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도현이가 남긴 소명, 급발진 규명입니다”

입력 2023.05.23 (06:31) 수정 2023.05.23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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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던 12살 이도현 군이 숨지는 일이 있었죠.

전문가들은 급발진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에선 차량 결함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오늘 이 급발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정재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강릉의 한 도로.

차량이 굉음과 함께 앞차를 들이받고도 다시 속도를 높여 달립니다.

["아이고 이게 왜 안 돼. 엄마. 이게 안 돼. 도현아, 도현아!"]

운전자가 다급하게 외치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있던 12살 이도현 군이 숨지고 운전자였던 할머니는 크게 다쳤습니다.

굉음에 급가속, 당황하는 운전자까지.

전형적인 급발진 의심 사고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안 된다'라는 뜻도 있는 거고요. '이게 안 돼'라는 거는 정상적으로 행위를 했는데도 안 되니까 당황을 하는 거고..."]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결함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에 통보했습니다.

주된 분석 근거는 사고 직전, 차량에 자동 저장된 마지막 5초의 기록.

가속 페달을 100% 모두 밟은 것으로 저장돼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유족 측은 5초 동안 가속 페달을 꽉 밟았는데도 속도가 시속 110km에서 116km까지만 올라간 게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하종선/변호사/유가족 법률대리인 : "가속페달을 5초 동안 계속 100%로 밟았다고 하면 5초 후에는 속도가 최소 (시속) 140km, 150km 이렇게는 됐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116km까지밖에..."]

12살 아들을 잃은 지 반년, 아빠는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차량 제조사와 소송 중입니다.

현행법상 차량 결함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도현 군 아빠 : "2만 개가 넘는 부품들로 이뤄져 있는 전자장치들인데, 일반 소비자가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원인 규명을 할 수 있습니까?"]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지게 해 달라는 입법 청원도 국회에 냈는데, 엿새 만에 5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여야 의원들도 비슷한 법안들을 내 놨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려 논의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빠는 관련 법안 개정이 12살 도현이가 남긴 소명이라고 했습니다.

[이도현 군 아빠 : '이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아마 도현이가 준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속해서 노력을 할 거고요."]

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가족이 제기한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은 오늘 오후 강릉지원에서 열립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촬영기자:이상구/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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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살 도현이가 남긴 소명, 급발진 규명입니다”
    • 입력 2023-05-23 06:31:34
    • 수정2023-05-23 06: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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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말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사고로 할머니가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던 12살 이도현 군이 숨지는 일이 있었죠.

전문가들은 급발진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사에선 차량 결함이 드러나지 않았는데 오늘 이 급발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정재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강릉의 한 도로.

차량이 굉음과 함께 앞차를 들이받고도 다시 속도를 높여 달립니다.

["아이고 이게 왜 안 돼. 엄마. 이게 안 돼. 도현아, 도현아!"]

운전자가 다급하게 외치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있던 12살 이도현 군이 숨지고 운전자였던 할머니는 크게 다쳤습니다.

굉음에 급가속, 당황하는 운전자까지.

전형적인 급발진 의심 사고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안 된다'라는 뜻도 있는 거고요. '이게 안 돼'라는 거는 정상적으로 행위를 했는데도 안 되니까 당황을 하는 거고..."]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결함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에 통보했습니다.

주된 분석 근거는 사고 직전, 차량에 자동 저장된 마지막 5초의 기록.

가속 페달을 100% 모두 밟은 것으로 저장돼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유족 측은 5초 동안 가속 페달을 꽉 밟았는데도 속도가 시속 110km에서 116km까지만 올라간 게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하종선/변호사/유가족 법률대리인 : "가속페달을 5초 동안 계속 100%로 밟았다고 하면 5초 후에는 속도가 최소 (시속) 140km, 150km 이렇게는 됐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116km까지밖에..."]

12살 아들을 잃은 지 반년, 아빠는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차량 제조사와 소송 중입니다.

현행법상 차량 결함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이도현 군 아빠 : "2만 개가 넘는 부품들로 이뤄져 있는 전자장치들인데, 일반 소비자가 어떤 방법으로 그것을 원인 규명을 할 수 있습니까?"]

입증 책임을 제조사가 지게 해 달라는 입법 청원도 국회에 냈는데, 엿새 만에 5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여야 의원들도 비슷한 법안들을 내 놨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려 논의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빠는 관련 법안 개정이 12살 도현이가 남긴 소명이라고 했습니다.

[이도현 군 아빠 : '이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아마 도현이가 준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속해서 노력을 할 거고요."]

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가족이 제기한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은 오늘 오후 강릉지원에서 열립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촬영기자:이상구/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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