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피해’ 건물 끝내 경매로…“쫓겨날 처지”

[앵커]

전세 피해자들은 경매로 집이 팔려 당장 쫓겨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데요,

그래서 정부가 최근 경매 기일을 늦추는 대책을 내놨죠.

하지만 오늘, 부산에서는 30가구 세입자가 사는 오피스텔의 경매가 열렸습니다.

이준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가구가 세 들어 살고 있는 부산진구의 한 8층짜리 오피스텔.

그런데 건물주와 2년 넘게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 피해 세입자/음성변조 : "(21년) 상반기에 (건물주한테) '집을 내가 나가겠다.' 하니까 자기가 지금 사정이 안 좋은데 잠깐만 며칠만 시간 달라 하더니 그 후로부터는 연락이 안 되더라고요."]

이 건물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살펴봤습니다.

연락 두절 직전인 2020년 12월, 한 세입자가 보증금 5천7백만 원 중 3천7백만 원을 받지 못했다며 '주택임차권'을 설정했습니다.

2020년 말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세입자 모두 불안한 하루를 버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전세 피해 세입자 : "집주인이 도망갔다고 하니까 참 어처구니가 없고, 막막하죠. 사실. 저희 세입자분들 중에서는 안 좋은 생각까지 하시는 분들도 되게 있다 보니까…."]

문제는 세입자들에 앞서 7억 8천만 원에 달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기관이 건물을 통째로 경매에 넘겼다는 건데, 그 경매가 오늘 진행됐습니다.

세입자들도 부랴부랴 배당요구를 신청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법원이 산정한 건물 최저매각가격은 18억 6백만 원이 전부.

30가구 세입자가 받지 못한 보증금은 19억 원인데, 먼저 금융기관이 7억이 넘는 돈을 가져가고 나면 세입자의 보증금을 모두 회수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건물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당장 쫓겨날 수도 있는 데다, 전세대출도 갚아야 할 상황입니다.

[전세 피해 세입자 : "돈이 있어서 (전세) 들어온 게 아니고, 청년 전세자금대출 이런 거로 들어온 건데, 그 큰 돈을 갑자기 '갚아라.' 이렇게 해버리면 저는…."]

이 건물 경매는 유찰됐지만, 최저매각가격이 20%나 더 떨어지게 돼 세입자들이 회수할 수 있는 보증금은 더 줄어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준석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