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반도체 1등, 좋아할 때 아냐”…삼성에 날아든 경고장

입력 2023.04.19 (18:04) 수정 2023.04.1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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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25년 만에 반도체 생산을 줄이겠다고 했죠.

그런데 이를 두고 영국의 한 유력 주간지가 "삼성이 인텔처럼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글로벌 ET'에서 짚어봅니다.

홍석우 기자, 삼성전자에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보낸 영국 주간지, 어딥니까?

[기자]

네, 이 경고장의 발신지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대표 경제 주간지인데요.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삼성이 현재에 안주하면 인텔 꼴 난다"고 직격했습니다.

[앵커]

현재에 안주하지 말라는 게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죠.

이 안정적 위치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삼성이 최근 반도체 생산을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죠.

지난 1988년 이후 25년 만의 일입니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96%나 줄어들면서 그동안 힘들어도 감산은 안 하겠다던 기조를 바꾼 겁니다.

[앵커]

반도체 업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삼성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요?

[기자]

네, 판매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D램 메모리 가격(DDR4 8G 기준)이 올해 들어 개당 2달러 아래로 떨어진 게 수익 악화를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쌓아둔 재고마저 만만치 않고요.

그래서 반도체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를 테고 이를 통해 실적 개선을 하겠다는 건데요.

이코노미스트지는 삼성의 감산이 안정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삼성이 자만심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추격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기술 경쟁력을 점차 빼앗기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인텔을 반면교사 삼으라고 한 겁니까?

[기자]

미국 인텔이 지금의 삼성과 닮았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입니다.

인텔은 과거 장기간 반도체 왕좌를 이끌다 2010년대 후반부터 파운드리, 그러니까 설계도를 받아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거죠.

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과 타이완 TSMC에 밀려났는데요.

당시 그런 비슷한 정서가 인텔을 몰락시켰다고 했습니다.

인텔은 지금 파운드리 10위권 밖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삼성의 감산 결정은 삼성답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은 경기 하강 때 늘 최후의 생존자였고 남들이 어려울 때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다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고 이병철 창업 회장의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삼성의 첫 반도체 공장이 불과 6개월 만에 완공되는 등 당시 일화를 소개하며, 그때와 같은 근성이 지금의 삼성에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삼성 입장에선 여기에 또 하나의 악재가 전해졌죠?

[기자]

네, 미국의 인텔과 세계 최대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의 ARM(암)이 파운드리 동맹을 맺었습니다.

두 회사는 1.8나노 미래 공정을 활용해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인텔파운드서비스를 출범시켰는데요.

내년부터 이곳에서 2나노급과 1.8나노급 공정을 가동하며 타이완 TSMC와 삼성전자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섭니다.

관건은 수율, 즉 반도체의 합격률을 높이는 건데요.

만약 인텔이 1.8나노 공정에서 우위를 증명할 경우 기존 경쟁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인텔과 ARM(암)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우주항공 분야 등으로 사업을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삼성이 싸워야 할 대상이 TSMC 하나만이 아니라 인텔까지 늘어나게 됐는데, 지금 반도체 업황이 너무 안 좋잖아요?

[기자]

네, 일단 내려가기만 하던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이 1년여 만에 반등하긴 했습니다.

삼성의 감산 결정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고요.

문제는 경기 둔화 분위기에 반도체 수요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것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타이완 TSMC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1분기 매출이 우리 돈으로 약 22조 원, 시장이 추산한 영업이익은 10조 원 규모입니다.

지난해 4분기보다 25%나 감소했습니다.

월별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매출이 6조 3천억 원, 1년 전보다 15% 감소했는데요.

월 매출이 줄어든 건 2019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TSMC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긴 하지만, 파운드리 2위인 삼성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삼성의 목표 달성, 쉽지 않다고 봤는데요.

그 이유로 반도체 제품의 경쟁력을 꼽았습니다.

삼성이 실제로 수율 이슈가 있었죠.

3나노 양산을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4나노 공정에서 TSMC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고, 여기에 반도체 지원법을 앞세운 미국의 규제도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혁신과 변화를 계속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거란 이코노미스트의 지적, 울림이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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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9 18:04:49
    • 수정2023-04-19 18: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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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25년 만에 반도체 생산을 줄이겠다고 했죠.

