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중국의 기습, 미국은 ‘해빙’?…“한국 반도체, 미묘한 상황”

입력 2023.05.25 (10:47) 수정 2023.05.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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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다툼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구매 금지 조치에 나섰는데요.

우리 기업들엔 어떤 영향이 있을지 따져 보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홍석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중국이 제재한 미국 반도체 기업, 어딥니까?

[기자]

네, 마이크론이라는 곳입니다.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이기도 하죠.

"마이크론 제품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인데요.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기습 공격"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앵커]

기습이다... 무슨 뜻일까요?

[기자]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에 이렇게 강하고 대규모 제재를 가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아예 구매를 막았거든요.

발표 시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중국의 이번 조치는 G7 정상회의가 폐막한 지난 21일 오후에 발표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미국 등 G7 정상들은 40쪽 분량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중국을 20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반중국' 메시지로 가득했습니다.

중국을 향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납하지 않겠다,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겠다, 고 했습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침해하고 있다며 주중 일본대사를 직접 불러 항의했는데요.

이 때문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G7을 겨냥한 맞불 성격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의 이번 보복성 조치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기자]

네, 외신들은 퀄컴이나 인텔 등 다른 미국 기업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홍콩의 유력 매체는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중국이 마이크론 구매를 중단할 경우, 한국 기업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이런 미국 측 요청 가능성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역시 "마이크론 문제로 중국에 시비 걸면 이가 깨질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는데,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언급하며 "이런 게 바로 횡포"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앵커]

우리 정부와 기업들 입장, 난처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반도체가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중국 내 부재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D램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세 회사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은 전체의 약 25%, 중국의 마이크론 배제 조치가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요.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반도체 첨단 장비 반입을 허가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10월까지 유예 기간을 줬는데요.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겠다며, 한·중 경제 협력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경제부총리/22일/국회 기재위 : "탈중국은 선언한 적도 없고 탈중국을 할 의도도 전혀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립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곧 중국을 벗어나고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냐,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앵커]

결국, 중국의 이번 조치도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에 지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사실 중국의 마이크론 배제 조치는요.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하는 등 미국이 대중 규제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습니다.

최근엔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서 생산 시설을 확충할 수 없다는 조항도 신설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 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논의가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중국에 선을 긋고 적대시할 게 아니라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디리스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하기 전 한 연설에서도 나왔습니다.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건 유럽의 이익이 아니"라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등을 감안해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건데,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미국도 이 표현에 동의하면서 공동 성명에 담았습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지난 21일/G7 정상회의 : "(중국과) 개방적인 핫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는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면, 미·중 관계가 앞으로 달라질까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디리스킹' 전략은 반도체 등 안보·공급망 분야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고, 다만 충돌을 막기 위해 중국과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해도 중국이 받아들이는 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사설에서 "위장된 디커플링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중 관계 '해빙' 언급에 대해 제재 철회부터 하라며 맞섰습니다.

[앵커]

미·중 갈등에서 우리 기업들이 일방적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할텐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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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5 10:47:05
    • 수정2023-05-25 10:59:49
    지구촌뉴스
[앵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다툼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구매 금지 조치에 나섰는데요.

우리 기업들엔 어떤 영향이 있을지 따져 보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홍석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중국이 제재한 미국 반도체 기업, 어딥니까?

[기자]

네, 마이크론이라는 곳입니다.

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이기도 하죠.

"마이크론 제품에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인데요.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기습 공격"이라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앵커]

기습이다... 무슨 뜻일까요?

[기자]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에 이렇게 강하고 대규모 제재를 가한 건 처음 있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아예 구매를 막았거든요.

발표 시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중국의 이번 조치는 G7 정상회의가 폐막한 지난 21일 오후에 발표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에 모인 미국 등 G7 정상들은 40쪽 분량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중국을 20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반중국' 메시지로 가득했습니다.

중국을 향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은 용납하지 않겠다, 매우 중요한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겠다, 고 했습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침해하고 있다며 주중 일본대사를 직접 불러 항의했는데요.

이 때문에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G7을 겨냥한 맞불 성격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의 이번 보복성 조치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기자]

네, 외신들은 퀄컴이나 인텔 등 다른 미국 기업으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홍콩의 유력 매체는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중국이 마이크론 구매를 중단할 경우, 한국 기업이 그 빈자리를 채우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이런 미국 측 요청 가능성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 역시 "마이크론 문제로 중국에 시비 걸면 이가 깨질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는데,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언급하며 "이런 게 바로 횡포"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앵커]

우리 정부와 기업들 입장, 난처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반도체가 미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론의 중국 내 부재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채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D램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세 회사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의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은 전체의 약 25%, 중국의 마이크론 배제 조치가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나쁠 게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지만요.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반도체 첨단 장비 반입을 허가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10월까지 유예 기간을 줬는데요.

우리 정부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겠다며, 한·중 경제 협력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경제부총리/22일/국회 기재위 : "탈중국은 선언한 적도 없고 탈중국을 할 의도도 전혀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립니다.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곧 중국을 벗어나고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냐, 그렇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앵커]

결국, 중국의 이번 조치도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에 지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사실 중국의 마이크론 배제 조치는요.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하는 등 미국이 대중 규제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나왔습니다.

최근엔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서 생산 시설을 확충할 수 없다는 조항도 신설했습니다.

[앵커]

미국은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 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논의가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중국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중국에 선을 긋고 적대시할 게 아니라 중국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디리스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하기 전 한 연설에서도 나왔습니다.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건 유럽의 이익이 아니"라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등을 감안해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건데,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미국도 이 표현에 동의하면서 공동 성명에 담았습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지난 21일/G7 정상회의 : "(중국과) 개방적인 핫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저는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그러면, 미·중 관계가 앞으로 달라질까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말하는 '디리스킹' 전략은 반도체 등 안보·공급망 분야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고, 다만 충돌을 막기 위해 중국과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해도 중국이 받아들이는 건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최근 사설에서 "위장된 디커플링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중국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미·중 관계 '해빙' 언급에 대해 제재 철회부터 하라며 맞섰습니다.

[앵커]

미·중 갈등에서 우리 기업들이 일방적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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