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한반도 지진 예측 가능한가?

입력 2023.05.25 (19:45) 수정 2023.05.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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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려운 과학기사를 쉽게 풀어보는 '과학기사를 부탁해' 과.기.부 순섭니다.

오늘은 '지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은지 님과 함께합니다.

오늘 첫 출연이신데, 어떤 과학 기사 가져오셨습니까?

[답변]

최근 지진 발생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바로 며칠 전에도 동해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었죠.

그래서 오늘은 지진이 정확히 뭔지,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지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지진 소식이 잦은데요.

이 지진의 발생 원리부터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답변]

지구에서 지진은 대부분 판의 이동 때문에 일어납니다.

우선 지구의 구조부터 설명하면 과일 껍질처럼 가장 바깥 표면에 딱딱한 판이 있습니다.

이런 판들은 지구에 딱 하나만 감싸져 있는 게 아니라 마치 퍼즐처럼 여러 개의 판이 서로 달라붙어 감싸고 있는데요.

이 딱딱한 판 바로 아래엔 온도가 높아서 유동성이 생긴 고체가 대류 현상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 때문에 결국 그 위에 떠 있는 판들도 조금씩 움직여요.

이렇게 판들이 움직이면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붙어서 스치기도 하죠,

이런 곳들을 '판의 경계'라고 합니다.

퍼즐들이 서로 맞붙어있는 경계면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지진의 80% 이상이 이 '판의 경계'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판들이 마찰력 때문에 끝까지 안 움직이려고 버티거든요.

그러다 에너지가 한계 이상으로 쌓이면 폭발적으로 판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됩니다.

이때, 이 큰 힘에 의해 땅이 끊어진 곳을 '단층'이라고 합니다.

이 중 최근 1만 년 내에 지진이 발생했던 곳을 '활성단층'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앞으로도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지진의 80% 이상이 '판의 경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일본이나 튀르키예처럼 '판의 경계' 부분에 있는 나라가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특히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늘고 있단 말이죠.

이건 이유가 뭘까요?

[답변]

우리나라의 경우 '판의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튀르키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지진의 80% 이상이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다고 했잖아요.

그럼 약 20%는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거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단층들이 '판의 경계'뿐 아니라 내부 곳곳에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단층이 존재합니다.

특히 경상도에 많이 위치해 있다고 추정하는데요.

이번 동해 일대 지진의 발원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높은 확률로 경상 쪽부터 강원 쪽까지 이어져 있는 동해상에 있는 '후포 단층'이나 '울릉 단층'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한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시간이 좀 되긴 했지만 충청 지역에서도 규모 5.0의 홍성 지진이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는 앞서 말한 동해 쪽에서 발견된 단층 외에 다른 단층들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우리나라는 최소 450개의 단층이 전국적으로 분포한다고 추정되는데요.

2017년부터 전국 활성단층 지도를 그리는 연구사업이 시작되어 과연 어떤 단층이 활성단층인지 자세히 연구하는 중입니다.

지도 위에 '활성단층'을 그리면, 어디가 지진 발생 확률이 높은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거죠.

역사 기록 속 가장 지진 기록이 많았던 경상도부터 전국적으로 '활성단층'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하나하나씩 조사해 이 지도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사실 지진에는 안전지대가 거의 없습니다만, 판 내부는 판 경계만큼 큰 에너지가 영향을 미칠 일이 드물어서 우리나라에서 규모 7.0을 넘는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지진하면 규모 4.5, 7.0 같은 수치도 나오고, 진도도 따로 1, 2 같은 수치가 나오잖아요.

이 숫자는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건가요?

[답변]

규모는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데요.

우리나라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4.5,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의 규모가 5.8이거든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7.8이었고요.

그럼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보다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은 숫자가 2 더 많으니까 2배 더 강하냐?

아닙니다.

사실 지진의 규모는 규모가 0.2 차이 날 때마다 2배씩 곱해야 합니다.

즉, 규모가 2.0 차이 난다는 건 두 배 차이가 아닌 2를 10번 곱한 1,024배 차이란 겁니다.

진도는 측정 지점에서의 땅이 흔들린 정도나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데요.

그래서 측정 장소나 기관에 따라 수치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지진이 일어난 곳을 진원, 그 진원과 제일 가까운 바로 위쪽 지표면을 진앙이라고 하는데, 같은 지역이더라도 진앙에서 측정하면 진도가 높고요.

더 먼 곳에서 측정하면 진도가 낮게 측정됩니다.

[앵커]

지진은 한 번 나면 피해가 막대해서 조금이라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현재 기술로는 예측이 어려운가요?

[답변]

양떼구름이 쫙 깔리는 걸 보고 지진이 일어나기 전마다 나타나는 구름이다! 해서 '지진운'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직까지 이런 것들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와 관련해서 2020년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에서 한 이탈리아 농장의 소, 개, 양에 전자 태그를 부착해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이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8개의 지진 중 7개의 지진에 대해 동물들이 지진 직전에 마구 짖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행동이 상관관계는 있어도 진짜 지진 때문인지 인과관계를 밝힌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조만간 후속 연구가 빠르게 이뤄져서 지진의 피해를 줄이고 지진을 미리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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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기·부] 한반도 지진 예측 가능한가?
    • 입력 2023-05-25 19:45:11
    • 수정2023-05-25 19:55:09
    뉴스7(대전)
[앵커]

어려운 과학기사를 쉽게 풀어보는 '과학기사를 부탁해' 과.기.부 순섭니다.

