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님의 수상한 모임…“기업인들 수시로 만나 접대받아”

입력 2023.06.09 (07:50) 수정 2023.06.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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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업 관련 재판을 담당하던 서울고등법원 차문호 부장판사가 기업인들을 여러 차례 만나 접대를 받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차 부장판사는 얼마 전, 차기 대법관 후보군에도 포함됐던 인물입니다.

밥과 술 등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탐사보도부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20년 1월 30일 저녁, 서울의 한 일식당에 기업 임원급 인사들과 고위 공직자 등 10여 명이 모였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자리 주선자가 자리 배치를 종이에 꼼꼼히 적어와서 그것대로 앉도록 해요."]

차문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초대됐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주선자가) '고등법원 부장, 차문호 부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라고 하니까. 차 부장이 '오늘 좋은 분들을 만나 뵙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 앞으로 좋은 관계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입주민과 연회비 350만 원을 낸 특별 회원만 예약할 수 있는 고급 중식당입니다.

[식당 관계자/음성변조 : "회원권이 없으면 워크인(입장)은 불가능하세요."]

저녁 코스요리 가격은 1인당 2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2020년 말 여기에서 기업인 2명과 고위직 세무공무원, 차 부장판사를 초대한 만찬이 열렸습니다.

비용은 한 기업 법인 카드로 냈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주선자가 저한테 '오늘은 계산을 해야겠다'고 해서 주선자 비서실장에게 기업 법인카드를 줬습니다."]

참석자들은 20여 일 뒤 골프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골프 모임 참석자/음성 대역 : "식사 자리에서 '이 멤버대로 골프를 치자' 그러면서 약속을 잡아서, 1월 26일 OO골프장에 이렇게 4명이 골프를 치러 갔어요."]

정황과 증언 등으로 추정된 차 부장판사와 기업인들의 사적 모임은, 2020년 1년 남짓 기간에 일곱 차례.

여섯 번은 차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민사 16부에서 각종 기업 관련 재판을 담당하던 시기입니다.

이에 대해 차 부장판사는, "기업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거나 부탁을 받은 적이 전혀 없고 재판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유대 관계를 가진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급 중식당에 간 기억은 나지 않고, 골프 비용은 직접 현금으로 냈다"고 해명했습니다.

업무와 무관한 사교였다고 해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변호사 : "법관은 공정성이나 청렴성을 의심받는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사실 그런 고액의 식사나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법관 등 공직자가 제3 자에게 받을 수 있는 접대 한도를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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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장판사님의 수상한 모임…“기업인들 수시로 만나 접대받아”
    • 입력 2023-06-09 07:50:22
    • 수정2023-06-09 08: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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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업 관련 재판을 담당하던 서울고등법원 차문호 부장판사가 기업인들을 여러 차례 만나 접대를 받은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차 부장판사는 얼마 전, 차기 대법관 후보군에도 포함됐던 인물입니다.

밥과 술 등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탐사보도부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20년 1월 30일 저녁, 서울의 한 일식당에 기업 임원급 인사들과 고위 공직자 등 10여 명이 모였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자리 주선자가 자리 배치를 종이에 꼼꼼히 적어와서 그것대로 앉도록 해요."]

차문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초대됐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주선자가) '고등법원 부장, 차문호 부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라고 하니까. 차 부장이 '오늘 좋은 분들을 만나 뵙게 돼서 너무 영광스럽다, 앞으로 좋은 관계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입주민과 연회비 350만 원을 낸 특별 회원만 예약할 수 있는 고급 중식당입니다.

[식당 관계자/음성변조 : "회원권이 없으면 워크인(입장)은 불가능하세요."]

저녁 코스요리 가격은 1인당 29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2020년 말 여기에서 기업인 2명과 고위직 세무공무원, 차 부장판사를 초대한 만찬이 열렸습니다.

비용은 한 기업 법인 카드로 냈습니다.

[당시 만찬 참석자/음성 대역 : "주선자가 저한테 '오늘은 계산을 해야겠다'고 해서 주선자 비서실장에게 기업 법인카드를 줬습니다."]

참석자들은 20여 일 뒤 골프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골프 모임 참석자/음성 대역 : "식사 자리에서 '이 멤버대로 골프를 치자' 그러면서 약속을 잡아서, 1월 26일 OO골프장에 이렇게 4명이 골프를 치러 갔어요."]

정황과 증언 등으로 추정된 차 부장판사와 기업인들의 사적 모임은, 2020년 1년 남짓 기간에 일곱 차례.

여섯 번은 차 부장판사가 서울고법 민사 16부에서 각종 기업 관련 재판을 담당하던 시기입니다.

이에 대해 차 부장판사는, "기업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거나 부탁을 받은 적이 전혀 없고 재판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유대 관계를 가진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급 중식당에 간 기억은 나지 않고, 골프 비용은 직접 현금으로 냈다"고 해명했습니다.

업무와 무관한 사교였다고 해도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승수/변호사 : "법관은 공정성이나 청렴성을 의심받는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사실 그런 고액의 식사나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법관 등 공직자가 제3 자에게 받을 수 있는 접대 한도를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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