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입양 간 아이들은 통계에 잡힌 것만 17만 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가 24만여 명이니, 지금까지 작년 한 해 출생아의 70% 가까이가 해외로 입양된 셈입니다.
해외 입양인들은 우리나라 해외입양 이면에 막대한 '입양수수료'가 존재했다고 주장합니다.
■ "아이들은 팔려갔다"…막대한 입양수수료 존재했나?
"아이들은 판매된 겁니다. 한국 아이들은 유괴된거죠" "이건 입양과 관련된 굉장히 큰 사기입니다" -피터 뭴러(덴마크 입양인)- |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 공동대표 피터 뭴러 씨는 1974년 덴마크로 입양됐습니다.
그가 양부모에게서 들은 입양수수료는 총 '10만 덴마크 크로네'. 당시 환율 기준으로 계산하면 1 만 5천달러 수준입니다.
그는 과거 한국 아이들이 해외로 팔려갔다고 주장합니다. 높은 입양수수료를 대가로 아이들을 입양보내는, '입양 산업'이 존재했다는 겁니다.
■입양 서류에선 "한국 수수료를 결제해달라"
1983년 생후 3개월에 덴마크로 입양된 말레네 씨.
그녀의 입양 서류에 적힌 '한국 수수료'는 2만 7천 덴마크 크로네입니다.
그녀의 부모님께서는 당시 총 3만 크로네의 입양 수수료를 냈다고 말합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3,500달러 가량입니다.
그 수수료가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말레네 씨의 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입양수수료가 행정적인 비용과 근로자들의 임금, 각종 문서 작업에 쓰이고, 나머지는 다른 아이들의 입양 비용에 보탬이 되는 걸로 알고 계셨어요" -말레네(덴마크 입양인)- |
해외입양수수료를 받는다고 무조건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정부가 정한 기준'이 있습니다.
80년대 입양특례법 시행령 상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양친이 될 사람으로부터 입양알선에 소요된 비용에 한해 받을 수 있게 정해져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책정한 비용은 1984년 기준 1,450달러.
해당 비용에는 입양 갈 아이에 대한 양육비, 의료비, 출국 수속비를 비롯해 입양알선기관의 사무비와 인건비가 포함됐습니다.
그렇다면 말레네 씨의 부모님은 왜 국가가 정한 수수료보다 2배가 넘는 비용을 낸 걸까요?
■국가기록으로 드러난 '입양 뒷돈' 의혹
KBS가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1988년 보건사회부에서 작성한 '청와대 정보사항 보고'에는 입양기관의 문제점으로 " 4개 입양기관이 양부모로부터 아동 1인당 입양수수료 1,450달러와 항공료를 받고 있으며, 양육비 외에도 3천달러에서 4천달러의 알선비를 추가로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입양기관들이 국가가 정한 1,450달러 외에 더 많은 돈을 따로 받고 있다는 것이 정부 공식 기록으로 드러난 겁니다.
해당 기록에 심지어는 '해외입양사업의 재검토 요망'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문제점을 인지한 정부는 '입양사업제도개선을 위한 기관장회의'도 열었습니다.
기관장회의자료에는 국회의원 지적사항으로 '입양알선기관에서 수익금을 막대한 부동산 취득에만 전념하고 있다'거나 '엄청난 판공비로 낭비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납니다.
특히, '양부모로부터 사례비로 별도 많은 돈을 받고 있다'며 ' 정당한 비용을 받도록 조치하 라'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사실상 정부가 이런 '입양 뒷돈' 의혹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정부는 왜 인지하고도 조치 안 했나?..."자료 없어 확인 불가"
1980년대 입양특례법상 보건사회부는 각 입양알선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 입양 기관이 법이나 명령을 위반했을 때는 '업무정지'까지 명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당시 '뒷돈'에 대해 인지한 게 맞는지', '조치는 왜 안 했는지'를 묻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보건복지부 측은 "관련 기록이 없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입양인도 1명 있는데, 해당 소송에서도 정부 측은 '자료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입니다.