오늘은 '지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은지 님과 함께합니다.

오늘 첫 출연이신데, 어떤 과학 기사 가져오셨습니까?

[답변]

최근 지진 발생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바로 며칠 전에도 동해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었죠.

그래서 오늘은 지진이 정확히 뭔지,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한지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지진 소식이 잦은데요.

이 지진의 발생 원리부터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답변]

지구에서 지진은 대부분 판의 이동 때문에 일어납니다.

우선 지구의 구조부터 설명하면 과일 껍질처럼 가장 바깥 표면에 딱딱한 판이 있습니다.

이런 판들은 지구에 딱 하나만 감싸져 있는 게 아니라 마치 퍼즐처럼 여러 개의 판이 서로 달라붙어 감싸고 있는데요.

이 딱딱한 판 바로 아래엔 온도가 높아서 유동성이 생긴 고체가 대류 현상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이 때문에 결국 그 위에 떠 있는 판들도 조금씩 움직여요.

이렇게 판들이 움직이면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고, 이렇게 붙어서 스치기도 하죠,

이런 곳들을 '판의 경계'라고 합니다.

퍼즐들이 서로 맞붙어있는 경계면이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지진의 80% 이상이 이 '판의 경계'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판들이 마찰력 때문에 끝까지 안 움직이려고 버티거든요.

그러다 에너지가 한계 이상으로 쌓이면 폭발적으로 판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발산됩니다.

이때, 이 큰 힘에 의해 땅이 끊어진 곳을 '단층'이라고 합니다.

이 중 최근 1만 년 내에 지진이 발생했던 곳을 '활성단층'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앞으로도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지진의 80% 이상이 '판의 경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일본이나 튀르키예처럼 '판의 경계' 부분에 있는 나라가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특히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늘고 있단 말이죠.

이건 이유가 뭘까요?

[답변]

우리나라의 경우 '판의 경계'가 아니라 판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일본이나 튀르키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지진의 80% 이상이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다고 했잖아요.

그럼 약 20%는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거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단층들이 '판의 경계'뿐 아니라 내부 곳곳에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단층이 존재합니다.

특히 경상도에 많이 위치해 있다고 추정하는데요.

이번 동해 일대 지진의 발원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높은 확률로 경상 쪽부터 강원 쪽까지 이어져 있는 동해상에 있는 '후포 단층'이나 '울릉 단층'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한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시간이 좀 되긴 했지만 충청 지역에서도 규모 5.0의 홍성 지진이 있었거든요.

우리나라에는 앞서 말한 동해 쪽에서 발견된 단층 외에 다른 단층들은 어느 정도입니까?

[답변]

우리나라는 최소 450개의 단층이 전국적으로 분포한다고 추정되는데요.

2017년부터 전국 활성단층 지도를 그리는 연구사업이 시작되어 과연 어떤 단층이 활성단층인지 자세히 연구하는 중입니다.

지도 위에 '활성단층'을 그리면, 어디가 지진 발생 확률이 높은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거죠.

역사 기록 속 가장 지진 기록이 많았던 경상도부터 전국적으로 '활성단층'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하나하나씩 조사해 이 지도를 완성할 계획입니다.

사실 지진에는 안전지대가 거의 없습니다만, 판 내부는 판 경계만큼 큰 에너지가 영향을 미칠 일이 드물어서 우리나라에서 규모 7.0을 넘는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지진하면 규모 4.5, 7.0 같은 수치도 나오고, 진도도 따로 1, 2 같은 수치가 나오잖아요.

이 숫자는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건가요?

[답변]

규모는 지진이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데요.

우리나라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4.5,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의 규모가 5.8이거든요,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가 7.8이었고요.

그럼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보다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은 숫자가 2 더 많으니까 2배 더 강하냐?

아닙니다.

사실 지진의 규모는 규모가 0.2 차이 날 때마다 2배씩 곱해야 합니다.

즉, 규모가 2.0 차이 난다는 건 두 배 차이가 아닌 2를 10번 곱한 1,024배 차이란 겁니다.

진도는 측정 지점에서의 땅이 흔들린 정도나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데요.

그래서 측정 장소나 기관에 따라 수치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지진이 일어난 곳을 진원, 그 진원과 제일 가까운 바로 위쪽 지표면을 진앙이라고 하는데, 같은 지역이더라도 진앙에서 측정하면 진도가 높고요.

더 먼 곳에서 측정하면 진도가 낮게 측정됩니다.

[앵커]

지진은 한 번 나면 피해가 막대해서 조금이라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현재 기술로는 예측이 어려운가요?

[답변]

양떼구름이 쫙 깔리는 걸 보고 지진이 일어나기 전마다 나타나는 구름이다! 해서 '지진운'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직까지 이런 것들이 지진과 관련 있다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와 관련해서 2020년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에서 한 이탈리아 농장의 소, 개, 양에 전자 태그를 부착해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이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한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8개의 지진 중 7개의 지진에 대해 동물들이 지진 직전에 마구 짖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행동이 상관관계는 있어도 진짜 지진 때문인지 인과관계를 밝힌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조만간 후속 연구가 빠르게 이뤄져서 지진의 피해를 줄이고 지진을 미리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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