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그 이후…우리는 지옥에 삽니다

입력 2023.04.12 (06:36) 수정 2023.04.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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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년 200명이 넘게 발생하는 음주운전 사망자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형제 자매입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갑자기 가족을 잃게 된 사고 피해자 가운데는 생계까지 위협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일부 주에선 음주운전자가 피해 가족을 지원하게 하는 법이 시행됐다는데, 우리도 한 번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정해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는 차량, 그대로 오토바이와 부딪힙니다.

떡볶이 배달을 가던 세 아이의 아버지가 이렇게 숨졌습니다.

8년 전, 충북 옥천의 4남매에게 아버지를 빼앗아 간 것도 음주운전 차량이었습니다.

[이웃/음성변조 : "아버지가 애 먹었지.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기말시험 공부를 마친 중학생 딸을 태우고 집으로 가던 아버지의 경운기를 음주 차량이 덮친 겁니다.

[김은하/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 "일어나 보니까 이제 병원이었고... 그래서 여기 수술을 해서 병원에 한 달 정도 입원을..."]

살아남은 딸은 어머니와 함께 생계를 짊어져야 했습니다.

[김은하/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 "교육비를 내야 하는데 이제 어머니가 벌어온 돈으로는 그 모든 것을 내기가 힘들어서 저희가 스스로 알바를 해서..."]

이모 씨의 남편은 16년 전, 갓난 아이를 남겨둔 채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해자가 내놓은 보상금은 200만 원이었습니다.

[이○○/음주운전 피해 가족 : "(전화 받고) 제가 꿈을 꾸고 있나. 꿈이면 좋겠다. 둘째가 이제 유치원에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이 아빠가 있으니깐(우리도) 아빠가 장난감 사오겠다고."]

전세 보증금이 있단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도 될 수 없었습니다.

[이○○/음주운전 피해 가족 : "양육하고, 교육비에 대해서도 전혀 못하는 거예요. 그냥 생존해 나가는 것밖에..."]

음주운전 사고는 피해자에게서 생명을, 유족에게선 정상적인 삶을 앗아갑니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자녀가 있는 가정의 월 평균소득은 219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피해 가족의 절반 이상은, 경제적 이유로 사는 곳도 옮겨야 했습니다.

미국에선 2년 전 음주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손주 벤틀리를 양육할 돈을 달라는 할머니의 외침에 이른바 '벤틀리 법' 입법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음주운전 가해자가 피해 가족 양육비를 부담하는 법은 테네시 주에서 이미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 "정말 안됐다, 불운하다라고 마음만 아파할 것이 아니라 이 미성년 자녀들이 무사히 잘 자랄 수 있도록 사회가 부모를 대신해서 해야될 일을 해야된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달 비슷한 내용을 담은 '한국판 벤틀리 법' 2건이 잇달아 발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조창훈 김경민/영상편집:김지영/CG: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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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 그 이후…우리는 지옥에 삽니다
    • 입력 2023-04-12 06:36:37
    • 수정2023-04-12 06: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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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년 200명이 넘게 발생하는 음주운전 사망자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형제 자매입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갑자기 가족을 잃게 된 사고 피해자 가운데는 생계까지 위협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 일부 주에선 음주운전자가 피해 가족을 지원하게 하는 법이 시행됐다는데, 우리도 한 번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정해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중앙선을 넘어 달려오는 차량, 그대로 오토바이와 부딪힙니다.

떡볶이 배달을 가던 세 아이의 아버지가 이렇게 숨졌습니다.

8년 전, 충북 옥천의 4남매에게 아버지를 빼앗아 간 것도 음주운전 차량이었습니다.

[이웃/음성변조 : "아버지가 애 먹었지.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기말시험 공부를 마친 중학생 딸을 태우고 집으로 가던 아버지의 경운기를 음주 차량이 덮친 겁니다.

[김은하/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 "일어나 보니까 이제 병원이었고... 그래서 여기 수술을 해서 병원에 한 달 정도 입원을..."]

살아남은 딸은 어머니와 함께 생계를 짊어져야 했습니다.

[김은하/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 "교육비를 내야 하는데 이제 어머니가 벌어온 돈으로는 그 모든 것을 내기가 힘들어서 저희가 스스로 알바를 해서..."]

이모 씨의 남편은 16년 전, 갓난 아이를 남겨둔 채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해자가 내놓은 보상금은 200만 원이었습니다.

[이○○/음주운전 피해 가족 : "(전화 받고) 제가 꿈을 꾸고 있나. 꿈이면 좋겠다. 둘째가 이제 유치원에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이 아빠가 있으니깐(우리도) 아빠가 장난감 사오겠다고."]

전세 보증금이 있단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도 될 수 없었습니다.

[이○○/음주운전 피해 가족 : "양육하고, 교육비에 대해서도 전혀 못하는 거예요. 그냥 생존해 나가는 것밖에..."]

음주운전 사고는 피해자에게서 생명을, 유족에게선 정상적인 삶을 앗아갑니다.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자녀가 있는 가정의 월 평균소득은 219만원에서 1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피해 가족의 절반 이상은, 경제적 이유로 사는 곳도 옮겨야 했습니다.

미국에선 2년 전 음주운전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손주 벤틀리를 양육할 돈을 달라는 할머니의 외침에 이른바 '벤틀리 법' 입법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음주운전 가해자가 피해 가족 양육비를 부담하는 법은 테네시 주에서 이미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 "정말 안됐다, 불운하다라고 마음만 아파할 것이 아니라 이 미성년 자녀들이 무사히 잘 자랄 수 있도록 사회가 부모를 대신해서 해야될 일을 해야된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달 비슷한 내용을 담은 '한국판 벤틀리 법' 2건이 잇달아 발의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조창훈 김경민/영상편집:김지영/CG: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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