■입양기관 3곳 "자료 없다" 혹은 '무대응'...1곳은 기록 공개
한국사회봉사회와 대한사회복지회 측 역시 입양 수수료에 대한 KBS의 질의에 "1980년대 자료가 없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기록이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방사회복지회는 그마저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KBS에 1쪽 분량의 수수료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1,450달러'로 당시 기준에 딱 맞춰 수기로 적힌 수수료 액수.
홀트 측은 "정부가 정한 기준 이상 수수료를 받은 적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아이 1명당 수수료 3천달러로 기재" 내부 직원의 반박
1981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근무했던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 1명당 3천달러가 들어왔는지 체크하는 장부가 있었다고 반박합니다.
노 교수는 "3천달러가 들어왔는지 체크하는 부분, 비자가 됐는지 여권이 됐는지 이런 걸 쭉 기록해놓은 장부에 이제 3천달러라고 돼 있었고 그 외에도 아이들의 항공료 등이 양부모가 내야 하는 돈이었다"고 증언합니다.
당시 노 교수의 월급이 당시 23만 원 정도 수준이었다며, 아이 1명을 입양 보내면 사회복지사 연봉 이상의 돈이 나오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 한국 해외입양 '세계 1위'...입양서류 정확도는 20%대
네덜란드 입양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네덜란드에 가장 많은 아이를 입양 보낸 건 '대한민국'입니다.
1950년대부터 2019년까지를 합치면,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에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아이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조사 결과 '한국인 입양 서류'의 정확도는 23.9%로 아주 낮다고 판단했는데, 현재 입양인들이 '자신의 입양서류가 고아로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현재 전 세계 8개국에서 관련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입양 뒷돈'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조사를 개시하고, 해외 입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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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줬다는데, 못 받았다?…입양 수수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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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4-09 08:02:20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입양 간 아이들은 통계에 잡힌 것만 17만 명에 달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가 24만여 명이니, 지금까지 작년 한 해 출생아의 70% 가까이가 해외로 입양된 셈입니다.
해외 입양인들은 우리나라 해외입양 이면에 막대한 '입양수수료'가 존재했다고 주장합니다.
■ "아이들은 팔려갔다"…막대한 입양수수료 존재했나?
"아이들은 판매된 겁니다. 한국 아이들은 유괴된거죠" "이건 입양과 관련된 굉장히 큰 사기입니다" -피터 뭴러(덴마크 입양인)- |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 공동대표 피터 뭴러 씨는 1974년 덴마크로 입양됐습니다.
그가 양부모에게서 들은 입양수수료는 총 '10만 덴마크 크로네'. 당시 환율 기준으로 계산하면 1 만 5천달러 수준입니다.
그는 과거 한국 아이들이 해외로 팔려갔다고 주장합니다. 높은 입양수수료를 대가로 아이들을 입양보내는, '입양 산업'이 존재했다는 겁니다.
■입양 서류에선 "한국 수수료를 결제해달라"
1983년 생후 3개월에 덴마크로 입양된 말레네 씨.
그녀의 입양 서류에 적힌 '한국 수수료'는 2만 7천 덴마크 크로네입니다.
그녀의 부모님께서는 당시 총 3만 크로네의 입양 수수료를 냈다고 말합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3,500달러 가량입니다.
그 수수료가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 말레네 씨의 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입양수수료가 행정적인 비용과 근로자들의 임금, 각종 문서 작업에 쓰이고, 나머지는 다른 아이들의 입양 비용에 보탬이 되는 걸로 알고 계셨어요" -말레네(덴마크 입양인)- |
해외입양수수료를 받는다고 무조건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정부가 정한 기준'이 있습니다.
80년대 입양특례법 시행령 상 '보건사회부장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양친이 될 사람으로부터 입양알선에 소요된 비용에 한해 받을 수 있게 정해져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책정한 비용은 1984년 기준 1,450달러.
