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미국 ‘부채한도’가 도대체 뭐길래?

입력 2023.05.26 (10:46) 수정 2023.05.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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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부채한도 얘기로 전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부채한도를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미 정치권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는데요.

도대체 이 '부채한도'가 뭐길래 이러는 건지, 황경주 기자가 쉽고 빠르게 정리해 드립니다.

먼저 '부채한도' 논란이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볼까요?

[기자]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는, 쉽게 말해 부도가 나는 상황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미 재무부가 현지시각 다음 달 1일을 이른바 'X-데이트'로 못 박았죠.

하지만 사태를 해결해야 할 백악관과 의회는 협상에 일부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여전히 신경전을 하고 있는데요.

앞서 민주당 출신의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매카시 하원의장이 3차례 얼굴을 맞대기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죠.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크게 줄여야만 부채한도를 올려주겠다고 하고, 미국 정부는 공화당이 타협을 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케빈 매카시/미 하원의장/공화당 : "우리는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민주당이 지출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제 잘못이 아니죠."]

[카린 장-피에르/백악관 대변인 :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는 것은 모든 국회의원의 임무입니다."]

이러는 사이 미국 경제는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증시는 연일 하락세고, 미국 단기물 국채 금리도 급등했습니다.

미국 신용이 불안해지니까, 미국이 돈을 꾸는 비용, 즉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거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앵커]

미국 부채한도, 미국 정부가 빚을 지는 데 어떤 한계가 정해져 있다는 말인거 같은데, 좀 쉽게 알아볼까요?

[기자]

핵심적인 것만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습니다.

미국 정부는 늘 적자라는 얘기죠.

이번 달 내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라도 카드 청구서는 날아오는 것처럼, 미국 정부도 마찬가집니다.

적자에 빠졌지만, 의료보험은 보장해야 하고 공무원과 군인들 월급도 줘야 하죠.

그래서 미국 정부는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빌립니다.

쉽게 말해 대출을 받아서 청구서를 메꾸는 거죠.

그런데 이때 정부가 마구 빚을 지면 안 되니까, 의회가 얼마까지만 대출을 받아라, 이렇게 제한선을 정해줬습니다.

이게 바로 미국의 부채한도입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라고 했잖아요?

당연히 부채는 시간이 갈수록 늘 수밖에 없고, 한도에 다다를 때마다 의회가 상향해 줘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부채한도를 올려 달라, 야당이 장악한 하원은 그냥은 못 올려준다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군요.

만약에 의회가 부채한도를 안 올려주면 어떻게 되죠?

[기자]

미국 정부는 채권을 더 발행할 수 없고, 모든 청구서를 제때 처리할 수 있는 여윳돈이 부족해지겠죠.

그러면 청구서에 우선순위를 메겨서 급한 불부터 끄려고 할 테고, 비교적 순위가 밀리는 청구서는 갚지 못하게 될 겁니다.

미국 정부가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되는 거죠.

뉴욕타임스는 "그렇게 되면 미국 경제가 파괴되고 세계 금융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 엄청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요?

[기자]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봐야겠죠.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백악관과 의회도 디폴트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백번이 넘게 부채한도를 높였는데, 미 정부가 디폴트에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 이번엔 왜 이렇게 논란이 될까요?

'이코노미스트'는 "부채한도 논란은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의미가 없는, 정치적인 사안"이라고 짚었습니다.

부채한도를 빌미로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이 정치적인 힘겨루기를 한다는 거죠.

12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요.

당시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벼랑 끝 협상을 이어가다, 디폴트 이틀 전에 극적 타결 했습니다.

[앵커]

부채한도 때문에 정치권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 해결될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래서 부채한도 논란이 가리고 있는 진짜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미국이 아무리 구조적으로 만성 적자라고 해도, 적자 폭이 자꾸 커지는 건 또 다른 문제죠.

미 연방정부의 적자 규모는 지난 50년 동안 평균 GDP의 3.5%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10년은 평균 6%가 넘을 거라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여기다 나랏빚이 한도에 다다를 때마다 의회가 한도를 높여왔으니, 국가부채 역시 늘어날 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죠.

정리하면 미국 재정은 빚도 많아지고 수익 구조도 나빠지고 있는 겁니다.

미국 일각에서 늘어나는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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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26 10:46:04
    • 수정2023-05-26 10:58:17
    지구촌뉴스
[앵커]

미국 부채한도 얘기로 전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부채한도를 두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미 정치권 소식이 시시각각 전해지고 있는데요.

