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합법과 불법 오가는 미국 ‘경구 낙태약’ 논란
입력 2023.04.12 (10:52)
수정 2023.04.16 (10: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먹는 낙태약 사용을 두고 법원이 서로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어선데요.
내년 대선에서도 '낙태권'이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웃고 공화당은 침묵하는 이유,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남부의 보수색이 강한 텍사스 주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죠?
[기자]
텍사스 연방 법원이 지난 7일 '미페프리스톤'이라는 먹는 낙태약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 낙태 반대 의사 단체가 이 약에 대한 시판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는데,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통하지 말라는 임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애초에 약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통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 이유라면 본안 재판에서도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경구 낙태약이 불법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20년 넘게 '미페프리스톤'이 널리 쓰여 왔는데요.
먹는 낙태약으로는 이 약이 거의 유일합니다.
임신 10주 안에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동네 약국에서도 살 수 있었는데, 이제 텍사스에서만 이게 불가능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또 다른 주에서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와서 논란을 키웠다고요?
[기자]
텍사스의 연방법원이 이 약을 금지한 같은 날 워싱턴주의 연방 법원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건데요.
미 식품의약국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은 미국 내 17개 주에서 동시에 제기됐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는 먹는 낙태약을 지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약품에 대해 지역별로 전혀 다른 기준이 생긴거죠.
현지 언론들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때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텐데 그 사이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상당할 것 같아요.
[기자]
당장 텍사스에서는 정식 승인이 안 난 낙태약이 유통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지역으로 낙태약 원정 구매를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여성 인권 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낙태권 찬성 시위자 : "우리는 계속 싸울 겁니다.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거예요. 우리의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우겠습니다."]
사실 이런 혼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했던 과거 판결을 번복하고, 낙태권의 존폐를 각 주의 권한으로 넘겼죠.
그 여파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12개 주에서는 낙태가 불법이 됐지만, 또 어떤 주에서는 대법 판결에 반발해 낙태 권한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시간주는 지난 5일 92년 전 제정됐던 '낙태 금지법'을 아예 폐지해버렸습니다.
[앵커]
이렇게 '낙태권'에 대한 입장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이유, 역시 정치 지형과 연관이 있다고 봐야겠죠?
[기자]
먹는 피임약을 금지한 텍사스 법원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인물입니다.
반면 계속 허용한 워싱턴 법원 판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낙태권이 의학이나 윤리적 관점에서 다뤄지기보다,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여당인 민주당에서 낙태권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입니다.
텍사스 법원의 먹는 낙태약 금지 판결에 바이든 정부는 즉각 항고했습니다.
[카린 장 피에르/백악관 대변인 : "정부는 여성들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텍사스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죠.
낙태권 찬성과 같은 여성권 보호를 이슈화하는 게 민주당 지지층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반대로 공화당은 침묵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요.
공화당도 지지층을 모으려면 낙태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들은 별말 없이 조용합니다.
낙태권을 옹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는 것도 선거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물가 상승 여파로 참패가 예상됐던 민주당이 의외로 선방했었죠.
오히려 공화당이 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관계자 :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유권자들은 지방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7%는 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는 반면, 찬성은 33%에 그쳤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먹는 낙태약 사용을 두고 법원이 서로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어선데요.
내년 대선에서도 '낙태권'이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웃고 공화당은 침묵하는 이유,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남부의 보수색이 강한 텍사스 주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죠?
[기자]
텍사스 연방 법원이 지난 7일 '미페프리스톤'이라는 먹는 낙태약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 낙태 반대 의사 단체가 이 약에 대한 시판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는데,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통하지 말라는 임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애초에 약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통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 이유라면 본안 재판에서도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경구 낙태약이 불법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20년 넘게 '미페프리스톤'이 널리 쓰여 왔는데요.
먹는 낙태약으로는 이 약이 거의 유일합니다.
임신 10주 안에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동네 약국에서도 살 수 있었는데, 이제 텍사스에서만 이게 불가능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또 다른 주에서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와서 논란을 키웠다고요?
[기자]
텍사스의 연방법원이 이 약을 금지한 같은 날 워싱턴주의 연방 법원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건데요.
미 식품의약국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은 미국 내 17개 주에서 동시에 제기됐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는 먹는 낙태약을 지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약품에 대해 지역별로 전혀 다른 기준이 생긴거죠.
