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공유’ 놓고 한미 입장차 왜?

입력 2023.04.28 (21:03) 수정 2023.04.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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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교부 취재하는 김지선 기자와 이 문제 짚어보죠.

'핵 공유'라는 개념부터 정리해보죠.

미국이 유럽 일부 국가와 핵을 공유하는 나토식 핵공유는 어떤 건가요?

[기자]

미국은 독일 등 유럽 5개 국에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회원국 5개 나라에 미국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이걸 쓸 땐 나토 회원국 전투기로 핵무기를 실어나르고 떨어뜨립니다.

핵 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핵무기를 운반하는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핵 공유'라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 나토 국가들은 필요할 때 핵무기를 쓸 수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핵공유'를 하는 나토에서조차 핵무기 자체는 미국 소유이고, 핵을 사용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도 미국 대통령이 독점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워싱턴선언에 담긴 내용은 어떤가요, '나토식 핵공유'와 어떻게 다른 겁니까?

[기자]

가장 큰 차이는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핵무기를 배치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 배치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자극하게 돼 동북아 핵 군비 경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는데다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를 미국이 뒤흔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거든요.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장 발언을 다시 보시죠.

"한반도에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앵커]

미국이 '사실상 핵 공유'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겠군요.

[기자]

네 정상회담 등에서의 합의를 두고 양국간 온도차, 해석의 차이가 생기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이번 대응이 이례적으로 단호해 보이는 것은 분명한데요.

미국 입장에서 '핵공유'가 핵무기의 배치, 사용 권한 등을 포함하는 의미인 만큼 이 단어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맥락과 배경을 고려하면, 대통령실이 아무리 설명을 잘 하기 위한 차원이라도 좀더 신중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기자]

"핵 공유라는 말은 사실 미국이 부담스러워한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닌 윤 대통령이 올해 1월 신년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그만큼 핵 공유라는 표현은 신중하게 써야 되는데요.

워싱턴선언의 성과를 아주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조차 매우 신중하지 못했다, 왜 그 성과를 가리게 만드냐고 지적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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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 공유’ 놓고 한미 입장차 왜?
    • 입력 2023-04-28 21:03:04
    • 수정2023-04-28 22: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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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외교부 취재하는 김지선 기자와 이 문제 짚어보죠.

'핵 공유'라는 개념부터 정리해보죠.

미국이 유럽 일부 국가와 핵을 공유하는 나토식 핵공유는 어떤 건가요?

[기자]

미국은 독일 등 유럽 5개 국에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회원국 5개 나라에 미국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이걸 쓸 땐 나토 회원국 전투기로 핵무기를 실어나르고 떨어뜨립니다.

핵 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핵무기를 운반하는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핵 공유'라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 나토 국가들은 필요할 때 핵무기를 쓸 수 있습니까?

[기자]

아닙니다.

'핵공유'를 하는 나토에서조차 핵무기 자체는 미국 소유이고, 핵을 사용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도 미국 대통령이 독점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워싱턴선언에 담긴 내용은 어떤가요, '나토식 핵공유'와 어떻게 다른 겁니까?

[기자]

가장 큰 차이는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핵무기를 배치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 배치는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을 자극하게 돼 동북아 핵 군비 경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는데다 핵확산금지조약, NPT 체제를 미국이 뒤흔든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거든요.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장 발언을 다시 보시죠.

"한반도에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에게 매우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습니다.

[앵커]

미국이 '사실상 핵 공유'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겠군요.

[기자]

네 정상회담 등에서의 합의를 두고 양국간 온도차, 해석의 차이가 생기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의 이번 대응이 이례적으로 단호해 보이는 것은 분명한데요.

미국 입장에서 '핵공유'가 핵무기의 배치, 사용 권한 등을 포함하는 의미인 만큼 이 단어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맥락과 배경을 고려하면, 대통령실이 아무리 설명을 잘 하기 위한 차원이라도 좀더 신중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기자]

"핵 공유라는 말은 사실 미국이 부담스러워한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닌 윤 대통령이 올해 1월 신년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그만큼 핵 공유라는 표현은 신중하게 써야 되는데요.

워싱턴선언의 성과를 아주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조차 매우 신중하지 못했다, 왜 그 성과를 가리게 만드냐고 지적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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