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도자기, 산을 품다…도예가 성낙우

입력 2023.04.25 (19:42) 수정 2023.04.2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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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통을 계승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실험으로 도자기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는 도예가가 있습니다.

다양한 창작 도자기로 현대도예의 지평을 넓혀온 도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자연의 품에서 흙과 함께한 작가에게 도자기는 자연을 담는 그릇입니다.

["빙 둘러쳐져 있는 산을 하나의 성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를 보호해주는... 산 너머 또 산 또 산 또 산, 이렇게 산이 많이 중첩돼 있는 저 세계엔 어떤 세계가 있는지 그것도 궁금하기도 하고... "]

가까운 산 능선부터 굽이굽이 이어지는 먼 산까지.

성낙우 작가는 도자기를 통해 산이 주는 안식과 넉넉함을 전합니다.

마산 광려산 골짜기, 마을이 끝나는 외진 곳에서 작가는 평생 흙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에게 흙은 온기를 간직한 사람처럼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성낙우/도예가 : "흙을 만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고 흙의 질감이 우리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 아이들 손등 만지는 것처럼 살갗 만지는 것 같고 좀 거센 흙을 만지면 할아버지들, 할머니들 발바닥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고교시절인 열일곱 살에 입문해 도예 외길을 걸어온 55년은 흙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통도예 청자, 백자에서 출발해 도자기로 인체를 표현하고 복을 부르는 호박, 다산을 상징하는 가지, 무병장수를 뜻하는 바위 등 다양한 창작도자기를 내놓았는데요.

완만한 곡선의 도자기엔 부드러운 산 능선을 담았습니다.

["바지개(발채)라고 이야기를 하죠. 바깥쪽에 선이 들어와 있는 게 빛의 방향도 가리키면서 발의 살도 표현하고 대형 접시 같은 경우에는 산의 지평선을 쭉 연결시켜서... 손으로 수작업을 하면서 정형을 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변화와 도전을 거듭한 작가는 14번의 개인전과 450차례 전시회에서 창작 도예를 알려왔는데요.

도자기 형태에 따라 물레 대신 흙가래로 도자기를 빚습니다.

["골을 잡아야 되기 때문에 물레작업으로는 작업하기가 좀 까다로워요. 갓난아기 다루듯이 부드럽게 다뤄줘야..."]

건조가 끝난 도자기는 세밀한 붓으로 산을 그려 넣습니다.

여기에 광물을 배합해 만든 담백한 자연의 색을 더합니다.

[성낙우/도예가 : "하늘에서 볼 때 석양이 진다든지 아침 햇살이 돋을 때 나오는 색상들을 위주로..."]

채색뿐만 아니라 유약 작업도 정교하고 고른 두께를 위해 스프레이를 이용하는데요,

0.3mm로 얇게 바른 유약 대부분은 기존 유약을 응용해 직접 고안한 것들입니다.

도예 인생 55년은 흙과 함께 색을 연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현대도예에 걸맞은 다양한 색상을 얻기 위해 개발한 샘플이 가득합니다.

["이게 65번 이렇게 돼 있는데 넘버를 가지고 제가 원하는 색상을 만들 때 유약을 기록해 놨던 노트를 보고 유약을 만듭니다."]

서른 번 넘는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겨우 한 가지 색상이 나오는데요.

그간의 탐구와 노력이 낡은 노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산책 중 만나는 흙 한 줌도 만져보고 문질러 보고 도자기에 응용하면서 그의 작품은 산처럼 깊고 넓어졌습니다.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산은 늘 다채롭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내가 움직이는 곳에 따라서 산의 모습이 다 다르거든요. 피아골에서 본 지리산의 모습, 하동에서 본 지리산 모습 곳곳이 가는 데마다 모습들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을 찾아 스케치해서 도자기에 한 번 담아보는 것도 훨씬 더 정감이 가는 산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산을 닮아가는 도자기, 작가의 그릇엔 또 어떤 산이 담길지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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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도자기, 산을 품다…도예가 성낙우
    • 입력 2023-04-25 19:42:57
    • 수정2023-04-25 19:49:42
    뉴스7(창원)
[앵커]

전통을 계승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실험으로 도자기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는 도예가가 있습니다.

