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3백 명 희생된 ‘죽음의 골짜기’ 대전 골령골

입력 2023.04.03 (21:48) 수정 2023.04.0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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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대전으로 가봅니다.

4·3 당시 도민 3백여 명이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무고하게 희생된 뒤 행방불명됐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허지영 기자, 지금 있는 곳이 학살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전쟁 전후 가장 많은 민간인이 학살된 대전 골령골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날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주변에 건물도 거의 없는 외진 곳인데요,

제 옆에 있는 비석에 '민간인 집단 학살지'라는 표현이 적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곳은 한국전쟁 전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들과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집단 학살된 곳입니다.

많게는 7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희생자들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간 길이만 무려 1km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이야기, 직접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임재근/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 : "3일간 1,800명이 희생됐다는 그런 (미군의) 보고서. 아주 신뢰가 높은 보고서인데요. 그것만 보더라도 20여 일 이상 장기간 진행됐던 학살 속에서 수천 명의 희생은 분명히 있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희생자 가운데 4·3 당시 끌려간 제주도민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제주엔 형무소가 없어 도민들이 전국 각지 형무소로 끌려갔는데, 대전형무소로 끌려간 도민 3백 명이 골령골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유해 천4백여 구가 발굴됐지만 이 가운데 도민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허 기자 말대로면 유해가 일부 발굴되긴 했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은 거잖아요.

유전자 감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이곳에서 발견된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은 정부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맡을 예정인데요,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처음으로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진화위 계획,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임나혁/진실화해위원회 법무·화해팀 : "기확보된 제주 4·3 유가족의 유전자 검사 결과와 대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가족 관계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진화위에서는 일단 시범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올해 초부터 제주도 차원의 신원 확인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제주도와 4·3 평화재단이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골령골에서 발견된 유해 2백여 구의 신원 확인 작업에 들어간 건데요,

유족들이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신원 확인을 위해 채혈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70년 넘게 타향에서 행방불명으로 기록된 희생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올해 들려 올 소식을 주목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대전 골령골에서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고성호/영상편집:김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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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민 3백 명 희생된 ‘죽음의 골짜기’ 대전 골령골
    • 입력 2023-04-03 21:48:03
    • 수정2023-04-03 22:03:39
    뉴스9(제주)
[앵커]

이번에는 대전으로 가봅니다.

4·3 당시 도민 3백여 명이 대전형무소로 끌려가 무고하게 희생된 뒤 행방불명됐는데요,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허지영 기자, 지금 있는 곳이 학살터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저는 한국전쟁 전후 가장 많은 민간인이 학살된 대전 골령골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은 날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주변에 건물도 거의 없는 외진 곳인데요,

제 옆에 있는 비석에 '민간인 집단 학살지'라는 표현이 적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곳은 한국전쟁 전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들과 좌익으로 몰린 민간인들이 군과 경찰에 집단 학살된 곳입니다.

많게는 7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희생자들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간 길이만 무려 1km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이야기, 직접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다.

[임재근/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 : "3일간 1,800명이 희생됐다는 그런 (미군의) 보고서. 아주 신뢰가 높은 보고서인데요. 그것만 보더라도 20여 일 이상 장기간 진행됐던 학살 속에서 수천 명의 희생은 분명히 있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희생자 가운데 4·3 당시 끌려간 제주도민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제주엔 형무소가 없어 도민들이 전국 각지 형무소로 끌려갔는데, 대전형무소로 끌려간 도민 3백 명이 골령골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유해 천4백여 구가 발굴됐지만 이 가운데 도민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허 기자 말대로면 유해가 일부 발굴되긴 했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은 거잖아요.

유전자 감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네, 이곳에서 발견된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은 정부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맡을 예정인데요,

지난해 말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처음으로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진화위 계획,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임나혁/진실화해위원회 법무·화해팀 : "기확보된 제주 4·3 유가족의 유전자 검사 결과와 대조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가족 관계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진화위에서는 일단 시범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올해 초부터 제주도 차원의 신원 확인작업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제주도와 4·3 평화재단이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골령골에서 발견된 유해 2백여 구의 신원 확인 작업에 들어간 건데요,

유족들이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원활한 신원 확인을 위해 채혈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70년 넘게 타향에서 행방불명으로 기록된 희생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올해 들려 올 소식을 주목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대전 골령골에서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강재윤·고성호/영상편집:김동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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