹었는데 아무래도 돈 부담이 되다 보니까 지금 천원의 아침식사 사업한 이후로는 아침하고 점심을 먹고 있거든요."]

[안종범/한국외대 국제학부 : "자취생 입장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터라 가끔은 늦은 점심을 먹어 하루를 한 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혜진/서울교대 : "대학생들도 식비 부담 없이 하루 두 끼 건강하게 먹고 지내고 싶습니다."]

실제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물가 상승 이후 가장 먼저 줄인 지출로 '식비'를 꼽는 학생이 77%로 가장 많았습니다.

[앵커]

천 원에 아침밥을 공급하려면 정부나 학교에서도 지원을 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돼 있습니까.

[기자]

이 제도는 6년 전부터 농식품부가 시행해온 사업입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 예산은 일부만 지원됩니다.

경희대를 예로 들면 원래 아침밥 가격이 4천 원입니다.

정부가 천 원씩 내고 나머지 2천 원을 학교 측이 부담해서 학생은 천 원만 내고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밥값 절반은 대학이 낸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걸 부담스러워해서 참여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그래서 마지막 키워드입니다.

천원 아침밥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대학의 재정이 튼튼하거나 동문회에서 기부하는 곳은 이 사업이 잘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전국 대학 수가 336곳인데요.

이 가운데 천원의 아침밥 참여 대학은 41곳으로 12% 남짓에 불과합니다.

재정이 어려운 대학의 경우에는 학생식당이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또, 남아있는 학생 식당도 물가가 오르면서 한 끼에 4천 원에서 7천 원까지 받아서 '값싼 학생식당'이란 말도 옛 말이 됐습니다.

[앵커]

정부가 좀 더 예산을 늘린다거나 할 순 없습니까.

[기자]

정부가 올해 약 8억 원인 예산을 두 배로 늘려서 참여 대학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끼 지원금액은 천 원 그대로라서 돈이 없는 대학은 여전히 참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가 당초 6년 전에 이 정책을 도입했던 이유는 쌀 소비를 늘리려던 것이었습니다.

젊은 층이 아침 식사를 하는 습관이 없어서 쌀 소비가 줄어든다면서, 다른 부서가 아닌 농식품부에서 정책을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시행하고 보니 대학생들이 끼니 거르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아침을 먹고 저녁은 거르는 것입니다.

자취 월세도 올랐고 취업도 쉽지 않습니다.

식비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고석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제대기권] 고물가에 끼니 거르는 대학생…천 원 아침밥 ‘오픈런’
    • 입력 2023-04-01 21:22:04
    • 수정2023-04-01 21:42:31
    뉴스 9
[앵커]

매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박대기 기자의 경제대기권, 오늘(1일)도 박대기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오늘은 어떤 이야깁니까?

[기자]

요즘 '천원의 아침밥'이 인기입니다.

대학의 학생 식당에서 아침밥을 천 원에 파는 것입니다.

인기 배경과 이면을 취재했습니다.

[앵커]

박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죠?

많이 북적이던가요.

[기자]

네, 첫 키워드가 학생식당 '오픈런'입니다.

문 열자마자 달려간다고 해서 '오픈런'인데 '천원의 아침밥' 파는 대학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제가 경희대학교에 어제(31일) 다녀왔는데 한번 보시겠습니다.

경희대 학생식당입니다.

식권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인데도 자판기 앞에 길게 줄이 만들어졌습니다.

매일 130개로 제한돼 있어 늦으면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다행히 매진은 아니라서 저도 제 값을 내고 먹어봤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배춧국.

아주 특별한 메뉴는 아니지만,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진입니다.

천원의 아침 이후, 아침을 먹는 학생이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김주연/경희대 경영학과 : "보통 밥 먹으려면 만 원 정도 써야 하는데 천 원이면 좋은 거 같아요."]

[앵커]

이렇게 학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히 고물가 때문이겠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가 "세 끼는 사치"인데요.

대학생들은 외식 물가 때문에 하루 세끼를 먹는 건 사치다, 심지어 두 끼도 사치라고 말합니다.

아침 안 먹은 이유가 잠이 많아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라는 말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유광형/경희대 철학과 : "원래는 점심 하고 저녁을 거의 먹었는데 아무래도 돈 부담이 되다 보니까 지금 천원의 아침식사 사업한 이후로는 아침하고 점심을 먹고 있거든요."]

[안종범/한국외대 국제학부 : "자취생 입장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터라 가끔은 늦은 점심을 먹어 하루를 한 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혜진/서울교대 : "대학생들도 식비 부담 없이 하루 두 끼 건강하게 먹고 지내고 싶습니다."]

실제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물가 상승 이후 가장 먼저 줄인 지출로 '식비'를 꼽는 학생이 77%로 가장 많았습니다.

[앵커]

천 원에 아침밥을 공급하려면 정부나 학교에서도 지원을 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돼 있습니까.

[기자]

이 제도는 6년 전부터 농식품부가 시행해온 사업입니다.

그런데 정작 정부 예산은 일부만 지원됩니다.

경희대를 예로 들면 원래 아침밥 가격이 4천 원입니다.

정부가 천 원씩 내고 나머지 2천 원을 학교 측이 부담해서 학생은 천 원만 내고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밥값 절반은 대학이 낸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걸 부담스러워해서 참여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을 것 같아요.

[기자]

그래서 마지막 키워드입니다.

천원 아침밥도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대학의 재정이 튼튼하거나 동문회에서 기부하는 곳은 이 사업이 잘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이 더 많은 실정입니다.

전국 대학 수가 336곳인데요.

이 가운데 천원의 아침밥 참여 대학은 41곳으로 12% 남짓에 불과합니다.

재정이 어려운 대학의 경우에는 학생식당이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또, 남아있는 학생 식당도 물가가 오르면서 한 끼에 4천 원에서 7천 원까지 받아서 '값싼 학생식당'이란 말도 옛 말이 됐습니다.

[앵커]

정부가 좀 더 예산을 늘린다거나 할 순 없습니까.

[기자]

정부가 올해 약 8억 원인 예산을 두 배로 늘려서 참여 대학을 추가 선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끼 지원금액은 천 원 그대로라서 돈이 없는 대학은 여전히 참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가 당초 6년 전에 이 정책을 도입했던 이유는 쌀 소비를 늘리려던 것이었습니다.

젊은 층이 아침 식사를 하는 습관이 없어서 쌀 소비가 줄어든다면서, 다른 부서가 아닌 농식품부에서 정책을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시행하고 보니 대학생들이 끼니 거르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아침을 먹고 저녁은 거르는 것입니다.

자취 월세도 올랐고 취업도 쉽지 않습니다.

식비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고석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