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 “타이완해협 안정 중요”…난세이제도 무장화 나선 일본

입력 2023.05.20 (22:08) 수정 2023.05.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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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오늘 히로시마에 도착했습니다.

G7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타이완 정세 등 다양한 국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요,

히로시마 현지를 연결합니다.

박원기 특파원! 예상했던대로 G7 정상들은 중국에 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더군요.

[기자]

네. G7정상들은 외교와 안보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타이완 해협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해양 진출 움직임에 대해 '법치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중국을 견제했는데요.

특히 최근 중국의 핵 전력 증강에 대해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세계와 지역 안정에 우려가 되고 있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이번 G7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절대 인정되지 않는다" " G7의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런 중국을 염두에 둔 움직임 같은데요.

일본이 최근 몇 년 새 오키나와 남쪽 섬에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죠?

[기자]

네. 일본 규슈 남부지역부터 타이완 사이 1,500킬로미터에 걸쳐 '난세이 제도'라고 부르는 200여개의 섬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수 년에 걸쳐 감시부대는 물론 전자전부대, 심지어 미사일부대까지 속속 배치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지금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 섬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맑고 투명한 바다, 그 해안가를 따라 자유롭게 말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 섬입니다.

도쿄에서 약 2,000km, 타이완과는 불과 110Km거리에 있는 군사 요충집니다.

인구 1,500명에, 관광객이나 가끔 찾던 이 곳에 최근 자위대 대형수송기의 이착륙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수송기에서 내린 군사물자는 육상자위대 주둔지로 향합니다.

주둔지가 있는 언덕에 무언가가 보입니다.

지대공 미사일 방어 체계인 '패트리엇 쓰리'입니다.

뒤로 보이는 저 곳이 바로 요나구니 자위대 주둔지입니다.

이제 막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방어용뿐 아니라 적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 배치도 추진 중입니다.

일본이 독자 개발한 사거리 200㎞의 지대함 유도탄.

여기에 1,200㎞ 이상 날아가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검토 대상입니다.

방위성은 미사일 보관 장소와 훈련시설 건설을 염두에 두고 섬의 토지를 조금씩 사들이고 있습니다.

주로 자위대 주둔지 옆이나 공항 주변 목초지입니다.

[야마다 카즈히코/요나구니 주민 : "(공항 활주로 경계지에) 풀이 깨끗하게 잘 자랐네요. 저쪽이 소와 말이 많이 방목돼 있는 곳입니다."]

뒤로 보이는 공항 활주로를 제가 서 있는 이 곳까지 확장하고 연장해서 F-35같은 주력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군사 거점으로 강화한다는 것이 일본 방위성의 방침입니다.

평생 고향을 지켜온 주민들은 점점 군사기지로 변하는 섬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가노 후미/요나구니 주민 : "적의를 드러내고 전쟁을 향해 준비를 한다는 것이, 억지력을 갖추는 일이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보 불안이 커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기무라/요나구니 주민 : "방어 수단이 없으면 스스로 죽는 것뿐이잖아요. 국가가 전쟁을 할 거라고 하면 그 것은 반대지만, 지키키 위한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일본 정부가 요나구니를 포함한 난세이(南西)제도에 속속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명분 중 하나는 '센카쿠열도 방어'.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중국 역시 '댜오위다오'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 곳에선 양국 해경 선박이 종종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합니다.

["4번 (중국) 해경선, 6번 해경선... 그 사이에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있습니다."]

지난 4월 초엔 중국 해경선이 80시간 넘게 이 곳에 머물렀습니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이후 가장 오래 체류한 겁니다.

먹구름이 짙어가는 타이완 정세도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크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항모와 폭격기까지 동원해 타이완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모의 훈련을 했습니다.

[중국 CCTV 보도/4월10일 : "함정과 비행기를 찾아 섬멸하고 공중 봉쇄하는 훈련을 실시해 여러 방향으로 섬을 포위하고 봉쇄하는 태세를 구축했습니다."]

일본 내에선 타이완이 중국으로 귀속될 경우 일본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 큽니다.

[엔도 켄/도쿄대 국제정치안보 전공 교수 : "타이완이 넘어가면 센카쿠가 위험해질뿐 아니라 해상교통로(sea-lane)가 위협받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무역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상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 일본은 지난해 말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문서'를 개정했습니다.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재 GDP의 1% 수준인 방위비도 2027년까지 2%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도 점점 힘을 키워가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일본이 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우리는 공동체의 결속 강화와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약속,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보장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도전과제들에 맞서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한 미일 간의 결속이 강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안보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평화헌법 수호', '군사대국화 반대'를 외쳐왔던 일본 내 여론은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요나구니에서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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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7 정상 “타이완해협 안정 중요”…난세이제도 무장화 나선 일본
    • 입력 2023-05-20 22:08:27
    • 수정2023-05-20 22: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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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오늘 히로시마에 도착했습니다.