해당 비용에는 입양 갈 아이에 대한 양육비, 의료비, 출국 수속비를 비롯해 입양알선기관의 사무비와 인건비가 포함됐습니다.
그렇다면 말레네 씨의 부모님은 왜 국가가 정한 수수료보다 2배가 넘는 비용을 낸 걸까요?
■국가기록으로 드러난 '입양 뒷돈' 의혹
KBS가 국가기록원에서 확보한 1988년 보건사회부에서 작성한 '청와대 정보사항 보고'에는 입양기관의 문제점으로 " 4개 입양기관이 양부모로부터 아동 1인당 입양수수료 1,450달러와 항공료를 받고 있으며, 양육비 외에도 3천달러에서 4천달러의 알선비를 추가로 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입양기관들이 국가가 정한 1,450달러 외에 더 많은 돈을 따로 받고 있다는 것이 정부 공식 기록으로 드러난 겁니다.
해당 기록에 심지어는 '해외입양사업의 재검토 요망'이라는 내용도 나옵니다.
문제점을 인지한 정부는 '입양사업제도개선을 위한 기관장회의'도 열었습니다.
기관장회의자료에는 국회의원 지적사항으로 '입양알선기관에서 수익금을 막대한 부동산 취득에만 전념하고 있다'거나 '엄청난 판공비로 낭비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납니다.
특히, '양부모로부터 사례비로 별도 많은 돈을 받고 있다'며 ' 정당한 비용을 받도록 조치하 라'는 내용도 등장합니다.
사실상 정부가 이런 '입양 뒷돈' 의혹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정부는 왜 인지하고도 조치 안 했나?..."자료 없어 확인 불가"
1980년대 입양특례법상 보건사회부는 각 입양알선기관에 대한 감독 권한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 입양 기관이 법이나 명령을 위반했을 때는 '업무정지'까지 명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가 당시 '뒷돈'에 대해 인지한 게 맞는지', '조치는 왜 안 했는지'를 묻는 KBS 취재진의 질문에 보건복지부 측은 "관련 기록이 없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입양인도 1명 있는데, 해당 소송에서도 정부 측은 '자료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입니다.
■입양기관 3곳 "자료 없다" 혹은 '무대응'...1곳은 기록 공개
한국사회봉사회와 대한사회복지회 측 역시 입양 수수료에 대한 KBS의 질의에 "1980년대 자료가 없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기록이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무책임한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방사회복지회는 그마저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KBS에 1쪽 분량의 수수료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1,450달러'로 당시 기준에 딱 맞춰 수기로 적힌 수수료 액수.
홀트 측은 "정부가 정한 기준 이상 수수료를 받은 적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아이 1명당 수수료 3천달러로 기재" 내부 직원의 반박
1981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근무했던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 1명당 3천달러가 들어왔는지 체크하는 장부가 있었다고 반박합니다.
노 교수는 "3천달러가 들어왔는지 체크하는 부분, 비자가 됐는지 여권이 됐는지 이런 걸 쭉 기록해놓은 장부에 이제 3천달러라고 돼 있었고 그 외에도 아이들의 항공료 등이 양부모가 내야 하는 돈이었다"고 증언합니다.
당시 노 교수의 월급이 당시 23만 원 정도 수준이었다며, 아이 1명을 입양 보내면 사회복지사 연봉 이상의 돈이 나오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 한국 해외입양 '세계 1위'...입양서류 정확도는 20%대
네덜란드 입양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네덜란드에 가장 많은 아이를 입양 보낸 건 '대한민국'입니다.
1950년대부터 2019년까지를 합치면,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에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아이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조사 결과 '한국인 입양 서류'의 정확도는 23.9%로 아주 낮다고 판단했는데, 현재 입양인들이 '자신의 입양서류가 고아로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입니다.
현재 전 세계 8개국에서 관련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입양 뒷돈'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진실화해위원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조사를 개시하고, 해외 입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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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우 기자 y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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