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또 우회전 사망 사고…‘보행자’ 아닌 ‘차량’ 우선하는 교통망

입력 2023.06.05 (18:30) 수정 2023.06.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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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잇따르는 우회전 사고를 막기 위해, 우회전 차량에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이 지난해 바뀌었죠.

4월부터는 경찰 단속도 시작됐는데, 그 이후로도 우회전 차량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새 KBS에 보도된 사망 사고만 네 건인데요.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없는지, 사회부 이원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보도된 사망 사고들부터 정리해보죠.

며칠 전,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우회전 차량 사고 현장, 이원희 기자가 직접 다녀왔죠?

[기자]

네 지난 2일에 있었던 사고인데요,

우회전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교통섬에 있던 50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였습니다.

제가 당시 현장에서 이 상황을 목격한 시민분을 인터뷰했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쿵 소리가 나자마자 쳐다봤는데 저기에서 차가 이렇게 튕겨서... 다치신 분은 누워있어서 움직임이 없었어요."]

우회전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인도로 뛰어든 셈인데, 결국 길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던 시민이 갑자기 희생됐습니다.

수원에서는 지난달에도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있었는데요.

이름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텐데, 초등학생 조은결 군이 하굣길에 우회전을 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스쿨존이었는데도 더 주의하기는커녕 우회전 신호까지 어겼던 버스 기사 운전자, 지난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또 같은 날, 안양에서는 자전거에 탄 30대 남성이 우회전 트럭에 치인 채 끌려가다 숨진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안성에서도 2살 어린아이가 골목길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에 치여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앵커]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도 생기고,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도 진행중인데 이렇게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우회전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규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우회전과 관련된 법령이 재정비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법이 바뀌어도, 운전자들의 습관은 여전한 게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빨간불에도 우회전을 해왔던 습관이 바뀌지 않은 겁니다.

특히 버스나 화물트럭 같은 대형차들이 사고 위험이 큰데요.

차량이 크고 운전석이 높을수록 바로 앞 있는 보행자를 못 볼 가능성이 최대 2배 커집니다.

운전자, 보행자도 조심해야겠지만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시스템도 달라져야겠죠.

그런데 도로교통망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사고가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채홍/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신신호'라고 해서 90년도에 싹 정비를 했죠. 그때 최고의 목표는 어떻게하면 소통 능력을 최대한 향상 시킬 것인가."]

보행자의 '안전'이 아니라,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중심으로 짜여졌던 교통 시스템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인데요.

대표적인게 '교통섬'입니다.

교통섬이 있으면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너는 시간이 짧아져서, 차량이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데요.

반면, 우회전하는 차량은 교통섬 덕분에 일반 교차로보다 7% 가량 더 빨리 우회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행자를 쳤을 때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우회전 사고를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기자]

유럽의 경우, 1968년 비엔나 협약에서 만들어진 'No Turn On Red', 그러니까 빨간불에는 무조건 정지한다는 규정이 표준화되어있습니다.

별도로 우회전 신호가 있는 경우 신호에 따라 우회전 하면 됩니다.

미국은 우리와 비슷한 체계를 갖췄는데요.

빨간불에도 우회전은 할 수 있지만 사고 다발지점 등에선 빨간불에 정지하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차량 신호가 초록불일 때만 우회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STOP' 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차량들이 무조건 정지하도록 강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바뀐 우회전 일시정지 규정, 다시 한번 설명해주시죠.

[기자]

우선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때는 반드시 멈췄다 가야 합니다.

전방 신호가 녹색불일 때는 멈추지 않아도 되지만, 건널목을 건너거나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스쿨존에서는 신호나 보행자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합니다.

우회전 신호가 있는 곳에서는 신호에 따라 주행하면 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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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또 우회전 사망 사고…‘보행자’ 아닌 ‘차량’ 우선하는 교통망
    • 입력 2023-06-05 18:30:36
    • 수정2023-06-05 18: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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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잇따르는 우회전 사고를 막기 위해, 우회전 차량에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도로교통법이 지난해 바뀌었죠.

4월부터는 경찰 단속도 시작됐는데, 그 이후로도 우회전 차량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새 KBS에 보도된 사망 사고만 네 건인데요.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없는지, 사회부 이원희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최근 보도된 사망 사고들부터 정리해보죠.

며칠 전,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우회전 차량 사고 현장, 이원희 기자가 직접 다녀왔죠?

[기자]

네 지난 2일에 있었던 사고인데요,

우회전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교통섬에 있던 50대 보행자를 들이받은 사고였습니다.

제가 당시 현장에서 이 상황을 목격한 시민분을 인터뷰했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사고 목격자/음성변조 : "쿵 소리가 나자마자 쳐다봤는데 저기에서 차가 이렇게 튕겨서... 다치신 분은 누워있어서 움직임이 없었어요."]

우회전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인도로 뛰어든 셈인데, 결국 길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던 시민이 갑자기 희생됐습니다.

수원에서는 지난달에도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있었는데요.

이름 기억하는 분들 많으실텐데, 초등학생 조은결 군이 하굣길에 우회전을 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스쿨존이었는데도 더 주의하기는커녕 우회전 신호까지 어겼던 버스 기사 운전자, 지난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또 같은 날, 안양에서는 자전거에 탄 30대 남성이 우회전 트럭에 치인 채 끌려가다 숨진 사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안성에서도 2살 어린아이가 골목길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에 치여서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앵커]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도 생기고,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도 진행중인데 이렇게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우회전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 규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우회전과 관련된 법령이 재정비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법이 바뀌어도, 운전자들의 습관은 여전한 게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빨간불에도 우회전을 해왔던 습관이 바뀌지 않은 겁니다.

특히 버스나 화물트럭 같은 대형차들이 사고 위험이 큰데요.

차량이 크고 운전석이 높을수록 바로 앞 있는 보행자를 못 볼 가능성이 최대 2배 커집니다.

운전자, 보행자도 조심해야겠지만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시스템도 달라져야겠죠.

그런데 도로교통망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사고가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채홍/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신신호'라고 해서 90년도에 싹 정비를 했죠. 그때 최고의 목표는 어떻게하면 소통 능력을 최대한 향상 시킬 것인가."]

보행자의 '안전'이 아니라,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중심으로 짜여졌던 교통 시스템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인데요.

대표적인게 '교통섬'입니다.

교통섬이 있으면 보행자가 건널목을 건너는 시간이 짧아져서, 차량이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데요.

반면, 우회전하는 차량은 교통섬 덕분에 일반 교차로보다 7% 가량 더 빨리 우회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행자를 쳤을 때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우회전 사고를 더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기자]

유럽의 경우, 1968년 비엔나 협약에서 만들어진 'No Turn On Red', 그러니까 빨간불에는 무조건 정지한다는 규정이 표준화되어있습니다.

별도로 우회전 신호가 있는 경우 신호에 따라 우회전 하면 됩니다.

미국은 우리와 비슷한 체계를 갖췄는데요.

빨간불에도 우회전은 할 수 있지만 사고 다발지점 등에선 빨간불에 정지하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차량 신호가 초록불일 때만 우회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STOP' 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차량들이 무조건 정지하도록 강하게 단속하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바뀐 우회전 일시정지 규정, 다시 한번 설명해주시죠.

[기자]

우선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때는 반드시 멈췄다 가야 합니다.

전방 신호가 녹색불일 때는 멈추지 않아도 되지만, 건널목을 건너거나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일시 정지해야 합니다.

스쿨존에서는 신호나 보행자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합니다.

우회전 신호가 있는 곳에서는 신호에 따라 주행하면 됩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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