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탈당’ 민형배 1년 만에 민주당 복당…국힘 “뻔뻔함의 극치”

입력 2023.04.26 (17:00) 수정 2023.04.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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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검찰수사권 축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위장·꼼수 탈당' 논란이 일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했습니다.

지난해 4월 20일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활동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복당한 겁니다.

민 의원이 탈당한 건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검찰수사권 축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다수당의 입법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조항입니다.

상임위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6명의 조정위원이 최장 90일간 법안을 숙의하게 합니다.

국회법상 조정위원은 '다수당에 속한 조정위원의 수'와 '다수당에 속하지 않은 조정위원의 수'를 같게 해야 합니다.

당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어야 했고, 이 중 3분의 2 이상, 즉 4명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민 의원은 무소속으로서 정족수를 채웠고, 결국 찬성 4, 반대 2 상황에서 법안은 통과됐습니다.

민주당 "불가피한 탈당이었다"…일부 의원들은 "깊은 무력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늘(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유례없는 집권 세력의 몽니에 불가피하게 민 의원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던 일이었다"며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판단한다"고 복당 결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검찰수사권 축소 법안 처리 과정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지도부의 결정에 일부 의원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의원 A는 "민형배 의원의 개인적인 문제로 탈당했던 게 아니었다"면서 "누군가 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민형배 의원이 자임한 건 인정해줘야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또 B 의원 역시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한 결정"이라면서 "민형배 의원을 배려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서 희생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모두가 민형배 의원의 복당 결정을 반긴 건 아니었습니다.

민주당 C 의원은 "국민들의 인식과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도 않은 결정"이라면서 "심지어 민형배 의원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상민 의원은 SNS를 통해 "의회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형해화 시켰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당 결정을 했다니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면서 "돈 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라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뻔뻔함의 극치…상식과 양심도 내팽개쳐"

국민의힘은 민 의원의 복당이 뻔뻔함의 극치라며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아무리 뻔뻔함이 민주당의 DNA라고 하더라도 이재명 방탄과 '쩐당대회' 모르쇠로 일관하던 민주당이 이제는 아예 상식과 양심마저도 내팽개친 모양"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는 검찰개혁법 입법 과정에서 민 의원의 탈당을 문제 삼지는 않았으나"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 원내대변인은 "(헌법재판소는) 명백하게 헌정사상 초유의 꼼수·위장 탈당을 지적했다"며 "나아가 이런 뻔뻔한 꼼수·위장 탈당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과 안건조정위원회 형해화에 대해 헌재가 위헌이고 권한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런 헌재의 판단을 철저히 무시하며 복당 결정을 내린 민주당은 더 이상 당명에 '민주'라는 명칭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형배 의원이 복당한다는 뉴스를 보니, 이런 식이면 중대 선언인 것처럼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도 얼마 안 있어서 복당한다는 소식이 들리겠구나 싶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의당도 민형배 의원의 복당에 대해 "위장 탈당을 고백하는 꼴"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시의 안건조정위 무력화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형배 "의도치 않게 소란스러웠다…송구하다"

논란 끝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은 SNS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 의원은 "헌재와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의도치 않게 소란스러웠다.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판과 조언을 겸허하게 듣겠다"며 "복당에 대한 소회는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에 이어 재산 축소 신고 및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된 무소속 김홍걸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민 의원과 달리 제명된 상태이기 때문에 민주당 당무위원회의 추가 의결을 거친 후, 복당이 결정됩니다.

김 의원의 복당 절차까지 완료되면 민주당 의석수는 171석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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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장 탈당’ 민형배 1년 만에 민주당 복당…국힘 “뻔뻔함의 극치”
    • 입력 2023-04-26 17:00:01
    • 수정2023-04-26 17:02:37
    취재K

지난해 검찰수사권 축소 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위장·꼼수 탈당' 논란이 일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에 복당했습니다.

지난해 4월 20일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활동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복당한 겁니다.

민 의원이 탈당한 건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검찰수사권 축소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다수당의 입법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조항입니다.

상임위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6명의 조정위원이 최장 90일간 법안을 숙의하게 합니다.

국회법상 조정위원은 '다수당에 속한 조정위원의 수'와 '다수당에 속하지 않은 조정위원의 수'를 같게 해야 합니다.

당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어야 했고, 이 중 3분의 2 이상, 즉 4명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민 의원은 무소속으로서 정족수를 채웠고, 결국 찬성 4, 반대 2 상황에서 법안은 통과됐습니다.

민주당 "불가피한 탈당이었다"…일부 의원들은 "깊은 무력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늘(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유례없는 집권 세력의 몽니에 불가피하게 민 의원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던 일이었다"며 "이제는 국민과 당원께 양해를 구하고 민 의원을 복당시키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고 판단한다"고 복당 결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다만,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검찰수사권 축소 법안 처리 과정의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지도부의 결정에 일부 의원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민주당 의원 A는 "민형배 의원의 개인적인 문제로 탈당했던 게 아니었다"면서 "누군가 그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민형배 의원이 자임한 건 인정해줘야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또 B 의원 역시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한 결정"이라면서 "민형배 의원을 배려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서 희생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모두가 민형배 의원의 복당 결정을 반긴 건 아니었습니다.

민주당 C 의원은 "국민들의 인식과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도 않은 결정"이라면서 "심지어 민형배 의원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상민 의원은 SNS를 통해 "의회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 형해화 시켰음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복당 결정을 했다니 깊은 무력감에 빠져든다"면서 "돈 봉투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추악한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라고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뻔뻔함의 극치…상식과 양심도 내팽개쳐"

국민의힘은 민 의원의 복당이 뻔뻔함의 극치라며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아무리 뻔뻔함이 민주당의 DNA라고 하더라도 이재명 방탄과 '쩐당대회' 모르쇠로 일관하던 민주당이 이제는 아예 상식과 양심마저도 내팽개친 모양"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헌법재판소는 검찰개혁법 입법 과정에서 민 의원의 탈당을 문제 삼지는 않았으나"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 원내대변인은 "(헌법재판소는) 명백하게 헌정사상 초유의 꼼수·위장 탈당을 지적했다"며 "나아가 이런 뻔뻔한 꼼수·위장 탈당이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과 안건조정위원회 형해화에 대해 헌재가 위헌이고 권한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이런 헌재의 판단을 철저히 무시하며 복당 결정을 내린 민주당은 더 이상 당명에 '민주'라는 명칭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형배 의원이 복당한다는 뉴스를 보니, 이런 식이면 중대 선언인 것처럼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도 얼마 안 있어서 복당한다는 소식이 들리겠구나 싶다"고 꼬집었습니다.

정의당도 민형배 의원의 복당에 대해 "위장 탈당을 고백하는 꼴"이라며 "지금이라도 당시의 안건조정위 무력화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형배 "의도치 않게 소란스러웠다…송구하다"

논란 끝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은 SNS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민 의원은 "헌재와 당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의도치 않게 소란스러웠다.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판과 조언을 겸허하게 듣겠다"며 "복당에 대한 소회는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에 이어 재산 축소 신고 및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제명된 무소속 김홍걸 의원의 복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민 의원과 달리 제명된 상태이기 때문에 민주당 당무위원회의 추가 의결을 거친 후, 복당이 결정됩니다.

김 의원의 복당 절차까지 완료되면 민주당 의석수는 171석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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