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다 외교’의 두 얼굴

입력 2023.04.03 (06:30) 수정 2023.04.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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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의 판다 외교란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판다를 보내 우호 관계를 다지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최근 판다 외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고 합니다.

베이징 연결해 알아봅니다.

조성원 특파원, 우선 중국 정부가 판다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던데, 판다 연구 기지에 직접 다녀왔죠?

[기자]

네, 판다 연구 기지가 5곳이나 있는 중국 쓰촨성은 소설 삼국지 촉나라의 땅이자 판다의 고향입니다.

특히 성도 청두의 판다 연구 기지는 판다 보호와 관찰의 중심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면서 요즘 이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판다가 재롱을 부릴 때마다 탄성이 터집니다.

사육사가 주는 사과를 받아 별식으로 즐기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주식은 역시 대나무입니다.

[청두 판다 기지 가이드 : "(판다가 대나무만 먹나요?) 먹이의 99%가 대나무입니다. 대나무의 세 부분을 먹는데 대나무 잎, 죽순, 줄기를 먹습니다."]

중국 당국은 한때 멸종위기에 놓였던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번식과 자연 방사 사업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야생 판다만 1.800 마리가 넘습니다.

판다에 대한 관심은 중국도 생태와 환경을 중시한다는 국내외 정책 홍보에 유용합니다.

[후룽/'청두 판다 기지' 부주임 : "판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중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공식 설립되었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자연보호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합니다."]

[앵커]

화면으로만 봐도 판다가 순하고 귀여워 보이는데요.

이런 이미지를 중국 당국이 공공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죠?

[기자]

대표적인 사례를 얼마 전 일본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국민 판다'라는 샹상이 중국으로 보내지기 직전이었는데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관람객이 엄청나게 몰렸습니다.

마치 아이돌 스타를 대하듯 판다 사진을 찍더니,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양국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판다의 귀환에 관심이 쏠린 건데요.

샹샹이 중일 관계의 호재가 되자 샹샹의 부모 판다를 일본에 보냈던 중국 정부는 반색했습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판다를 마스코트로 활용했었죠.

자국 축구팀이 본선에도 못오른 카타르 월드컵 때도 카타르에 판다 전시관을 열어 국가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같은 판다 외교는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중국이 미국에 선물한 판다 두 마리는 양국의 우호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판다 외교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을 정도로 판다는 여전히 미중관계에 의미가 큽니다.

[친강/중국 외교부장/당시 주미 대사 : "판다는 (미·중) 우정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앵커]

판다가 상당히 성공적인 공공외교 수단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판다 외교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은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 해외에 보내는데요.

이때 한해 최대 13억 원 가량을 받습니다.

번식 연구 기금 명목입니다.

대여한 판다가 새끼를 낳아도 중국이 5억 원 가량을 받고 번식기인 서너 살이 되면 중국에 보내야 합니다.

샹샹이 그런 경우입니다.

판다와 함께 거액이 오가니 장삿속 아니냔 시선도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족과 유대 관계가 돈독한 판다를 마구 주고 받아선 안 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정치적 논란도 적잖습니다.

신장·위구르의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희석시키는데 판다의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새끼 판다 송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도 제출됐습니다.

[낸시 메이스/미 하원의원 :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깁니다. 우리는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미중 관계에 악재가 돌출하면 판다를 조기에 돌려받자는 주장이 중국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반세기 동안 환영받던 판다 외교가 자칫 외교적 부담이 되는 현실은 미중 긴장 관계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이창준/영상편집:이태희/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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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판다 외교’의 두 얼굴
    • 입력 2023-04-03 06:30:08
    • 수정2023-04-03 10:03:47
    뉴스광장 1부
[앵커]

중국의 판다 외교란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판다를 보내 우호 관계를 다지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최근 판다 외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고 합니다.

베이징 연결해 알아봅니다.

조성원 특파원, 우선 중국 정부가 판다 보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던데, 판다 연구 기지에 직접 다녀왔죠?

[기자]

네, 판다 연구 기지가 5곳이나 있는 중국 쓰촨성은 소설 삼국지 촉나라의 땅이자 판다의 고향입니다.

특히 성도 청두의 판다 연구 기지는 판다 보호와 관찰의 중심집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꺾이면서 요즘 이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판다가 재롱을 부릴 때마다 탄성이 터집니다.

사육사가 주는 사과를 받아 별식으로 즐기기도 하지만요.

그래도 주식은 역시 대나무입니다.

[청두 판다 기지 가이드 : "(판다가 대나무만 먹나요?) 먹이의 99%가 대나무입니다. 대나무의 세 부분을 먹는데 대나무 잎, 죽순, 줄기를 먹습니다."]

중국 당국은 한때 멸종위기에 놓였던 판다를 보호하기 위해 번식과 자연 방사 사업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야생 판다만 1.800 마리가 넘습니다.

판다에 대한 관심은 중국도 생태와 환경을 중시한다는 국내외 정책 홍보에 유용합니다.

[후룽/'청두 판다 기지' 부주임 : "판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중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공식 설립되었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자연보호가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음을 상징합니다."]

[앵커]

화면으로만 봐도 판다가 순하고 귀여워 보이는데요.

이런 이미지를 중국 당국이 공공외교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죠?

[기자]

대표적인 사례를 얼마 전 일본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국민 판다'라는 샹상이 중국으로 보내지기 직전이었는데요.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관람객이 엄청나게 몰렸습니다.

마치 아이돌 스타를 대하듯 판다 사진을 찍더니, 아쉬움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양국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판다의 귀환에 관심이 쏠린 건데요.

샹샹이 중일 관계의 호재가 되자 샹샹의 부모 판다를 일본에 보냈던 중국 정부는 반색했습니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도 판다를 마스코트로 활용했었죠.

자국 축구팀이 본선에도 못오른 카타르 월드컵 때도 카타르에 판다 전시관을 열어 국가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같은 판다 외교는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중국이 미국에 선물한 판다 두 마리는 양국의 우호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판다 외교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을 정도로 판다는 여전히 미중관계에 의미가 큽니다.

[친강/중국 외교부장/당시 주미 대사 : "판다는 (미·중) 우정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함께 일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앵커]

판다가 상당히 성공적인 공공외교 수단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판다 외교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은 판다를 대여 형식으로 해외에 보내는데요.

이때 한해 최대 13억 원 가량을 받습니다.

번식 연구 기금 명목입니다.

대여한 판다가 새끼를 낳아도 중국이 5억 원 가량을 받고 번식기인 서너 살이 되면 중국에 보내야 합니다.

샹샹이 그런 경우입니다.

판다와 함께 거액이 오가니 장삿속 아니냔 시선도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가족과 유대 관계가 돈독한 판다를 마구 주고 받아선 안 된다며 판다 외교 자체를 비판합니다.

정치적 논란도 적잖습니다.

신장·위구르의 인권이나 타이완 문제 등을 희석시키는데 판다의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 새끼 판다 송환 합의를 폐기하자는 법안도 제출됐습니다.

[낸시 메이스/미 하원의원 : "해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판다의 짧은 체류 이면에 감춰진 사악한 음모를 알지 못한 채 판다를 즐깁니다. 우리는 중국의 선전 캠페인에 자금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미중 관계에 악재가 돌출하면 판다를 조기에 돌려받자는 주장이 중국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반세기 동안 환영받던 판다 외교가 자칫 외교적 부담이 되는 현실은 미중 긴장 관계의 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이창준/영상편집:이태희/자료조사: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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