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유엔마저 발 빼면…암흑 속의 아프간
입력 2023.04.21 (10:50)
수정 2023.04.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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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엔마저 구호 활동을 멈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는 탈레반이 유엔 소속으로 일해온 현지 여성의 활동까지도 금지하기 때문인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유엔이 더는 아프간에 못 있겠다고, 탈레반에 최후통첩을 날렸다고요?
[기자]
아프간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벌여온 유엔개발계획(UNDP)이 다음 달 아프간 철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은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됐다"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최근 탈레반 정권이 현지인 여성 직원들의 유엔 사무실 출근을 금지하면서 유엔과 마찰을 빚어왔죠.
이미 유엔은 아프간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에게 아예 출근을 하지 말라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유엔은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아프가니스탄 대표 : "유엔개발계획은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곳의 경제적 재앙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탈레반이 태도를 바꾸기를 바랍니다."]
유엔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이미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아프간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지난해 유엔이 낸 아프간 보고서를 보면, 인구의 85%, 3천4백만 명이 빈곤층에 해당합니다.
[앵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여성들의 기본권을 하나, 둘 뺏고 있다는 얘기가 여러 번 나왔는데, 이젠 유엔 기구에 취업도 못 하게 하는 거군요?
[기자]
2021년 8월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현지 여성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갈수록 높여왔죠.
현재 아프간 여성들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가 의무화돼 있고, 남성 없이는 외출도 못 합니다.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가는 것도 금지, 중학교 이상 교육도 금지입니다.
여기에 이제 여성들은 일도 하지 말라는 건데요.
특히, 여성 취업 제한은 외부의 구호 활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프간 현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잔인한 조치입니다.
남녀가 유별한 이슬람 문화 특성상 여성 직원 없이 여성을 상대로 구호 활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런데도 탈레반 정권은 종교적 통치만 강조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탈레반이 지난 12일 SNS에 최고 지도자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탈레반 수장 아쿤드자다는 '은둔의 지도자'로 불릴 만큼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온 인물인데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수도 카불에 딱 한 번 방문했는데, 그때마저 얼굴을 보이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청중 앞에 섰을 정도죠.
이례적으로 공개된 음성 메시지에서 그는 이슬람 율법으로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종교학자들의 올바른 결정과 정부의 적절한 이행으로 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성 인권은 곤두박질치고, 인도주의적 위기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이런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하게 된 계기가 미군의 철수잖아요?
미국 정부도 이런 상황에 도의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탈레반은 미군과 나토(NATO)가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틈을 타 정권 장악에 성공했죠.
무려 20년 만의 재집권이었습니다.
당시 미군 철수 과정은 대혼란 그 자체였는데요.
미군의 드론 오폭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숨지는 등 많은 사상자가 나왔죠.
최근 미국 정부가 당시 상황에 대한 사후 검토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게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기밀이라 백악관이 12쪽짜리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한마디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옳았고, 철수 과정에서 생긴 혼란은 전임자인 트럼프 탓이라는 겁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특정 상황에 놓여있었고, 그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물려받은 기준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어떤 기관도 탈레반이 그렇게 빨리 아프간을 장악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무 계획도 없이 철군 날짜만 정해놓고 떠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정부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아프간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데, 여기에 유엔까지 철수한다면 아프간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지 알 수가 없네요.
[기자]
특히 아프간에 사는 여성들에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하루 하루가 이어지겠죠.
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아프간에서 여성 교육을 위한 비밀학교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택에서 몰래 운영되는데, 심지어 탈레반 간부들도 자신의 딸을 보내는 정도라고 알려졌습니다.
탈레반이 권력을 잃었던 20년 동안 아프간 사회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는데요.
교육과 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겁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엔마저 구호 활동을 멈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는 탈레반이 유엔 소속으로 일해온 현지 여성의 활동까지도 금지하기 때문인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유엔이 더는 아프간에 못 있겠다고, 탈레반에 최후통첩을 날렸다고요?
[기자]
아프간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벌여온 유엔개발계획(UNDP)이 다음 달 아프간 철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은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됐다"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최근 탈레반 정권이 현지인 여성 직원들의 유엔 사무실 출근을 금지하면서 유엔과 마찰을 빚어왔죠.
이미 유엔은 아프간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에게 아예 출근을 하지 말라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유엔은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아프가니스탄 대표 : "유엔개발계획은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곳의 경제적 재앙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탈레반이 태도를 바꾸기를 바랍니다."]
유엔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이미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아프간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지난해 유엔이 낸 아프간 보고서를 보면, 인구의 85%, 3천4백만 명이 빈곤층에 해당합니다.
[앵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여성들의 기본권을 하나, 둘 뺏고 있다는 얘기가 여러 번 나왔는데, 이젠 유엔 기구에 취업도 못 하게 하는 거군요?
[기자]
2021년 8월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현지 여성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갈수록 높여왔죠.