G7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타이완 정세 등 다양한 국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요,

히로시마 현지를 연결합니다.

박원기 특파원! 예상했던대로 G7 정상들은 중국에 관한 얘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더군요.

[기자]

네. G7정상들은 외교와 안보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타이완 해협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해양 진출 움직임에 대해 '법치에 근거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중국을 견제했는데요.

특히 최근 중국의 핵 전력 증강에 대해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세계와 지역 안정에 우려가 되고 있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이번 G7 의장국인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절대 인정되지 않는다" " G7의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런 중국을 염두에 둔 움직임 같은데요.

일본이 최근 몇 년 새 오키나와 남쪽 섬에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죠?

[기자]

네. 일본 규슈 남부지역부터 타이완 사이 1,500킬로미터에 걸쳐 '난세이 제도'라고 부르는 200여개의 섬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수 년에 걸쳐 감시부대는 물론 전자전부대, 심지어 미사일부대까지 속속 배치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지금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 섬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맑고 투명한 바다, 그 해안가를 따라 자유롭게 말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국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 섬입니다.

도쿄에서 약 2,000km, 타이완과는 불과 110Km거리에 있는 군사 요충집니다.

인구 1,500명에, 관광객이나 가끔 찾던 이 곳에 최근 자위대 대형수송기의 이착륙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수송기에서 내린 군사물자는 육상자위대 주둔지로 향합니다.

주둔지가 있는 언덕에 무언가가 보입니다.

지대공 미사일 방어 체계인 '패트리엇 쓰리'입니다.

뒤로 보이는 저 곳이 바로 요나구니 자위대 주둔지입니다.

이제 막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방어용뿐 아니라 적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 배치도 추진 중입니다.

일본이 독자 개발한 사거리 200㎞의 지대함 유도탄.

여기에 1,200㎞ 이상 날아가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검토 대상입니다.

방위성은 미사일 보관 장소와 훈련시설 건설을 염두에 두고 섬의 토지를 조금씩 사들이고 있습니다.

주로 자위대 주둔지 옆이나 공항 주변 목초지입니다.

[야마다 카즈히코/요나구니 주민 : "(공항 활주로 경계지에) 풀이 깨끗하게 잘 자랐네요. 저쪽이 소와 말이 많이 방목돼 있는 곳입니다."]

뒤로 보이는 공항 활주로를 제가 서 있는 이 곳까지 확장하고 연장해서 F-35같은 주력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군사 거점으로 강화한다는 것이 일본 방위성의 방침입니다.

평생 고향을 지켜온 주민들은 점점 군사기지로 변하는 섬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가노 후미/요나구니 주민 : "적의를 드러내고 전쟁을 향해 준비를 한다는 것이, 억지력을 갖추는 일이 아니라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보 불안이 커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기무라/요나구니 주민 : "방어 수단이 없으면 스스로 죽는 것뿐이잖아요. 국가가 전쟁을 할 거라고 하면 그 것은 반대지만, 지키키 위한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일본 정부가 요나구니를 포함한 난세이(南西)제도에 속속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명분 중 하나는 '센카쿠열도 방어'.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중국 역시 '댜오위다오'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 곳에선 양국 해경 선박이 종종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합니다.

["4번 (중국) 해경선, 6번 해경선... 그 사이에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있습니다."]

지난 4월 초엔 중국 해경선이 80시간 넘게 이 곳에 머물렀습니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이후 가장 오래 체류한 겁니다.

먹구름이 짙어가는 타이완 정세도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크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달 항모와 폭격기까지 동원해 타이완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모의 훈련을 했습니다.

[중국 CCTV 보도/4월10일 : "함정과 비행기를 찾아 섬멸하고 공중 봉쇄하는 훈련을 실시해 여러 방향으로 섬을 포위하고 봉쇄하는 태세를 구축했습니다."]

일본 내에선 타이완이 중국으로 귀속될 경우 일본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 큽니다.

[엔도 켄/도쿄대 국제정치안보 전공 교수 : "타이완이 넘어가면 센카쿠가 위험해질뿐 아니라 해상교통로(sea-lane)가 위협받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무역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상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 일본은 지난해 말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문서'를 개정했습니다.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재 GDP의 1% 수준인 방위비도 2027년까지 2%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도 점점 힘을 키워가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일본이 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우리는 공동체의 결속 강화와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약속,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보장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국제적인 도전과제들에 맞서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한 미일 간의 결속이 강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안보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평화헌법 수호', '군사대국화 반대'를 외쳐왔던 일본 내 여론은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요나구니에서 박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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