현지 언론들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때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텐데 그 사이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상당할 것 같아요.
[기자]
당장 텍사스에서는 정식 승인이 안 난 낙태약이 유통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지역으로 낙태약 원정 구매를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여성 인권 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낙태권 찬성 시위자 : "우리는 계속 싸울 겁니다.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거예요. 우리의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우겠습니다."]
사실 이런 혼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했던 과거 판결을 번복하고, 낙태권의 존폐를 각 주의 권한으로 넘겼죠.
그 여파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12개 주에서는 낙태가 불법이 됐지만, 또 어떤 주에서는 대법 판결에 반발해 낙태 권한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시간주는 지난 5일 92년 전 제정됐던 '낙태 금지법'을 아예 폐지해버렸습니다.
[앵커]
이렇게 '낙태권'에 대한 입장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이유, 역시 정치 지형과 연관이 있다고 봐야겠죠?
[기자]
먹는 피임약을 금지한 텍사스 법원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인물입니다.
반면 계속 허용한 워싱턴 법원 판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낙태권이 의학이나 윤리적 관점에서 다뤄지기보다,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여당인 민주당에서 낙태권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입니다.
텍사스 법원의 먹는 낙태약 금지 판결에 바이든 정부는 즉각 항고했습니다.
[카린 장 피에르/백악관 대변인 : "정부는 여성들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텍사스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죠.
낙태권 찬성과 같은 여성권 보호를 이슈화하는 게 민주당 지지층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반대로 공화당은 침묵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요.
공화당도 지지층을 모으려면 낙태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들은 별말 없이 조용합니다.
낙태권을 옹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는 것도 선거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물가 상승 여파로 참패가 예상됐던 민주당이 의외로 선방했었죠.
오히려 공화당이 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관계자 :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유권자들은 지방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7%는 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는 반면, 찬성은 33%에 그쳤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합법과 불법 오가는 미국 ‘경구 낙태약’ 논란
-
- 입력 2023-04-12 10:52:10
- 수정2023-04-16 10:03:54
[앵커]
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먹는 낙태약 사용을 두고 법원이 서로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어선데요.
내년 대선에서도 '낙태권'이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웃고 공화당은 침묵하는 이유,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남부의 보수색이 강한 텍사스 주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죠?
[기자]
텍사스 연방 법원이 지난 7일 '미페프리스톤'이라는 먹는 낙태약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 낙태 반대 의사 단체가 이 약에 대한 시판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는데,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통하지 말라는 임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애초에 약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통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 이유라면 본안 재판에서도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경구 낙태약이 불법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20년 넘게 '미페프리스톤'이 널리 쓰여 왔는데요.
먹는 낙태약으로는 이 약이 거의 유일합니다.
임신 10주 안에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동네 약국에서도 살 수 있었는데, 이제 텍사스에서만 이게 불가능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또 다른 주에서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와서 논란을 키웠다고요?
[기자]
텍사스의 연방법원이 이 약을 금지한 같은 날 워싱턴주의 연방 법원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건데요.
미 식품의약국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은 미국 내 17개 주에서 동시에 제기됐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는 먹는 낙태약을 지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약품에 대해 지역별로 전혀 다른 기준이 생긴거죠.
현지 언론들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때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텐데 그 사이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상당할 것 같아요.
[기자]
당장 텍사스에서는 정식 승인이 안 난 낙태약이 유통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지역으로 낙태약 원정 구매를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여성 인권 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낙태권 찬성 시위자 : "우리는 계속 싸울 겁니다.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거예요. 우리의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우겠습니다."]
사실 이런 혼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했던 과거 판결을 번복하고, 낙태권의 존폐를 각 주의 권한으로 넘겼죠.
그 여파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12개 주에서는 낙태가 불법이 됐지만, 또 어떤 주에서는 대법 판결에 반발해 낙태 권한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시간주는 지난 5일 92년 전 제정됐던 '낙태 금지법'을 아예 폐지해버렸습니다.
[앵커]
이렇게 '낙태권'에 대한 입장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이유, 역시 정치 지형과 연관이 있다고 봐야겠죠?
[기자]
먹는 피임약을 금지한 텍사스 법원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인물입니다.