현재 아프간 여성들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가 의무화돼 있고, 남성 없이는 외출도 못 합니다.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가는 것도 금지, 중학교 이상 교육도 금지입니다.
여기에 이제 여성들은 일도 하지 말라는 건데요.
특히, 여성 취업 제한은 외부의 구호 활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프간 현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잔인한 조치입니다.
남녀가 유별한 이슬람 문화 특성상 여성 직원 없이 여성을 상대로 구호 활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런데도 탈레반 정권은 종교적 통치만 강조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탈레반이 지난 12일 SNS에 최고 지도자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탈레반 수장 아쿤드자다는 '은둔의 지도자'로 불릴 만큼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온 인물인데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수도 카불에 딱 한 번 방문했는데, 그때마저 얼굴을 보이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청중 앞에 섰을 정도죠.
이례적으로 공개된 음성 메시지에서 그는 이슬람 율법으로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종교학자들의 올바른 결정과 정부의 적절한 이행으로 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성 인권은 곤두박질치고, 인도주의적 위기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이런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하게 된 계기가 미군의 철수잖아요?
미국 정부도 이런 상황에 도의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탈레반은 미군과 나토(NATO)가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틈을 타 정권 장악에 성공했죠.
무려 20년 만의 재집권이었습니다.
당시 미군 철수 과정은 대혼란 그 자체였는데요.
미군의 드론 오폭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숨지는 등 많은 사상자가 나왔죠.
최근 미국 정부가 당시 상황에 대한 사후 검토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게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기밀이라 백악관이 12쪽짜리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한마디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옳았고, 철수 과정에서 생긴 혼란은 전임자인 트럼프 탓이라는 겁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특정 상황에 놓여있었고, 그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물려받은 기준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어떤 기관도 탈레반이 그렇게 빨리 아프간을 장악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무 계획도 없이 철군 날짜만 정해놓고 떠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정부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아프간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데, 여기에 유엔까지 철수한다면 아프간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지 알 수가 없네요.
[기자]
특히 아프간에 사는 여성들에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하루 하루가 이어지겠죠.
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아프간에서 여성 교육을 위한 비밀학교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택에서 몰래 운영되는데, 심지어 탈레반 간부들도 자신의 딸을 보내는 정도라고 알려졌습니다.
탈레반이 권력을 잃었던 20년 동안 아프간 사회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는데요.
교육과 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겁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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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4-21 10:50:16
- 수정2023-04-21 1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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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엔마저 구호 활동을 멈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는 탈레반이 유엔 소속으로 일해온 현지 여성의 활동까지도 금지하기 때문인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유엔이 더는 아프간에 못 있겠다고, 탈레반에 최후통첩을 날렸다고요?
[기자]
아프간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벌여온 유엔개발계획(UNDP)이 다음 달 아프간 철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은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됐다"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최근 탈레반 정권이 현지인 여성 직원들의 유엔 사무실 출근을 금지하면서 유엔과 마찰을 빚어왔죠.
이미 유엔은 아프간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에게 아예 출근을 하지 말라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유엔은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아프가니스탄 대표 : "유엔개발계획은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곳의 경제적 재앙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탈레반이 태도를 바꾸기를 바랍니다."]
유엔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이미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아프간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지난해 유엔이 낸 아프간 보고서를 보면, 인구의 85%, 3천4백만 명이 빈곤층에 해당합니다.
[앵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여성들의 기본권을 하나, 둘 뺏고 있다는 얘기가 여러 번 나왔는데, 이젠 유엔 기구에 취업도 못 하게 하는 거군요?
[기자]
2021년 8월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현지 여성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갈수록 높여왔죠.
현재 아프간 여성들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가 의무화돼 있고, 남성 없이는 외출도 못 합니다.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가는 것도 금지, 중학교 이상 교육도 금지입니다.
여기에 이제 여성들은 일도 하지 말라는 건데요.
특히, 여성 취업 제한은 외부의 구호 활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프간 현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잔인한 조치입니다.
남녀가 유별한 이슬람 문화 특성상 여성 직원 없이 여성을 상대로 구호 활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런데도 탈레반 정권은 종교적 통치만 강조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탈레반이 지난 12일 SNS에 최고 지도자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탈레반 수장 아쿤드자다는 '은둔의 지도자'로 불릴 만큼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온 인물인데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수도 카불에 딱 한 번 방문했는데, 그때마저 얼굴을 보이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청중 앞에 섰을 정도죠.
이례적으로 공개된 음성 메시지에서 그는 이슬람 율법으로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종교학자들의 올바른 결정과 정부의 적절한 이행으로 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성 인권은 곤두박질치고, 인도주의적 위기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이런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하게 된 계기가 미군의 철수잖아요?
미국 정부도 이런 상황에 도의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탈레반은 미군과 나토(NATO)가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틈을 타 정권 장악에 성공했죠.
무려 20년 만의 재집권이었습니다.
당시 미군 철수 과정은 대혼란 그 자체였는데요.