다양한 창작 도자기로 현대도예의 지평을 넓혀온 도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자연의 품에서 흙과 함께한 작가에게 도자기는 자연을 담는 그릇입니다.

["빙 둘러쳐져 있는 산을 하나의 성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를 보호해주는... 산 너머 또 산 또 산 또 산, 이렇게 산이 많이 중첩돼 있는 저 세계엔 어떤 세계가 있는지 그것도 궁금하기도 하고... "]

가까운 산 능선부터 굽이굽이 이어지는 먼 산까지.

성낙우 작가는 도자기를 통해 산이 주는 안식과 넉넉함을 전합니다.

마산 광려산 골짜기, 마을이 끝나는 외진 곳에서 작가는 평생 흙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에게 흙은 온기를 간직한 사람처럼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성낙우/도예가 : "흙을 만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고 흙의 질감이 우리 부드러운 흙을 만지면 아이들 손등 만지는 것처럼 살갗 만지는 것 같고 좀 거센 흙을 만지면 할아버지들, 할머니들 발바닥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고교시절인 열일곱 살에 입문해 도예 외길을 걸어온 55년은 흙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통도예 청자, 백자에서 출발해 도자기로 인체를 표현하고 복을 부르는 호박, 다산을 상징하는 가지, 무병장수를 뜻하는 바위 등 다양한 창작도자기를 내놓았는데요.

완만한 곡선의 도자기엔 부드러운 산 능선을 담았습니다.

["바지개(발채)라고 이야기를 하죠. 바깥쪽에 선이 들어와 있는 게 빛의 방향도 가리키면서 발의 살도 표현하고 대형 접시 같은 경우에는 산의 지평선을 쭉 연결시켜서... 손으로 수작업을 하면서 정형을 잡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변화와 도전을 거듭한 작가는 14번의 개인전과 450차례 전시회에서 창작 도예를 알려왔는데요.

도자기 형태에 따라 물레 대신 흙가래로 도자기를 빚습니다.

["골을 잡아야 되기 때문에 물레작업으로는 작업하기가 좀 까다로워요. 갓난아기 다루듯이 부드럽게 다뤄줘야..."]

건조가 끝난 도자기는 세밀한 붓으로 산을 그려 넣습니다.

여기에 광물을 배합해 만든 담백한 자연의 색을 더합니다.

[성낙우/도예가 : "하늘에서 볼 때 석양이 진다든지 아침 햇살이 돋을 때 나오는 색상들을 위주로..."]

채색뿐만 아니라 유약 작업도 정교하고 고른 두께를 위해 스프레이를 이용하는데요,

0.3mm로 얇게 바른 유약 대부분은 기존 유약을 응용해 직접 고안한 것들입니다.

도예 인생 55년은 흙과 함께 색을 연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현대도예에 걸맞은 다양한 색상을 얻기 위해 개발한 샘플이 가득합니다.

["이게 65번 이렇게 돼 있는데 넘버를 가지고 제가 원하는 색상을 만들 때 유약을 기록해 놨던 노트를 보고 유약을 만듭니다."]

서른 번 넘는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겨우 한 가지 색상이 나오는데요.

그간의 탐구와 노력이 낡은 노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산책 중 만나는 흙 한 줌도 만져보고 문질러 보고 도자기에 응용하면서 그의 작품은 산처럼 깊고 넓어졌습니다.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산은 늘 다채롭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내가 움직이는 곳에 따라서 산의 모습이 다 다르거든요. 피아골에서 본 지리산의 모습, 하동에서 본 지리산 모습 곳곳이 가는 데마다 모습들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을 찾아 스케치해서 도자기에 한 번 담아보는 것도 훨씬 더 정감이 가는 산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산을 닮아가는 도자기, 작가의 그릇엔 또 어떤 산이 담길지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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