도대체 이 '부채한도'가 뭐길래 이러는 건지, 황경주 기자가 쉽고 빠르게 정리해 드립니다.

먼저 '부채한도' 논란이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볼까요?

[기자]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하면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는, 쉽게 말해 부도가 나는 상황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미 재무부가 현지시각 다음 달 1일을 이른바 'X-데이트'로 못 박았죠.

하지만 사태를 해결해야 할 백악관과 의회는 협상에 일부 진전을 이뤘다면서도 여전히 신경전을 하고 있는데요.

앞서 민주당 출신의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매카시 하원의장이 3차례 얼굴을 맞대기도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죠.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크게 줄여야만 부채한도를 올려주겠다고 하고, 미국 정부는 공화당이 타협을 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케빈 매카시/미 하원의장/공화당 : "우리는 지난해보다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민주당이 지출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제 잘못이 아니죠."]

[카린 장-피에르/백악관 대변인 :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는 것은 모든 국회의원의 임무입니다."]

이러는 사이 미국 경제는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증시는 연일 하락세고, 미국 단기물 국채 금리도 급등했습니다.

미국 신용이 불안해지니까, 미국이 돈을 꾸는 비용, 즉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거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앵커]

미국 부채한도, 미국 정부가 빚을 지는 데 어떤 한계가 정해져 있다는 말인거 같은데, 좀 쉽게 알아볼까요?

[기자]

핵심적인 것만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습니다.

미국 정부는 늘 적자라는 얘기죠.

이번 달 내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라도 카드 청구서는 날아오는 것처럼, 미국 정부도 마찬가집니다.

적자에 빠졌지만, 의료보험은 보장해야 하고 공무원과 군인들 월급도 줘야 하죠.

그래서 미국 정부는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빌립니다.

쉽게 말해 대출을 받아서 청구서를 메꾸는 거죠.

그런데 이때 정부가 마구 빚을 지면 안 되니까, 의회가 얼마까지만 대출을 받아라, 이렇게 제한선을 정해줬습니다.

이게 바로 미국의 부채한도입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라고 했잖아요?

당연히 부채는 시간이 갈수록 늘 수밖에 없고, 한도에 다다를 때마다 의회가 상향해 줘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바이든 정부는 부채한도를 올려 달라, 야당이 장악한 하원은 그냥은 못 올려준다 이렇게 싸우고 있는 거군요.

만약에 의회가 부채한도를 안 올려주면 어떻게 되죠?

[기자]

미국 정부는 채권을 더 발행할 수 없고, 모든 청구서를 제때 처리할 수 있는 여윳돈이 부족해지겠죠.

그러면 청구서에 우선순위를 메겨서 급한 불부터 끄려고 할 테고, 비교적 순위가 밀리는 청구서는 갚지 못하게 될 겁니다.

미국 정부가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에 빠지게 되는 거죠.

뉴욕타임스는 "그렇게 되면 미국 경제가 파괴되고 세계 금융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 엄청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까요?

[기자]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봐야겠죠.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백악관과 의회도 디폴트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백번이 넘게 부채한도를 높였는데, 미 정부가 디폴트에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 이번엔 왜 이렇게 논란이 될까요?

'이코노미스트'는 "부채한도 논란은 근본적으로 경제적인 의미가 없는, 정치적인 사안"이라고 짚었습니다.

부채한도를 빌미로 민주당 행정부와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이 정치적인 힘겨루기를 한다는 거죠.

12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요.

당시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벼랑 끝 협상을 이어가다, 디폴트 이틀 전에 극적 타결 했습니다.

[앵커]

부채한도 때문에 정치권 진통은 있겠지만, 결국 해결될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래서 부채한도 논란이 가리고 있는 진짜 문제를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로 미국의 재정 적자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건데요.

미국이 아무리 구조적으로 만성 적자라고 해도, 적자 폭이 자꾸 커지는 건 또 다른 문제죠.

미 연방정부의 적자 규모는 지난 50년 동안 평균 GDP의 3.5%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10년은 평균 6%가 넘을 거라고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여기다 나랏빚이 한도에 다다를 때마다 의회가 한도를 높여왔으니, 국가부채 역시 늘어날 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죠.

정리하면 미국 재정은 빚도 많아지고 수익 구조도 나빠지고 있는 겁니다.

미국 일각에서 늘어나는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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