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기초생활 수급자…살 곳부터 걱정

입력 2023.05.26 (10:03) 수정 2023.05.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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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소년 한 부모 가정을 조명하는 기획 순서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아이를 책임지기로 결심한 청소년 한 부모들에겐 자립 지원이 절실한데요.

지원 제도가 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이들, 그 이유를 허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아이를 가진 20살 엄마, 당시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어려움이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있었지만 벌이가 적고,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 보니 아이와 둘만 남겨질까 두려웠습니다.

[청소년 부모 C씨/음성변조 : "육아 이런 것보다도 내 배우자가 무서웠어요. 도망가면 어떡할까. 아이 내가 혼자 키우게 되면 어떡할까, 이런 게 무서웠어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청소년 한 부모의 경제적 고립은 더 심각합니다.

제주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청소년 한 부모의 대다수인 8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 정도입니다.

그나마 정부의 청소년 한 부모 지원정책으로 아이를 낳으면 매달 최대 45만 원의 양육비가 나옵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면 1년에 154만 원을 지원받고, 아이 용품 구입비 등으로 아이 한 명당 백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 차원의 지원도 있습니다.

취업이나 학업을 준비하면 매달 30만 원씩 6개월 동안 직업 훈련비가 나오고, 세대당 3백만 원에서 최대 5백만 원의 자립 정착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감 효과는 높지 않습니다.

제주도 차원의 직업 훈련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면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한 번 받을 수 있는 자립 정착금도 대상에 따라 앞선 혜택들이 모두 끊겨야 받을 수 있습니다.

숙식을 무료로 해결할 한 부모 시설이 있지만 체류 기간이 최대 3년으로 제한됐고, 청소년 아빠는 대상이 아닙니다.

[임애덕/사회복지법인 청수 이사장 : "여기(시설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동거할 수 있게끔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그런 세상이 됐단 말이에요. 아이를 잘 키우게끔 양육 환경을 저는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 사회에서."]

2년 전부터 도내 한 부모 가족들만을 위한 임대주택이 마련됐지만 13가구에 그치고 모두 제주시에 집중돼있습니다.

[조미선/한부모가족 공동생활가정형시설 소장 : "(임대주택이 늘어야) 보증금이 없이 저렴한 월세만 내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총 6년까지 살 수 있는데, 6년 안에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지금, 청소년 한 부모들은 어린 나이에도 아이를 책임지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입히고 먹일 충분한 돈도, 머물 공간도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한 울타리가 돼줘야 하는 이윱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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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가 기초생활 수급자…살 곳부터 걱정
    • 입력 2023-05-26 10:03:35
    • 수정2023-05-26 10:31:49
    930뉴스(제주)
[앵커]

청소년 한 부모 가정을 조명하는 기획 순서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아이를 책임지기로 결심한 청소년 한 부모들에겐 자립 지원이 절실한데요.

지원 제도가 있지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이들, 그 이유를 허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아이를 가진 20살 엄마, 당시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 어려움이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있었지만 벌이가 적고,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렵다 보니 아이와 둘만 남겨질까 두려웠습니다.

[청소년 부모 C씨/음성변조 : "육아 이런 것보다도 내 배우자가 무서웠어요. 도망가면 어떡할까. 아이 내가 혼자 키우게 되면 어떡할까, 이런 게 무서웠어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청소년 한 부모의 경제적 고립은 더 심각합니다.

제주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청소년 한 부모의 대다수인 80%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일 정도입니다.

그나마 정부의 청소년 한 부모 지원정책으로 아이를 낳으면 매달 최대 45만 원의 양육비가 나옵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면 1년에 154만 원을 지원받고, 아이 용품 구입비 등으로 아이 한 명당 백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 차원의 지원도 있습니다.

취업이나 학업을 준비하면 매달 30만 원씩 6개월 동안 직업 훈련비가 나오고, 세대당 3백만 원에서 최대 5백만 원의 자립 정착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감 효과는 높지 않습니다.

제주도 차원의 직업 훈련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면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한 번 받을 수 있는 자립 정착금도 대상에 따라 앞선 혜택들이 모두 끊겨야 받을 수 있습니다.

숙식을 무료로 해결할 한 부모 시설이 있지만 체류 기간이 최대 3년으로 제한됐고, 청소년 아빠는 대상이 아닙니다.

[임애덕/사회복지법인 청수 이사장 : "여기(시설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동거할 수 있게끔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그런 세상이 됐단 말이에요. 아이를 잘 키우게끔 양육 환경을 저는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 사회에서."]

2년 전부터 도내 한 부모 가족들만을 위한 임대주택이 마련됐지만 13가구에 그치고 모두 제주시에 집중돼있습니다.

[조미선/한부모가족 공동생활가정형시설 소장 : "(임대주택이 늘어야) 보증금이 없이 저렴한 월세만 내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총 6년까지 살 수 있는데, 6년 안에 자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지금, 청소년 한 부모들은 어린 나이에도 아이를 책임지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입히고 먹일 충분한 돈도, 머물 공간도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한 울타리가 돼줘야 하는 이윱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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