미군의 드론 오폭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숨지는 등 많은 사상자가 나왔죠.
최근 미국 정부가 당시 상황에 대한 사후 검토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게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기밀이라 백악관이 12쪽짜리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한마디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옳았고, 철수 과정에서 생긴 혼란은 전임자인 트럼프 탓이라는 겁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특정 상황에 놓여있었고, 그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물려받은 기준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어떤 기관도 탈레반이 그렇게 빨리 아프간을 장악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무 계획도 없이 철군 날짜만 정해놓고 떠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정부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아프간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데, 여기에 유엔까지 철수한다면 아프간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지 알 수가 없네요.
[기자]
특히 아프간에 사는 여성들에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하루 하루가 이어지겠죠.
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아프간에서 여성 교육을 위한 비밀학교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택에서 몰래 운영되는데, 심지어 탈레반 간부들도 자신의 딸을 보내는 정도라고 알려졌습니다.
탈레반이 권력을 잃었던 20년 동안 아프간 사회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는데요.
교육과 노동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겁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유엔마저 구호 활동을 멈출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아프간을 점령하고 있는 탈레반이 유엔 소속으로 일해온 현지 여성의 활동까지도 금지하기 때문인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유엔이 더는 아프간에 못 있겠다고, 탈레반에 최후통첩을 날렸다고요?
[기자]
아프간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벌여온 유엔개발계획(UNDP)이 다음 달 아프간 철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은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됐다" 이렇게 표현했는데요.
최근 탈레반 정권이 현지인 여성 직원들의 유엔 사무실 출근을 금지하면서 유엔과 마찰을 빚어왔죠.
이미 유엔은 아프간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에게 아예 출근을 하지 말라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유엔은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 아프가니스탄 대표 : "유엔개발계획은 여성과 소녀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곳의 경제적 재앙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탈레반이 태도를 바꾸기를 바랍니다."]
유엔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이미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아프간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지난해 유엔이 낸 아프간 보고서를 보면, 인구의 85%, 3천4백만 명이 빈곤층에 해당합니다.
[앵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여성들의 기본권을 하나, 둘 뺏고 있다는 얘기가 여러 번 나왔는데, 이젠 유엔 기구에 취업도 못 하게 하는 거군요?
[기자]
2021년 8월 다시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권은 현지 여성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갈수록 높여왔죠.
현재 아프간 여성들은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가 의무화돼 있고, 남성 없이는 외출도 못 합니다.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가는 것도 금지, 중학교 이상 교육도 금지입니다.
여기에 이제 여성들은 일도 하지 말라는 건데요.
특히, 여성 취업 제한은 외부의 구호 활동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프간 현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잔인한 조치입니다.
남녀가 유별한 이슬람 문화 특성상 여성 직원 없이 여성을 상대로 구호 활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상황이 이런데도 탈레반 정권은 종교적 통치만 강조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탈레반이 지난 12일 SNS에 최고 지도자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탈레반 수장 아쿤드자다는 '은둔의 지도자'로 불릴 만큼 공개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온 인물인데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수도 카불에 딱 한 번 방문했는데, 그때마저 얼굴을 보이지 않고 등을 돌린 채 청중 앞에 섰을 정도죠.
이례적으로 공개된 음성 메시지에서 그는 이슬람 율법으로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종교학자들의 올바른 결정과 정부의 적절한 이행으로 파멸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여성 인권은 곤두박질치고, 인도주의적 위기는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앵커]
이런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재집권하게 된 계기가 미군의 철수잖아요?
미국 정부도 이런 상황에 도의적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기자]
탈레반은 미군과 나토(NATO)가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틈을 타 정권 장악에 성공했죠.
무려 20년 만의 재집권이었습니다.
당시 미군 철수 과정은 대혼란 그 자체였는데요.
미군의 드론 오폭으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민간인 10명이 숨지는 등 많은 사상자가 나왔죠.
최근 미국 정부가 당시 상황에 대한 사후 검토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는데, 이게 또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기밀이라 백악관이 12쪽짜리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한마디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옳았고, 철수 과정에서 생긴 혼란은 전임자인 트럼프 탓이라는 겁니다.
[존 커비/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특정 상황에 놓여있었고, 그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물려받은 기준으로 일을 처리해야 했습니다."]
"어떤 기관도 탈레반이 그렇게 빨리 아프간을 장악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무 계획도 없이 철군 날짜만 정해놓고 떠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정부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아프간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데, 여기에 유엔까지 철수한다면 아프간 상황이 어디까지 나빠질지 알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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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프간에 사는 여성들에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하루 하루가 이어지겠죠.
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아프간에서 여성 교육을 위한 비밀학교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택에서 몰래 운영되는데, 심지어 탈레반 간부들도 자신의 딸을 보내는 정도라고 알려졌습니다.
탈레반이 권력을 잃었던 20년 동안 아프간 사회 분위기 자체가 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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