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눈치보기에 출혈 경쟁까지…성과 나누는 상생구조 필요

입력 2023.04.03 (12:24) 수정 2023.05.0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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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제도 개편에 나섰죠.

그런데 현재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임금 체계만 손봐서는 격차 해소가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신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중소기업에선 반도체 핵심인 웨이퍼를 고정하는 장치를 만듭니다.

원재료인 구릿값이 최근 20% 뛰었지만, 납품가는 3년째 그대로입니다.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 : "희귀, 비철금속은 100% 이상씩 오르고 그랬거든요. 생산 단가하고 직결되기 때문에 업체에다가 사실 읍소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녹록하지는 않죠."]

주도권을 쥔 원청에 인상을 요구하긴 쉽지 않습니다.

원청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했을 때 받아들여진 경우는 세 건 중 한 건 정도(36%)에 불과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하청업체 간 '최저가 경쟁'을 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제지기계 제조업체 대표 : "일부러 가격을 줄이기 위해서 경쟁을 많이 붙여요. 그렇게 해서 (원청에) 붙게 되면 다른 일이 또 나오니까. 좀 싸더라도 그렇게 그냥 가는 부분들이 있죠."]

출혈 경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를 더욱 벌리는 요인입니다.

재작년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이 6.3%인데 반해, 부품을 대는 1차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했습니다.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 :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거죠. '곳간에서 인심 난다' 그러잖아요. 기본적으로 기업이 어느 정도 유지는 할 수 있어야지."]

정부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없애고 업무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직무급제가 같은 기업 안에서 격차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대-중소기업 간 이중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는 미미할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조성재/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수직 계열화된 상태 속에서 원청 기업이 거래 관계에서 우위에 서게 되고, 하청 중소기업들 같은 경우는 지불 능력 자체가 제약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일군 성과를 원-하청이 공정하게 나누는 상생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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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청 눈치보기에 출혈 경쟁까지…성과 나누는 상생구조 필요
    • 입력 2023-04-03 12:24:11
    • 수정2023-05-03 16:12:59
    뉴스 12
[앵커]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제도 개편에 나섰죠.

그런데 현재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임금 체계만 손봐서는 격차 해소가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신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중소기업에선 반도체 핵심인 웨이퍼를 고정하는 장치를 만듭니다.

원재료인 구릿값이 최근 20% 뛰었지만, 납품가는 3년째 그대로입니다.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 : "희귀, 비철금속은 100% 이상씩 오르고 그랬거든요. 생산 단가하고 직결되기 때문에 업체에다가 사실 읍소를 할 수밖에 없어요. 근데 녹록하지는 않죠."]

주도권을 쥔 원청에 인상을 요구하긴 쉽지 않습니다.

원청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했을 때 받아들여진 경우는 세 건 중 한 건 정도(36%)에 불과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하청업체 간 '최저가 경쟁'을 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제지기계 제조업체 대표 : "일부러 가격을 줄이기 위해서 경쟁을 많이 붙여요. 그렇게 해서 (원청에) 붙게 되면 다른 일이 또 나오니까. 좀 싸더라도 그렇게 그냥 가는 부분들이 있죠."]

출혈 경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를 더욱 벌리는 요인입니다.

재작년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이 6.3%인데 반해, 부품을 대는 1차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했습니다.

[반도체 부품업체 대표 :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그런 상황이 생길 수 있는 거죠. '곳간에서 인심 난다' 그러잖아요. 기본적으로 기업이 어느 정도 유지는 할 수 있어야지."]

정부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없애고 업무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직무급제가 같은 기업 안에서 격차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대-중소기업 간 이중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는 미미할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조성재/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수직 계열화된 상태 속에서 원청 기업이 거래 관계에서 우위에 서게 되고, 하청 중소기업들 같은 경우는 지불 능력 자체가 제약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일군 성과를 원-하청이 공정하게 나누는 상생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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