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신항만 공사 ‘와르르’…‘땜질’식 덧댐 공사만 11곳

입력 2023.05.01 (23:49) 수정 2023.05.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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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40년까지 3조 7천억 원을 들이는 새만금 신항만 개발사업이, 바다를 메우기 시작하며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만 터를 떠받치는 기초구조물이 지속적으로 무너져온 사실을 KBS가 확인했습니다.

오정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마치 굴삭기로 긁어낸 듯 사면이 줄줄이 패였고, 위태로이 매달린 돌은 조금만 힘을 줘도 맥없이 떨어져 나갑니다.

새만금 신항만 매립지의 기초구조물인 '가호안' 모습입니다.

바다 밑에서 퍼 올린 모래를 들이부어 새로운 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땅이 나중에 항만이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서 있는 돌더미는 땅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틀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틀이 계속 무너지고 있습니다.

KBS가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보니,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무너진 구간은 11곳, 780m에 달합니다.

전체 가호안 3.7km 가운데 1/5 넘게 무너진 셈인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돌로 메꾸는 작업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겨울 동안에 좀 괜찮기에 괜찮아지나 보다 했는데, 초봄 되면서 2월부터 또 (무너짐이)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또 복구 계획을..."]

땜질식 처방, 과연 문제가 없을까?

해양수산부와 시공사는 여러곳이 잇달아 무너지는 건 예상 밖이지만, 안전성엔 무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새만금 신항 가호안 축조공사 시공사/음성변조 : "이게 무너졌다고 그래서 (가호안) 자체가 불안전한 구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필터 매트'는 일단 손상이 없다."]

새만금 신항만 공사의 가호안 구조를 단순화한 단면도입니다.

작은 돌을 쌓고 큰 돌로 덮는 형태인데, 이 사이 '필터 매트'가 한 겹 깔립니다.

이 매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은 호안 안팎을 드나들되, 매립재인 모래는 걸러주는 도구입니다.

필터 매트가 손상되면 물과 함께 매립재까지 바다로 빠져나가게 되고, 매립한 땅 속에 공동이 생겨 나중에 구조물을 지었을 때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해수부와 시공사의 주장대로 실제 이 필터매트가 멀쩡한지 공사 현장을 다시 가봤습니다.

돌더미 사이로 토목 섬유, 필터 매트가 드러났습니다.

무너진 돌 틈에 끼이고 짓이겨져 여기저기 찢어진 채 발견됩니다.

견고할 거라던 매트가 사실은 심하게 손상된 겁니다.

[김규한/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피복석이 붕괴되고 필터 매트까지 빠져나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파이핑(구멍 뚫림) 현상, 또 원지반의 파괴·변형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KBS 취재로 필터 매트 손상 사실을 확인한 해양수산부는 서둘러 가호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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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 신항만 공사 ‘와르르’…‘땜질’식 덧댐 공사만 11곳
    • 입력 2023-05-01 23:49:34
    • 수정2023-05-01 23:59:04
    뉴스라인 W
[앵커]

2040년까지 3조 7천억 원을 들이는 새만금 신항만 개발사업이, 바다를 메우기 시작하며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항만 터를 떠받치는 기초구조물이 지속적으로 무너져온 사실을 KBS가 확인했습니다.

오정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마치 굴삭기로 긁어낸 듯 사면이 줄줄이 패였고, 위태로이 매달린 돌은 조금만 힘을 줘도 맥없이 떨어져 나갑니다.

새만금 신항만 매립지의 기초구조물인 '가호안' 모습입니다.

바다 밑에서 퍼 올린 모래를 들이부어 새로운 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땅이 나중에 항만이 됩니다.

그러니까 제가 서 있는 돌더미는 땅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틀인 셈입니다.

그런데 이 틀이 계속 무너지고 있습니다.

KBS가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해보니,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무너진 구간은 11곳, 780m에 달합니다.

전체 가호안 3.7km 가운데 1/5 넘게 무너진 셈인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돌로 메꾸는 작업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음성변조 : "겨울 동안에 좀 괜찮기에 괜찮아지나 보다 했는데, 초봄 되면서 2월부터 또 (무너짐이)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또 복구 계획을..."]

땜질식 처방, 과연 문제가 없을까?

해양수산부와 시공사는 여러곳이 잇달아 무너지는 건 예상 밖이지만, 안전성엔 무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새만금 신항 가호안 축조공사 시공사/음성변조 : "이게 무너졌다고 그래서 (가호안) 자체가 불안전한 구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필터 매트'는 일단 손상이 없다."]

새만금 신항만 공사의 가호안 구조를 단순화한 단면도입니다.

작은 돌을 쌓고 큰 돌로 덮는 형태인데, 이 사이 '필터 매트'가 한 겹 깔립니다.

이 매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은 호안 안팎을 드나들되, 매립재인 모래는 걸러주는 도구입니다.

필터 매트가 손상되면 물과 함께 매립재까지 바다로 빠져나가게 되고, 매립한 땅 속에 공동이 생겨 나중에 구조물을 지었을 때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해수부와 시공사의 주장대로 실제 이 필터매트가 멀쩡한지 공사 현장을 다시 가봤습니다.

돌더미 사이로 토목 섬유, 필터 매트가 드러났습니다.

무너진 돌 틈에 끼이고 짓이겨져 여기저기 찢어진 채 발견됩니다.

견고할 거라던 매트가 사실은 심하게 손상된 겁니다.

[김규한/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피복석이 붕괴되고 필터 매트까지 빠져나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파이핑(구멍 뚫림) 현상, 또 원지반의 파괴·변형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KBS 취재로 필터 매트 손상 사실을 확인한 해양수산부는 서둘러 가호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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