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잠적…합천군 “수백억 원 책임?”

입력 2023.06.05 (19:18) 수정 2023.06.0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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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합천군과 호텔 사업을 추진하던 민간사업자 대표가 수백억 원 대출금을 횡령하고 잠적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당시 실시협약을 살펴봤더니,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이 설계됐고, 군 의회의 검증마저 부실했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합천 영상테파마크 호텔 공사현장.

민간 사업자가 합천군 땅에 200여 객실 규모 호텔을 지어 기부채납하고, 20년간 운영 수익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준공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초 공사는 아직 시작도 못 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언제부터 중단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 6월 1일부터 안 했어요. 그냥 좀 합천군에 가서 물어보세요."]

문제는 민간사업자인 시행사 대표가 횡령한 250억 원을 합천군이 모두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실시협약에는 협약 해지 시 대체사업자를 찾아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돼 있습니다.

만약, 대체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천군이 원리금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시행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것입니다.

겨우 터파기를 시작한 현재 공정률은 6%에 불과하지만, 기성금은 공사 금액의 절반 가량 투입되다보니 대체사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합천군이 지분 참여 없이 채무 보증만 서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최소한 안전 장치도 없던 것입니다.

합천군이 최종적으로 손해배상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실시협약서가 만들어졌는데, 군 의회의 검증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합천군의회에서는 실시협약 동의안이 다뤄졌지만, 협약에 대한 분석보다는 관광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심지어 타당성 조사를 민간사업자가 진행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없었습니다.

[2021년 10월/합천군의회 : "(원안대로 가결하고자 하는데) 의원님들 이의 없습니까?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사건 규명을 위해 상급기관 감사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합천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합천군이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그래픽:박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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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행사 잠적…합천군 “수백억 원 책임?”
    • 입력 2023-06-05 19:18:15
    • 수정2023-06-05 19:58:31
    뉴스7(창원)
[앵커]

합천군과 호텔 사업을 추진하던 민간사업자 대표가 수백억 원 대출금을 횡령하고 잠적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당시 실시협약을 살펴봤더니, 민간사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이 설계됐고, 군 의회의 검증마저 부실했던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합천 영상테파마크 호텔 공사현장.

민간 사업자가 합천군 땅에 200여 객실 규모 호텔을 지어 기부채납하고, 20년간 운영 수익금으로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준공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초 공사는 아직 시작도 못 했습니다.

[시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언제부터 중단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 6월 1일부터 안 했어요. 그냥 좀 합천군에 가서 물어보세요."]

문제는 민간사업자인 시행사 대표가 횡령한 250억 원을 합천군이 모두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실시협약에는 협약 해지 시 대체사업자를 찾아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돼 있습니다.

만약, 대체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합천군이 원리금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시행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것입니다.

겨우 터파기를 시작한 현재 공정률은 6%에 불과하지만, 기성금은 공사 금액의 절반 가량 투입되다보니 대체사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합천군이 지분 참여 없이 채무 보증만 서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최소한 안전 장치도 없던 것입니다.

합천군이 최종적으로 손해배상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실시협약서가 만들어졌는데, 군 의회의 검증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합천군의회에서는 실시협약 동의안이 다뤄졌지만, 협약에 대한 분석보다는 관광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심지어 타당성 조사를 민간사업자가 진행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없었습니다.

[2021년 10월/합천군의회 : "(원안대로 가결하고자 하는데) 의원님들 이의 없습니까?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사건 규명을 위해 상급기관 감사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합천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채무를 합천군이 떠안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그래픽:박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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