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즉석밥 용기의 배반?…“재활용하려고 열심히 씻었는데…”

입력 2023.04.03 (18:00) 수정 2023.04.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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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 콕입니다.

고슬고슬한 밥알 사이로 뜨거운 김과 함께 나는 구수한 냄새 한국인의 주식, '밥'입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도 이런 정겨운 구절이 나옵니다.

["오래간만에 들밥 한번 먹어보네 오늘."]

들일을 하다 들에서 먹는 들밥의 추억, 그리고 40대 이상이라면 안방 아랫목에 덮여 있던 밥 주발의 기억도 있을 겁니다.

온돌 위에서 뜨끈뜨끈해진 밥 주발을 어머니는 속이 깊은 스테인리스 찬합에 한번 더 넣어 담요로 덮어두셨지요.

"집에서는 밥내가 나야 한다"며 뜨끈뜨끈한 밥을 언제나 지켜 내는 건 어머니들의 사명과도 같았습니다.

그 정성과 수고로움을 획기적으로 덜어 준 상품이 등장했으니 바로 즉석밥이었습니다.

1996년 12월에 처음 출시됐는데요.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갓 지은 밥 못지 않게 맛있다"며 널리 홍보됐습니다.

지금은 라면 못지 않게 대중화된 이 즉석밥.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데 즉석밥 드신 다음에 용기는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즉석밥 용기 1개는 약 10g 안팎으로, 한 브랜드 특정 상품의 연간 판매량만 해도 약 5억 개로 5000톤이 넘는 무게의 용기가 쓰레기로 나옵니다.

자, 이 용기들.. 그동안 당연히 재활용 되는 걸로 알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열심히 씻고 말려서 정성껏 분리 배출하신 분들 많았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활용, 안된다고 합니다.

즉석밥의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와 조금 다른 취급을 받기 때문인데요.

이 용기는 우리가 플라스틱으로 분류해 재활용하는 폴리프로필렌(PP)이 95%를 차지하지만 5%는 다른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분리수거 시 'OTHER(기타)'로 분류되는데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인' 복합 재질이라는 뜻입니다.

이럴 경우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재활용’은 불가능하다는 건데요.

따라서 즉석밥 용기를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해 내놓으면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죠, 처음부터 용기를 100%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써서 만들면 안 되나?

하지만 이 경우에는 용기의 보관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업체 측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용기는 산소와 미생물을 차단하고 햇빛, 온도, 습도의 영향을 받지 않게 플라스틱 사이에 산소차단층을 끼워넣는 3중 재질로 만드는데 분리수거를 위해 단일 재질로만 만들 경우 현재와 같이 상온에서 9개월이라는 소비 기한을 보장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겁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즉석밥 용기만을 따로 수거할 수 있다면 재활용이 가능하긴 하다는데요.

따라서 즉석밥 제조업체에서 용기 반납을 유도할 수 있게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반납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는 등 유인책을 적극 활용한다면 재활용 될 수 있습니다.

소비만능시대라고는 해도, 물건을 사는 그 시점에 ‘버리는 순간’을 같이 고민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걸, 업체들도 헤아렸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티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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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03 18:00:47
    • 수정2023-04-03 18:18:20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 콕입니다.

고슬고슬한 밥알 사이로 뜨거운 김과 함께 나는 구수한 냄새 한국인의 주식, '밥'입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에도 이런 정겨운 구절이 나옵니다.

["오래간만에 들밥 한번 먹어보네 오늘."]

들일을 하다 들에서 먹는 들밥의 추억, 그리고 40대 이상이라면 안방 아랫목에 덮여 있던 밥 주발의 기억도 있을 겁니다.

온돌 위에서 뜨끈뜨끈해진 밥 주발을 어머니는 속이 깊은 스테인리스 찬합에 한번 더 넣어 담요로 덮어두셨지요.

"집에서는 밥내가 나야 한다"며 뜨끈뜨끈한 밥을 언제나 지켜 내는 건 어머니들의 사명과도 같았습니다.

그 정성과 수고로움을 획기적으로 덜어 준 상품이 등장했으니 바로 즉석밥이었습니다.

1996년 12월에 처음 출시됐는데요.

전자레인지에 2분만 돌리면 "갓 지은 밥 못지 않게 맛있다"며 널리 홍보됐습니다.

지금은 라면 못지 않게 대중화된 이 즉석밥.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데 즉석밥 드신 다음에 용기는 어떻게 처리하시나요?

즉석밥 용기 1개는 약 10g 안팎으로, 한 브랜드 특정 상품의 연간 판매량만 해도 약 5억 개로 5000톤이 넘는 무게의 용기가 쓰레기로 나옵니다.

자, 이 용기들.. 그동안 당연히 재활용 되는 걸로 알고 계시지 않으셨나요?

그래서 열심히 씻고 말려서 정성껏 분리 배출하신 분들 많았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재활용, 안된다고 합니다.

즉석밥의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와 조금 다른 취급을 받기 때문인데요.

이 용기는 우리가 플라스틱으로 분류해 재활용하는 폴리프로필렌(PP)이 95%를 차지하지만 5%는 다른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분리수거 시 'OTHER(기타)'로 분류되는데요.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섞인' 복합 재질이라는 뜻입니다.

이럴 경우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재활용’은 불가능하다는 건데요.

따라서 즉석밥 용기를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해 내놓으면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죠, 처음부터 용기를 100%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써서 만들면 안 되나?

하지만 이 경우에는 용기의 보관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업체 측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용기는 산소와 미생물을 차단하고 햇빛, 온도, 습도의 영향을 받지 않게 플라스틱 사이에 산소차단층을 끼워넣는 3중 재질로 만드는데 분리수거를 위해 단일 재질로만 만들 경우 현재와 같이 상온에서 9개월이라는 소비 기한을 보장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겁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즉석밥 용기만을 따로 수거할 수 있다면 재활용이 가능하긴 하다는데요.

따라서 즉석밥 제조업체에서 용기 반납을 유도할 수 있게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고 반납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는 등 유인책을 적극 활용한다면 재활용 될 수 있습니다.

소비만능시대라고는 해도, 물건을 사는 그 시점에 ‘버리는 순간’을 같이 고민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걸, 업체들도 헤아렸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티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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