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기록’ 유네스코 등재…“세계 속 녹두꽃 피다”

입력 2023.05.19 (07:37) 수정 2023.05.1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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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백80여 점이 4·19혁명 기록물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반봉건과 자주를 외친 민중들의 자생적 투쟁과, '집강소'로 상징되는 민주주의 실험의 가치를 전 세계가 인정했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상영/동학농민군 유광화 증손자 : "번거로운 인사는 접어두고 동생 광팔 보시게. 나라가 환란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달려있네. 나라의 운명과 뒷일은 맏동생에게 부탁하겠네."]

군자금을 대고 목숨 바쳐 책무를 다한 지도자의 결기도, 어머니를 그리며 노자를 청하는 절박함마저 고스란히 담긴, 농민군의 편지.

고부 봉기에 이어 무장기포로 향한 농민군은 "의로운 깃발 들어 보국안민을 생사의 맹세로 삼노라"며 혁명 정신을 선언했습니다.

천8백94년 갑오년부터 이듬해 사이 이어진 동학농민혁명.

혁명의 시작부터 끝까지 분투의 과정을 모은 당대 기록물들이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동학 농민군 임명장과 회고록, 녹두장군 전봉준의 재판기록 외에도 진압에 나선 조선 관아와 민간의 기록까지, 전국 11개 기관에서 보존해 온 문서 백85점, 만 3천여 면이 포함됐습니다.

[임승범/문화재청 학예연구관 : "기록물이 앞으로 보존 가치가 있고 이걸 좀 더 활용해야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우리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본다면…."]

부패한 관료에 저항하고, 외세 침략에 맞서 스스로 떨쳐 일어난 민중들.

자유와 평등, 인권으로 상징되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민·관 협력 자치기구 '집강소'를 두는 등 현대 민주주의의 원형을 쌓았습니다.

호남을 넘어 황해도까지 펼쳐진 농민혁명, 4년 전 국가기념일 지정에 이은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국제 위상을 높이고 세계인과 그 정신을 공유할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이병규/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 : "민주주의 실험으로서, 민주주의 선례로서 의미 있기 때문에 이런 지점을 특히 강조하고, 세계사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문화재청은 번역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기록 접근성을 높이고, 내년 혁명 백30주년을 맞아 국제 학술대회와 문화콘텐츠 제작 등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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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학농민혁명 기록’ 유네스코 등재…“세계 속 녹두꽃 피다”
    • 입력 2023-05-19 07:37:40
    • 수정2023-05-19 07:47:52
    뉴스광장(전주)
[앵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백80여 점이 4·19혁명 기록물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반봉건과 자주를 외친 민중들의 자생적 투쟁과, '집강소'로 상징되는 민주주의 실험의 가치를 전 세계가 인정했습니다.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상영/동학농민군 유광화 증손자 : "번거로운 인사는 접어두고 동생 광팔 보시게. 나라가 환란에 처하면 백성도 근심해야 한다네. 죽고 사는 것은 천명에 달려있네. 나라의 운명과 뒷일은 맏동생에게 부탁하겠네."]

군자금을 대고 목숨 바쳐 책무를 다한 지도자의 결기도, 어머니를 그리며 노자를 청하는 절박함마저 고스란히 담긴, 농민군의 편지.

고부 봉기에 이어 무장기포로 향한 농민군은 "의로운 깃발 들어 보국안민을 생사의 맹세로 삼노라"며 혁명 정신을 선언했습니다.

천8백94년 갑오년부터 이듬해 사이 이어진 동학농민혁명.

혁명의 시작부터 끝까지 분투의 과정을 모은 당대 기록물들이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동학 농민군 임명장과 회고록, 녹두장군 전봉준의 재판기록 외에도 진압에 나선 조선 관아와 민간의 기록까지, 전국 11개 기관에서 보존해 온 문서 백85점, 만 3천여 면이 포함됐습니다.

[임승범/문화재청 학예연구관 : "기록물이 앞으로 보존 가치가 있고 이걸 좀 더 활용해야 된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우리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본다면…."]

부패한 관료에 저항하고, 외세 침략에 맞서 스스로 떨쳐 일어난 민중들.

자유와 평등, 인권으로 상징되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며, 민·관 협력 자치기구 '집강소'를 두는 등 현대 민주주의의 원형을 쌓았습니다.

호남을 넘어 황해도까지 펼쳐진 농민혁명, 4년 전 국가기념일 지정에 이은 유네스코 등재를 통해, 국제 위상을 높이고 세계인과 그 정신을 공유할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이병규/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 : "민주주의 실험으로서, 민주주의 선례로서 의미 있기 때문에 이런 지점을 특히 강조하고, 세계사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문화재청은 번역과 디지털 작업을 통해 기록 접근성을 높이고, 내년 혁명 백30주년을 맞아 국제 학술대회와 문화콘텐츠 제작 등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신재복/그래픽: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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