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상 ‘간병인’ 구하지만…열에 아홉은 “너무 비싸”

입력 2023.05.0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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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다면, 지켜보고 돌보는 가족 역시 고통스럽기 마련입니다.

갑작스럽게 가족이 병원에 입원한 경우 아픈 가족을 직접 돌보는 경우도 있지만, 여건상 ‘간병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실제 보건의료노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중 간병을 경험한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간병 경험자의 과반은 간병인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 본인 또는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병 담당으로 ‘간병인을 구했다’는 응답은 53.4%에 달했습니다. ‘가족이 간병했다’는 응답은 46.6%로 가족 간병보다 간병인을 사용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간병인을 구한 경로는 ‘병원 안내를 통해서’가 62%로 가장 많았고, ‘지인 또는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통해서’가 27.3%, ‘인터넷이나 신문 등 구인 사이트를 통해서’가 6.4%, ‘광고 전단지를 통해서’가 3.2%로 나타났습니다.

본인 또는 가족 입원시 간병 담당은? (응답자: 1,000명)본인 또는 가족 입원시 간병 담당은? (응답자: 1,000명)

간병인의 간병 형태로는 ‘개인 간병’이 77.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공동 간병’ 응답은 22.1%에 불과했습니다. 이용 형태만 보면, 간병인 사용이 대부분 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 간병인 썼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 “간병비 부담” 가장 많아

간병인을 썼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응답자의 약 2/3(65.2%)가 ‘간병비 부담’을 꼽았습니다. ‘간병인이 제대로 환자를 돌보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23.1%) ‘간병하러 왔다가 환자 상태를 보고 그만둬 힘들었다’(5.2%), ‘간병인이 한국인이 아니어서 언어소통 및 문화가 달라 힘들었다’(3.2%)가 뒤를 이었습니다.

간병인을 썼을 때 가장 불만족한 경험과 관련해선 잦은 자리 비움이나 환자 관리 부실 등 ‘불성실한 간병’ 경험이 56.6%로 가장 많았습니다. 요금이나 기간, 수수료, 위약금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불완전한 계약’은 36.1%, ‘기타’가 7.3%였습니다.

■ 간병 경험 응답자 96%는 “간병비 비싸 부담”

간병을 경험한 이들의 96%는 간병비가 비싸 부담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실제 부담한 간병비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간병비 수준의 격차도 컸는데요.

간병 경험자의 절반(49.3%)은 하루 간병비로 5만 원 미만이 적정하다는 의견이었지만, 간병인을 이용한 이들의 40.8%는 하루 11만 원 이상의 간병비를 부담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간병인에게 지급한 하루 간병비는 ‘9만~11만 원 미만’이 36.7%로 가장 높았고, ‘11만~13만 원 미만’(24.0%), ‘7만~9만 원 미만’(22.5%), ‘13만~15만 원 미만’(14.0%), ‘하루 15만 원 이상’(2.8%) 순이었습니다.

적정 간병비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9.3%)가 하루 5만 원 미만을 응답했습니다. ‘2만 원~5만 원 미만’이 33.9%로 가장 높았고, ‘5만 원~7만 원 미만’(29.5%), ‘하루 2만 원 미만’(15.4%), ‘하루 7만 원~9만 원 미만’(12.4%) 등의 순이었습니다.

간병인 이용시 하루 지급한 간병비는? (전체 응답자 중 간병인 이용한 534명 대상)간병인 이용시 하루 지급한 간병비는? (전체 응답자 중 간병인 이용한 534명 대상)

■ “간병비 해결,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늘려야”

이 같은 인식 조사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간병 부담이 얼마나 크고, 간병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83.5세인데 비해 건강수명은 66.3세에 불과하다”며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기간이 무려 17.2년이나 되는 상황에서 간병비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족간병이나 간병인 고용 필요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병동지원 인력이 24시간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은 전체 병상(24만 4,766개) 중 28.9%(7만 363개)에 불과하다며, 2026년까지 모든 병동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취업을 포기하거나 비싼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계가 파탄 나거나 심지어는 가족을 죽이는 비극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병원비보다 비싼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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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건상 ‘간병인’ 구하지만…열에 아홉은 “너무 비싸”
    • 입력 2023-05-02 07:10:50
    취재K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다면, 지켜보고 돌보는 가족 역시 고통스럽기 마련입니다.

