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의대생 늘리자”…이번엔 과연?

입력 2023.05.19 (12:45) 수정 2023.05.19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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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의대생 정원은 20년 가까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데요.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는 의대 신입생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 35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는데, 의사협회와의 협의가 관건입니다.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 의료 선진국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 많죠?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2.5명입니다.

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최하위인데, 한의사를 포함한 통계고요.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OECD 평균 3.7명, 유럽과 차이가 큽니다.

우리나라에는 의대 40개교가 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갈등 이후, 정부와 의사들 합의로 신입생 정원을 단계적으로 10% 줄인 뒤, 2007학년도 입시 때부터 3천 58명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잔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자 정부가 이 문제 논의하기로 예고했었습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지난달 24일 : "의정 협의에 따라 가지고 지금 의사들하고, 의료계하고 협의하고 있는데, 마냥 거기가 회피한다고 저희가 계속 끌려갈 수는 없는 거고요."]

정부 방안이 확인됐는데요.

내년 초까지 계획을 확정해 2025학년도부터 적용하겠단 겁니다.

최소 351명이고, 많게는 500명 선까지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증원 숫자 등은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어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공식적으로 "의대 정원에 관한 사항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 일축했습니다.

상당히 조심하는 모양새죠.

과거 의대생 증원 등 계획에 의사들이 대규모 집단 행동으로 맞선 기억 때문입니다.

3년 전 여름, 의대생 증원 계획이 나오자 전공의들이 하얀 가운을 벗어 쌓아 놓습니다.

1·2년 차 레지던트까지 파업 동참하며, 모든 연차의 전공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나섰습니다.

[박능후/당시 보건복지부 장관/2020년 8월/KBS '더 라이브' 출연 : "이번을 계기로 의사들과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겠습니다). 우리 복지부나 또 의사협회나 목표점은 같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결국 당시 정부와 의사들이 증원 계획을 중단하는 선에서 합의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다시 협의하기로 일단 미뤘는데요.

의사들은 특히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증원 계획에 강하게 반대했는데, 지금 정부는 새로 의대를 만들기보단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 정부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거죠.

전국 국립대 의대 10곳에 15명씩, 그리고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의대도 증원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는 교수직 확대 등 지원책 이점도 검토 중입니다.

보도된 정부 계획에 의사단체는 현재 정원이 적절한지부터 따져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은 정원만 늘려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필수/대한의사협회 회장 : "해마다 (의대 정원을) 500명을 늘린다 하더라도 과연 그 의사들이 (필수 의료로) 과연 갈까요? 그분들은 반드시 필수 의료 과를 지원하지 않고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당연히 그분들도 미용이라든가 이런 데 비급여가 많은 그런 곳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에…"]

최근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일이 있었죠.

'필수의료' 외상이나 감염 등 생명에 직결되는 질병을 진료하고, 인권적 차원에서 환자마다 경제적, 지역적 격차가 없어야 하는 의료 분야를 말하죠.

통상 내과나 외과,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을 일컫는데 의사들 기피 현상이 심하다 합니다.

의사 전체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으로, 의사들을 모이게 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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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9 12:45:10
    • 수정2023-05-19 1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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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 의대생 정원은 20년 가까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데요.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는 의대 신입생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 35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는데, 의사협회와의 협의가 관건입니다.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 의료 선진국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 많죠?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2.5명입니다.

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최하위인데, 한의사를 포함한 통계고요.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OECD 평균 3.7명, 유럽과 차이가 큽니다.

우리나라에는 의대 40개교가 있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 갈등 이후, 정부와 의사들 합의로 신입생 정원을 단계적으로 10% 줄인 뒤, 2007학년도 입시 때부터 3천 58명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대 정원을 늘리잔 얘기가 계속 나왔는데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자 정부가 이 문제 논의하기로 예고했었습니다.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지난달 24일 : "의정 협의에 따라 가지고 지금 의사들하고, 의료계하고 협의하고 있는데, 마냥 거기가 회피한다고 저희가 계속 끌려갈 수는 없는 거고요."]

정부 방안이 확인됐는데요.

내년 초까지 계획을 확정해 2025학년도부터 적용하겠단 겁니다.

최소 351명이고, 많게는 500명 선까지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증원 숫자 등은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어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공식적으로 "의대 정원에 관한 사항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 일축했습니다.

상당히 조심하는 모양새죠.

과거 의대생 증원 등 계획에 의사들이 대규모 집단 행동으로 맞선 기억 때문입니다.

3년 전 여름, 의대생 증원 계획이 나오자 전공의들이 하얀 가운을 벗어 쌓아 놓습니다.

1·2년 차 레지던트까지 파업 동참하며, 모든 연차의 전공의들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나섰습니다.

[박능후/당시 보건복지부 장관/2020년 8월/KBS '더 라이브' 출연 : "이번을 계기로 의사들과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겠습니다). 우리 복지부나 또 의사협회나 목표점은 같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

결국 당시 정부와 의사들이 증원 계획을 중단하는 선에서 합의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다시 협의하기로 일단 미뤘는데요.

의사들은 특히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증원 계획에 강하게 반대했는데, 지금 정부는 새로 의대를 만들기보단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 정부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거죠.

전국 국립대 의대 10곳에 15명씩, 그리고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의대도 증원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는 교수직 확대 등 지원책 이점도 검토 중입니다.

보도된 정부 계획에 의사단체는 현재 정원이 적절한지부터 따져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필수 의료 인력 부족은 정원만 늘려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필수/대한의사협회 회장 : "해마다 (의대 정원을) 500명을 늘린다 하더라도 과연 그 의사들이 (필수 의료로) 과연 갈까요? 그분들은 반드시 필수 의료 과를 지원하지 않고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당연히 그분들도 미용이라든가 이런 데 비급여가 많은 그런 곳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에…"]

최근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일이 있었죠.

'필수의료' 외상이나 감염 등 생명에 직결되는 질병을 진료하고, 인권적 차원에서 환자마다 경제적, 지역적 격차가 없어야 하는 의료 분야를 말하죠.

통상 내과나 외과,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을 일컫는데 의사들 기피 현상이 심하다 합니다.

의사 전체 수를 늘리는 것보다,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으로, 의사들을 모이게 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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