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음주운전, 한밤 추격전에 역주행까지

입력 2023.04.11 (21:32) 수정 2023.04.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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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리고 일상이 시작되면서 다시 늘어난 게 있습니다.

음주 운전입니다.

지난해 적발된 것만 13만 건 정도로 코로나가 한창일 때보다 치솟았습니다.

음주 운전은 특히 나들이 가는 봄이면 더 늘어서 지난달만 만 명 넘게 적발됐습니다.

교통사고로 이어져 숨지는 사람도 해마다 2백 명이 넘습니다.

이런 아찔한 사고를 막기 위해 한 평범한 시민이 음주 운전자를 뒤쫓아 시동을 끄게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빗줄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 고속도로 옆 차로에서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듭니다.

["야야야야, 얘 왜이래."]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

하지만 차량은 아랑곳 않고, 계속 비틀거리더니 아예 한 쪽 차선을 밟고 달립니다.

뒤따라가던 차량 운전자 박 모 씨는 음주 운전인 걸 직감하고 신고합니다.

[박○○/음주운전 신고자 :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인데 여기 음주 의심 차량 있거든요. (곧 출동하겠습니다. 전화 잘 받아주세요.)"]

이 때부터 한밤 추격전이 시작됐습니다.

4분 뒤, 휴게소에 도착해 음주 운전자가 내리면서 끝나나 싶더니, 이내 다시 차에 타려고 합니다.

["막고 있어요. 못 가게. 지금 빨리 오셔야 될 것 같아요."]

밀치고, 말리려는 다른 시민과도 몸싸움을 이어갑니다.

경찰을 독촉해 보지만 기약이 없습니다.

[경찰 : "돌려서 가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무리하게 그렇게 하시지 마시라고요, 다치시니까."]

여기서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이던 음주운전자가 결국 다시 운전대를 잡으면서 한밤 추격전은 또 시작됐습니다.

고속도로를 다시 5분 가까이 질주하다 국도로 빠져나온 차량.

그제야 경찰차를 발견하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뒤따르던 박 씨 차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섰습니다.

[박○○/음주운전 신고자/음성변조 : "비틀거리다가 지나가는 차들 다 놀라서 이렇게 급정거도 하고..."]

위험천만한 한밤 추격전은 13km 가량 이어졌습니다.

음주 측정 결과 이 남성은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회식을 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촬영기자:정준희/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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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속도로 음주운전, 한밤 추격전에 역주행까지
    • 입력 2023-04-11 21:32:09
    • 수정2023-04-11 21:45:44
    뉴스 9
[앵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리고 일상이 시작되면서 다시 늘어난 게 있습니다.

음주 운전입니다.

지난해 적발된 것만 13만 건 정도로 코로나가 한창일 때보다 치솟았습니다.

음주 운전은 특히 나들이 가는 봄이면 더 늘어서 지난달만 만 명 넘게 적발됐습니다.

교통사고로 이어져 숨지는 사람도 해마다 2백 명이 넘습니다.

이런 아찔한 사고를 막기 위해 한 평범한 시민이 음주 운전자를 뒤쫓아 시동을 끄게했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희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빗줄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밤, 고속도로 옆 차로에서 차량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듭니다.

["야야야야, 얘 왜이래."]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

하지만 차량은 아랑곳 않고, 계속 비틀거리더니 아예 한 쪽 차선을 밟고 달립니다.

뒤따라가던 차량 운전자 박 모 씨는 음주 운전인 걸 직감하고 신고합니다.

[박○○/음주운전 신고자 :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인데 여기 음주 의심 차량 있거든요. (곧 출동하겠습니다. 전화 잘 받아주세요.)"]

이 때부터 한밤 추격전이 시작됐습니다.

4분 뒤, 휴게소에 도착해 음주 운전자가 내리면서 끝나나 싶더니, 이내 다시 차에 타려고 합니다.

["막고 있어요. 못 가게. 지금 빨리 오셔야 될 것 같아요."]

밀치고, 말리려는 다른 시민과도 몸싸움을 이어갑니다.

경찰을 독촉해 보지만 기약이 없습니다.

[경찰 : "돌려서 가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무리하게 그렇게 하시지 마시라고요, 다치시니까."]

여기서 10분 넘게 실랑이를 벌이던 음주운전자가 결국 다시 운전대를 잡으면서 한밤 추격전은 또 시작됐습니다.

고속도로를 다시 5분 가까이 질주하다 국도로 빠져나온 차량.

그제야 경찰차를 발견하고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뒤따르던 박 씨 차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섰습니다.

[박○○/음주운전 신고자/음성변조 : "비틀거리다가 지나가는 차들 다 놀라서 이렇게 급정거도 하고..."]

위험천만한 한밤 추격전은 13km 가량 이어졌습니다.

음주 측정 결과 이 남성은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회식을 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KBS 뉴스 이희연입니다.

촬영기자:정준희/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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