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족 산소도 벌초”…대학 총장의 ‘황당’ 지시

입력 2023.05.30 (07:25) 수정 2023.05.3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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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도권의 한 사립 전문대학 총장이 운전기사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로 '갑질'을 했습니다.

자신의 가족 산소를 벌초하라고 시키는가 하면, 항의하는 직원에게 벽을 보고 있으라고 벌을 줬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의 한 사립 전문대학에서 일해온 A 씨.

정식 업무는 대학 총장의 운전기사였지만, 종종 맡은 일과 무관한 황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중 하나는 '총장 가족의 산소 관리' 즉, 벌초였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평일 근무시간에 몇몇 선생님들이 동원돼 가지고 벌초를 갔습니다. 자발적으로 간 것도 아니고요."]

부당한 지시 같다고 말했던 동료는 곧바로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A 씨도 부당함을 호소하려 하자 총장은 입도 못 떼게 윽박질렀습니다.

["얘기하지 말라니까요. 그런 얘기를 왜! 아무도 나한테 그런 얘기 안 하는데!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뭐 어쩌라고 나한테. 그럼 사표 쓰고 나가!"]

이날 이후 A 씨는 아무도 없는 창고로 쫓겨났고, 몇 주 뒤에는 사무실에서 '벽만 보고 있으라'는 벌까지 받았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제 딸자식 같은 친구들까지도 다 앉아있는 자리에서 벽 보고 있으라는 그거에 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 씨의 아내는 학교 측 요청으로 주말마다 시험 감독관을 하고 수당으로 35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발전기금 안 내면 모든 업무에서 이제 배제시켜라, 시험 감독도 하지 말고 대관도 하지 말아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직원은 A 씨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립 대학 특성상 부당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B 씨/전 대학 직원/음성변조 : "총장의 어머니 산소도 그 옆에 있으니까, 운전기사들하고 기능직들이 많이..."]

[C 씨/전 대학 직원/음성변조 : "부당하다고 느끼죠. 근데도 솔직히 표현 못 하고 다녀야지 이러고..."]

총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벌초 지시는 인정하면서도 설립자 예우 차원의 업무라고 했습니다.

[○○대학 총장/음성변조 : "설립자님들이시니까, 학교에 땅을 이렇게 지급(제공)하신 분들이니까 저희가 1년에 한 번 정도?"]

설립자와 총장이 가족 아니냐고 묻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설립자분이 총장님이랑 이모님 되시거나 이러지 않으세요?) 네? (이사장이 총장님 모친이시라고) ..."]

학교 발전기금 납부에 대해선 취재진에게 압박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A 씨에게, 따로 돌려주겠단 문자를 보냈습니다.

[김동민/노무사 : "최종 의사 결정을 하실 수 있는 분이 어떤 개인적인 용무라든지 이런 거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것 자체가 그 조직이 이제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A 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허수곤/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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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가족 산소도 벌초”…대학 총장의 ‘황당’ 지시
    • 입력 2023-05-30 07:25:13
    • 수정2023-05-30 07: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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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도권의 한 사립 전문대학 총장이 운전기사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로 '갑질'을 했습니다.

자신의 가족 산소를 벌초하라고 시키는가 하면, 항의하는 직원에게 벽을 보고 있으라고 벌을 줬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수원의 한 사립 전문대학에서 일해온 A 씨.

정식 업무는 대학 총장의 운전기사였지만, 종종 맡은 일과 무관한 황당한 업무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중 하나는 '총장 가족의 산소 관리' 즉, 벌초였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평일 근무시간에 몇몇 선생님들이 동원돼 가지고 벌초를 갔습니다. 자발적으로 간 것도 아니고요."]

부당한 지시 같다고 말했던 동료는 곧바로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A 씨도 부당함을 호소하려 하자 총장은 입도 못 떼게 윽박질렀습니다.

["얘기하지 말라니까요. 그런 얘기를 왜! 아무도 나한테 그런 얘기 안 하는데!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뭐 어쩌라고 나한테. 그럼 사표 쓰고 나가!"]

이날 이후 A 씨는 아무도 없는 창고로 쫓겨났고, 몇 주 뒤에는 사무실에서 '벽만 보고 있으라'는 벌까지 받았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제 딸자식 같은 친구들까지도 다 앉아있는 자리에서 벽 보고 있으라는 그거에 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 씨의 아내는 학교 측 요청으로 주말마다 시험 감독관을 하고 수당으로 350여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발전기금 안 내면 모든 업무에서 이제 배제시켜라, 시험 감독도 하지 말고 대관도 하지 말아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직원은 A 씨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립 대학 특성상 부당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B 씨/전 대학 직원/음성변조 : "총장의 어머니 산소도 그 옆에 있으니까, 운전기사들하고 기능직들이 많이..."]

[C 씨/전 대학 직원/음성변조 : "부당하다고 느끼죠. 근데도 솔직히 표현 못 하고 다녀야지 이러고..."]

총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벌초 지시는 인정하면서도 설립자 예우 차원의 업무라고 했습니다.

[○○대학 총장/음성변조 : "설립자님들이시니까, 학교에 땅을 이렇게 지급(제공)하신 분들이니까 저희가 1년에 한 번 정도?"]

설립자와 총장이 가족 아니냐고 묻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설립자분이 총장님이랑 이모님 되시거나 이러지 않으세요?) 네? (이사장이 총장님 모친이시라고) ..."]

학교 발전기금 납부에 대해선 취재진에게 압박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A 씨에게, 따로 돌려주겠단 문자를 보냈습니다.

[김동민/노무사 : "최종 의사 결정을 하실 수 있는 분이 어떤 개인적인 용무라든지 이런 거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다는 것 자체가 그 조직이 이제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A 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허수곤/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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