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조수미 기증’ 휠체어 그네, 왜 철거됐나?

입력 2023.05.25 (19:31) 수정 2023.05.2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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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놀이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놀이기구.

바로 '그네'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높이 날아오른다거나, 부모님이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그네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런 평범한 추억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불편한 몸 때문에 그네를 타본 경험이 없는 장애인들인인데요.

그런데 지난 2016년,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휠체어 그네'가 세종시의 한 특수학교에 설치됐습니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가 기증한 건데요.

지난 2012년 호주의 한 어린이 특수학교를 방문했다가 이 휠체어 그네를 발견하게 됐고, 우리나라 장애아동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2014년, 아일랜드에서 특수 주문한 휠체어 그네를 사비를 털어 우리나라까지 공수해 왔는데 이듬해, 국내에서도 제작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전국 여러 장애아동시설에 휠체어 그네를 기증했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제가 현재 벨기에에 체류 중인 조수미 씨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봤는데요,

평소 장애인들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습니다.

[조수미/성악가 : "제가 초등학교 때 저하고 제일 친한 아이가 소아마비가 있어서 휠체어를 탔었거든요. 우리가 어렸을 때 그네를 많이 탔었거든요. 근데 그 아이가 저거(그네) 타면 어때? 기분이 어때? 하늘도 보이니? 날아가는 것 같아?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얘도 한 번 이런 거 정말 한 번 태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선한 마음과 좋은 의도로 기증됐던 휠체어 그네는 어떻게 됐을까?

세종시 특수학교에 설치됐던 휠체어 그네는, 설치 6개월 만에 철거됐고 창고에 방치돼 있다가 고철로 처분됐습니다.

장애인용 놀이기구는 '놀이기구 안전 인증 대상'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는데요.

경남 김해, 창원, 진주, 경기도 광주에 설치됐던 휠체어 그네 역시 같은 이유로 철거됐습니다.

관련 기준은 없지만, 어린이 놀이터에 인증되지 않은 휠체어 그네가 있을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자, 곧바로 철거한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 17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조수미 씨가 기증한 휠체어 그네가 철거됐던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며 사과와 함께 '조속히 안전기준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이에 조수미 씨가 제도 개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조수미/성악가 : "저는 다른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고요. 몸이 아픈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하고도 똑같이 놀 기회나 그런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사실 6~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많은 분들이 관심도 가지고 그랬는데 안전기준이라든가 이런 걸 해주셔야지…."]

이렇게 논란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행정안전부가 조만간 '휠체어 그네' 관련 안전기준을 고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교육 당국과 안전인증 관련 기관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 "장애 어린이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보는 거고요. 저희 '토닥토닥'을 비롯한 27개 단체가 성명을 냈었고 이후에 최교진 교육감이 사과를 하셨죠.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 그네를 포함한 무장애 놀이시설이 확대되는 그런 시발점이 됐으면…."]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 어린이들이 그네를 탈 순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한 건, 장애인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도 아닌, 조수미 씨. 한 개인이었습니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장애아동들이 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안전기준이 마련되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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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5 19:31:22
    • 수정2023-05-25 19:46:57
    뉴스7(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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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놀이기구.

바로 '그네'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높이 날아오른다거나, 부모님이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그네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텐데요.

하지만 이런 평범한 추억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불편한 몸 때문에 그네를 타본 경험이 없는 장애인들인인데요.

그런데 지난 2016년,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로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휠체어 그네'가 세종시의 한 특수학교에 설치됐습니다.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가 기증한 건데요.

지난 2012년 호주의 한 어린이 특수학교를 방문했다가 이 휠체어 그네를 발견하게 됐고, 우리나라 장애아동들에게 선물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2014년, 아일랜드에서 특수 주문한 휠체어 그네를 사비를 털어 우리나라까지 공수해 왔는데 이듬해, 국내에서도 제작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 전국 여러 장애아동시설에 휠체어 그네를 기증했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제가 현재 벨기에에 체류 중인 조수미 씨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봤는데요,

평소 장애인들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었습니다.

[조수미/성악가 : "제가 초등학교 때 저하고 제일 친한 아이가 소아마비가 있어서 휠체어를 탔었거든요. 우리가 어렸을 때 그네를 많이 탔었거든요. 근데 그 아이가 저거(그네) 타면 어때? 기분이 어때? 하늘도 보이니? 날아가는 것 같아? 이렇게 물어보더라고요. 얘도 한 번 이런 거 정말 한 번 태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선한 마음과 좋은 의도로 기증됐던 휠체어 그네는 어떻게 됐을까?

세종시 특수학교에 설치됐던 휠체어 그네는, 설치 6개월 만에 철거됐고 창고에 방치돼 있다가 고철로 처분됐습니다.

장애인용 놀이기구는 '놀이기구 안전 인증 대상'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는데요.

경남 김해, 창원, 진주, 경기도 광주에 설치됐던 휠체어 그네 역시 같은 이유로 철거됐습니다.

관련 기준은 없지만, 어린이 놀이터에 인증되지 않은 휠체어 그네가 있을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자, 곧바로 철거한겁니다.

이런 상황 속에 지난 17일,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조수미 씨가 기증한 휠체어 그네가 철거됐던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며 사과와 함께 '조속히 안전기준이 마련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이에 조수미 씨가 제도 개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조수미/성악가 : "저는 다른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고요. 몸이 아픈 아이들을 우리 아이들하고도 똑같이 놀 기회나 그런 여건이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사실 6~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많은 분들이 관심도 가지고 그랬는데 안전기준이라든가 이런 걸 해주셔야지…."]

이렇게 논란이 일자 산업통상자원부와 행정안전부가 조만간 '휠체어 그네' 관련 안전기준을 고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교육 당국과 안전인증 관련 기관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김동석/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 : "장애 어린이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고 보는 거고요. 저희 '토닥토닥'을 비롯한 27개 단체가 성명을 냈었고 이후에 최교진 교육감이 사과를 하셨죠.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 그네를 포함한 무장애 놀이시설이 확대되는 그런 시발점이 됐으면…."]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 어린이들이 그네를 탈 순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한 건, 장애인들의 복지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도 아닌, 조수미 씨. 한 개인이었습니다.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장애아동들이 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안전기준이 마련되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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