그런데 이를 두고 영국의 한 유력 주간지가 "삼성이 인텔처럼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글로벌 ET'에서 짚어봅니다.

홍석우 기자, 삼성전자에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보낸 영국 주간지, 어딥니까?

[기자]

네, 이 경고장의 발신지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대표 경제 주간지인데요.

핵심부터 말씀드리면, "삼성이 현재에 안주하면 인텔 꼴 난다"고 직격했습니다.

[앵커]

현재에 안주하지 말라는 게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죠.

이 안정적 위치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삼성이 최근 반도체 생산을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했죠.

지난 1988년 이후 25년 만의 일입니다.

매출도 매출이지만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96%나 줄어들면서 그동안 힘들어도 감산은 안 하겠다던 기조를 바꾼 겁니다.

[앵커]

반도체 업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삼성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요?

[기자]

네, 판매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D램 메모리 가격(DDR4 8G 기준)이 올해 들어 개당 2달러 아래로 떨어진 게 수익 악화를 부추겼습니다.

여기에 쌓아둔 재고마저 만만치 않고요.

그래서 반도체 공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를 테고 이를 통해 실적 개선을 하겠다는 건데요.

이코노미스트지는 삼성의 감산이 안정을 가져올 수는 있지만 삼성이 자만심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추격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기술 경쟁력을 점차 빼앗기고 있다는 점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인텔을 반면교사 삼으라고 한 겁니까?

[기자]

미국 인텔이 지금의 삼성과 닮았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입니다.

인텔은 과거 장기간 반도체 왕좌를 이끌다 2010년대 후반부터 파운드리, 그러니까 설계도를 받아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거죠.

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과 타이완 TSMC에 밀려났는데요.

당시 그런 비슷한 정서가 인텔을 몰락시켰다고 했습니다.

인텔은 지금 파운드리 10위권 밖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삼성의 감산 결정은 삼성답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은 경기 하강 때 늘 최후의 생존자였고 남들이 어려울 때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다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고 이병철 창업 회장의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삼성의 첫 반도체 공장이 불과 6개월 만에 완공되는 등 당시 일화를 소개하며, 그때와 같은 근성이 지금의 삼성에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삼성 입장에선 여기에 또 하나의 악재가 전해졌죠?

[기자]

네, 미국의 인텔과 세계 최대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의 ARM(암)이 파운드리 동맹을 맺었습니다.

두 회사는 1.8나노 미래 공정을 활용해 모바일 기기용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인텔파운드서비스를 출범시켰는데요.

내년부터 이곳에서 2나노급과 1.8나노급 공정을 가동하며 타이완 TSMC와 삼성전자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섭니다.

관건은 수율, 즉 반도체의 합격률을 높이는 건데요.

만약 인텔이 1.8나노 공정에서 우위를 증명할 경우 기존 경쟁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인텔과 ARM(암)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우주항공 분야 등으로 사업을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삼성이 싸워야 할 대상이 TSMC 하나만이 아니라 인텔까지 늘어나게 됐는데, 지금 반도체 업황이 너무 안 좋잖아요?

[기자]

네, 일단 내려가기만 하던 메모리반도체 D램 가격이 1년여 만에 반등하긴 했습니다.

삼성의 감산 결정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고요.

문제는 경기 둔화 분위기에 반도체 수요가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것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타이완 TSMC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1분기 매출이 우리 돈으로 약 22조 원, 시장이 추산한 영업이익은 10조 원 규모입니다.

지난해 4분기보다 25%나 감소했습니다.

월별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매출이 6조 3천억 원, 1년 전보다 15% 감소했는데요.

월 매출이 줄어든 건 2019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TSMC와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긴 하지만, 파운드리 2위인 삼성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삼성의 목표 달성, 쉽지 않다고 봤는데요.

그 이유로 반도체 제품의 경쟁력을 꼽았습니다.

삼성이 실제로 수율 이슈가 있었죠.

3나노 양산을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4나노 공정에서 TSMC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고, 여기에 반도체 지원법을 앞세운 미국의 규제도 걸림돌로 남아 있습니다.

혁신과 변화를 계속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거란 이코노미스트의 지적, 울림이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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