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200일…엄마는 아직도 길 위에 산다

입력 2023.05.17 (06:39) 수정 2023.05.1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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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는 이태원 참사 200일 이었습니다.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선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이 켜졌고, 4대 종단이 함께 하는 추모 기도회도 열렸습니다.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날의 진실은 아직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이 여전히 길 위에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국회와 법원, 검찰, 분향소를 오가는 이태원 유족의 하루를 이원희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분주한 출근 시간 서울 여의도.

고 이남훈 씨 엄마, 박영수 씨의 하루는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이게 일상이 돼 버렸어, 이제. 여기 안 나오면 아무것도 못 하는..."]

그 날 이태원에서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들은 이제 길 위의 동지가 됐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이 나이에 무슨 노숙까지 해 보고 참 내가, 이 비싼 여의도 땅에 와서."]

200일이란 시간은 무관심에도 무덤덤하게 만들었습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어머니 : "(시민분들 반응은 어때요?) 애써 외면? 보여요. 되게 안타까워 하셔요."]

이제 조금은 단단해 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들 같은 청년들과 몸싸움을 하면서는 또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어머니 : "내 새끼 같은 애들한테 맞았다는 그런 상실감. 저 친구들은 우리가 사실 보기도 아까워요. 젊은 애들이 이렇게 지나가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책임자 엄벌을 호소하느라,

["처벌하라! 처벌하라! 처벌하라!"]

시간을 쪼개가며 쉴새없이 발길을 옮깁니다.

끼니 때를 훌쩍 넘겨 밥은 먹었냐, 물어봐 주는 것도 같은 유족들.

다른 아이들도 이젠 자식처럼 챙기곤 합니다.

["158명, 많이 많이 먹어."]

기약 없는 싸움에도 유족들은 분향소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최정주/고 최유진 씨 아버지 : "버티려고, 하루하루 버티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의 일상입니다."]

출근길 1인 시위로 하루를 시작한 박영수 씨가 오후 5시까지 이동한 거리는 67km.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은 병원입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엄마, 배고파요. 밥 줘' 걔는 그러면서 들어오거든. 그 시간 되면 해 넘어가는 시간 되면 내가 불안하다고 해야 되나? 밖에만 쳐다보고..."]

어둑해지고서야 돌아온 집.

이곳에는 200일째 풀지 못한 숙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아드님 방은 여긴가요?) 여기. 여기 지금 몇 개월째 문을 내가 차마 열어 볼 수가 없어 가지고..."]

아들에게 한 마지막 다짐을 지키는 게 엄마의 숙제입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내가 스스로 마음 정한 게 있어요. 지금은 특별법 통과된다거나 한줄기 빛이 보이면 그때 열고 아이 물건도 정리해 주고 그래야겠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촬영기자:정준희 서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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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200일…엄마는 아직도 길 위에 산다
    • 입력 2023-05-17 06:39:16
    • 수정2023-05-17 06:46:26
    뉴스광장 1부
[앵커]

어제는 이태원 참사 200일 이었습니다.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선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이 켜졌고, 4대 종단이 함께 하는 추모 기도회도 열렸습니다.

반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날의 진실은 아직 온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이 여전히 길 위에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국회와 법원, 검찰, 분향소를 오가는 이태원 유족의 하루를 이원희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분주한 출근 시간 서울 여의도.

고 이남훈 씨 엄마, 박영수 씨의 하루는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이게 일상이 돼 버렸어, 이제. 여기 안 나오면 아무것도 못 하는..."]

그 날 이태원에서 자식을 떠나 보낸 부모들은 이제 길 위의 동지가 됐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이 나이에 무슨 노숙까지 해 보고 참 내가, 이 비싼 여의도 땅에 와서."]

200일이란 시간은 무관심에도 무덤덤하게 만들었습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어머니 : "(시민분들 반응은 어때요?) 애써 외면? 보여요. 되게 안타까워 하셔요."]

이제 조금은 단단해 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들 같은 청년들과 몸싸움을 하면서는 또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최선미/고 박가영 씨 어머니 : "내 새끼 같은 애들한테 맞았다는 그런 상실감. 저 친구들은 우리가 사실 보기도 아까워요. 젊은 애들이 이렇게 지나가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책임자 엄벌을 호소하느라,

["처벌하라! 처벌하라! 처벌하라!"]

시간을 쪼개가며 쉴새없이 발길을 옮깁니다.

끼니 때를 훌쩍 넘겨 밥은 먹었냐, 물어봐 주는 것도 같은 유족들.

다른 아이들도 이젠 자식처럼 챙기곤 합니다.

["158명, 많이 많이 먹어."]

기약 없는 싸움에도 유족들은 분향소를 떠날 수가 없습니다.

[최정주/고 최유진 씨 아버지 : "버티려고, 하루하루 버티려고 애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의 일상입니다."]

출근길 1인 시위로 하루를 시작한 박영수 씨가 오후 5시까지 이동한 거리는 67km.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은 병원입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엄마, 배고파요. 밥 줘' 걔는 그러면서 들어오거든. 그 시간 되면 해 넘어가는 시간 되면 내가 불안하다고 해야 되나? 밖에만 쳐다보고..."]

어둑해지고서야 돌아온 집.

이곳에는 200일째 풀지 못한 숙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아드님 방은 여긴가요?) 여기. 여기 지금 몇 개월째 문을 내가 차마 열어 볼 수가 없어 가지고..."]

아들에게 한 마지막 다짐을 지키는 게 엄마의 숙제입니다.

[박영수/고 이남훈 씨 어머니 : "내가 스스로 마음 정한 게 있어요. 지금은 특별법 통과된다거나 한줄기 빛이 보이면 그때 열고 아이 물건도 정리해 주고 그래야겠다."]

KBS 뉴스 이원희입니다.

촬영기자:정준희 서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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