갑작스럽게 가족이 병원에 입원한 경우 아픈 가족을 직접 돌보는 경우도 있지만, 여건상 ‘간병인’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실제 보건의료노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중 간병을 경험한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간병 경험자의 과반은 간병인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 본인 또는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병 담당으로 ‘간병인을 구했다’는 응답은 53.4%에 달했습니다. ‘가족이 간병했다’는 응답은 46.6%로 가족 간병보다 간병인을 사용한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간병인을 구한 경로는 ‘병원 안내를 통해서’가 62%로 가장 많았고, ‘지인 또는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나 보호자를 통해서’가 27.3%, ‘인터넷이나 신문 등 구인 사이트를 통해서’가 6.4%, ‘광고 전단지를 통해서’가 3.2%로 나타났습니다.

본인 또는 가족 입원시 간병 담당은? (응답자: 1,000명)
간병인의 간병 형태로는 ‘개인 간병’이 77.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공동 간병’ 응답은 22.1%에 불과했습니다. 이용 형태만 보면, 간병인 사용이 대부분 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 간병인 썼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 “간병비 부담” 가장 많아

간병인을 썼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응답자의 약 2/3(65.2%)가 ‘간병비 부담’을 꼽았습니다. ‘간병인이 제대로 환자를 돌보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23.1%) ‘간병하러 왔다가 환자 상태를 보고 그만둬 힘들었다’(5.2%), ‘간병인이 한국인이 아니어서 언어소통 및 문화가 달라 힘들었다’(3.2%)가 뒤를 이었습니다.

간병인을 썼을 때 가장 불만족한 경험과 관련해선 잦은 자리 비움이나 환자 관리 부실 등 ‘불성실한 간병’ 경험이 56.6%로 가장 많았습니다. 요금이나 기간, 수수료, 위약금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불완전한 계약’은 36.1%, ‘기타’가 7.3%였습니다.

■ 간병 경험 응답자 96%는 “간병비 비싸 부담”

간병을 경험한 이들의 96%는 간병비가 비싸 부담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실제 부담한 간병비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간병비 수준의 격차도 컸는데요.

간병 경험자의 절반(49.3%)은 하루 간병비로 5만 원 미만이 적정하다는 의견이었지만, 간병인을 이용한 이들의 40.8%는 하루 11만 원 이상의 간병비를 부담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간병인에게 지급한 하루 간병비는 ‘9만~11만 원 미만’이 36.7%로 가장 높았고, ‘11만~13만 원 미만’(24.0%), ‘7만~9만 원 미만’(22.5%), ‘13만~15만 원 미만’(14.0%), ‘하루 15만 원 이상’(2.8%) 순이었습니다.

적정 간병비로는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9.3%)가 하루 5만 원 미만을 응답했습니다. ‘2만 원~5만 원 미만’이 33.9%로 가장 높았고, ‘5만 원~7만 원 미만’(29.5%), ‘하루 2만 원 미만’(15.4%), ‘하루 7만 원~9만 원 미만’(12.4%) 등의 순이었습니다.

간병인 이용시 하루 지급한 간병비는? (전체 응답자 중 간병인 이용한 534명 대상)
■ “간병비 해결,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늘려야”

이 같은 인식 조사에 대해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의 간병 부담이 얼마나 크고, 간병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83.5세인데 비해 건강수명은 66.3세에 불과하다”며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기간이 무려 17.2년이나 되는 상황에서 간병비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건의료노조는 가족간병이나 간병인 고용 필요 없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병동지원 인력이 24시간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은 전체 병상(24만 4,766개) 중 28.9%(7만 363개)에 불과하다며, 2026년까지 모든 병동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취업을 포기하거나 비싼 간병비를 감당하지 못해 가계가 파탄 나거나 심지어는 가족을 죽이는 비극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병원비보다 비싼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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