반면 계속 허용한 워싱턴 법원 판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낙태권이 의학이나 윤리적 관점에서 다뤄지기보다,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여당인 민주당에서 낙태권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입니다.
텍사스 법원의 먹는 낙태약 금지 판결에 바이든 정부는 즉각 항고했습니다.
[카린 장 피에르/백악관 대변인 : "정부는 여성들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텍사스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죠.
낙태권 찬성과 같은 여성권 보호를 이슈화하는 게 민주당 지지층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반대로 공화당은 침묵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요.
공화당도 지지층을 모으려면 낙태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들은 별말 없이 조용합니다.
낙태권을 옹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는 것도 선거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물가 상승 여파로 참패가 예상됐던 민주당이 의외로 선방했었죠.
오히려 공화당이 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관계자 :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유권자들은 지방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7%는 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는 반면, 찬성은 33%에 그쳤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먹는 낙태약 사용을 두고 법원이 서로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어선데요.
내년 대선에서도 '낙태권'이 큰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은 웃고 공화당은 침묵하는 이유,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남부의 보수색이 강한 텍사스 주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죠?
[기자]
텍사스 연방 법원이 지난 7일 '미페프리스톤'이라는 먹는 낙태약 사용을 사실상 금지했습니다.
지난해 말 한 낙태 반대 의사 단체가 이 약에 대한 시판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는데,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통하지 말라는 임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애초에 약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유통했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 이유라면 본안 재판에서도 금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경구 낙태약이 불법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20년 넘게 '미페프리스톤'이 널리 쓰여 왔는데요.
먹는 낙태약으로는 이 약이 거의 유일합니다.
임신 10주 안에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동네 약국에서도 살 수 있었는데, 이제 텍사스에서만 이게 불가능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또 다른 주에서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와서 논란을 키웠다고요?
[기자]
텍사스의 연방법원이 이 약을 금지한 같은 날 워싱턴주의 연방 법원이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건데요.
미 식품의약국이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사용 승인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은 미국 내 17개 주에서 동시에 제기됐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는 먹는 낙태약을 지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약품에 대해 지역별로 전혀 다른 기준이 생긴거죠.
현지 언론들은 결국 대법원까지 가야 정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때까지 시간이 한참 걸릴텐데 그 사이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상당할 것 같아요.
[기자]
당장 텍사스에서는 정식 승인이 안 난 낙태약이 유통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지역으로 낙태약 원정 구매를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여성 인권 단체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낙태권 찬성 시위자 : "우리는 계속 싸울 겁니다.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거예요. 우리의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우겠습니다."]
사실 이런 혼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했던 과거 판결을 번복하고, 낙태권의 존폐를 각 주의 권한으로 넘겼죠.
그 여파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12개 주에서는 낙태가 불법이 됐지만, 또 어떤 주에서는 대법 판결에 반발해 낙태 권한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시간주는 지난 5일 92년 전 제정됐던 '낙태 금지법'을 아예 폐지해버렸습니다.
[앵커]
이렇게 '낙태권'에 대한 입장이 양극단으로 나뉘는 이유, 역시 정치 지형과 연관이 있다고 봐야겠죠?
[기자]
먹는 피임약을 금지한 텍사스 법원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의 인물입니다.
반면 계속 허용한 워싱턴 법원 판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명했고,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낙태권이 의학이나 윤리적 관점에서 다뤄지기보다,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여당인 민주당에서 낙태권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입니다.
텍사스 법원의 먹는 낙태약 금지 판결에 바이든 정부는 즉각 항고했습니다.
[카린 장 피에르/백악관 대변인 : "정부는 여성들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해리스 부통령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텍사스 법원을 비판하고 나섰죠.
낙태권 찬성과 같은 여성권 보호를 이슈화하는 게 민주당 지지층을 모으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반대로 공화당은 침묵하는 분위기라고 하던데요.
공화당도 지지층을 모으려면 낙태권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민주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 공화당 차기 대권 주자들은 별말 없이 조용합니다.
낙태권을 옹호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하는 것도 선거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물가 상승 여파로 참패가 예상됐던 민주당이 의외로 선방했었죠.
오히려 공화당이 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요.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사람들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관계자 :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에 분노한 유권자들은 지방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67%는 대법원의 낙태권 취소 판결에 반대하는 반면, 찬성은 33%에 그쳤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황경주 기자의 기사 모음
-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