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제주에 온 김진석 씨는 출장 간 지인의 차를 빌려 타고 여행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에서 출발해 서귀포를 들른 뒤 제주공항에 가서 일행을 태웠습니다. 주유소에 가서 차에 기름을 넣기도 했습니다.
6시간 동안 차를 몬 김 씨는 한 편의점 앞에 주차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험사에 연락하자 "가입된 차량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김 씨는 차를 빌려준 지인에게 연락했고, 그제야 빌린 지인의 차가 아닌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인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같은 차종의 승용차를 지인의 차로 착각해 몬 겁니다. 차에 적혀 있는 연락처 역시 지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황한 김 씨는 곧바로 실제 차주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경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절도 차량으로 신고돼 수배가 내려진 뒤였습니다.
사정을 들은 경찰은 실제로 주차장에 같은 차종이 있다는 것, 스스로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해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김 씨를 입건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 실제 차주 "경제적·정신적 피해" 호소…김 씨 "시동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런데 문제는 김 씨가 차를 모는 동안 자영업자인 실제 차주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겁니다.
실제 차주는 "출근하려고 나왔는데 차가 없어져서 너무 당황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정신이 없어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차주는 이어 "어렵사리 아는 사람의 차를 빌려 영업 준비를 했다"면서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본 입장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않으냐"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실제 차주는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씨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을 앞둔 김 씨는 "번호판이나 색깔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남의 차의 시동을 건 것은 제 잘못이지만, 애초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하루 렌트비 정도는 당연히 보상해드릴 수 있지만 다른 피해 보상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자동차에 왜 결함이 있었던 건지 야속하기만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현대차 "현재로서는 대책 없어"…전문가 "충분히 가능한 일"
김 씨는 한 달 전쯤 현대자동차에 연락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1만분의 일 정도의 확률"이라며 "사실이라면 키박스를 교체해야 한다"고 김 씨에게 말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선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전문가에게 문의해봤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 차의 경우 키박스에 키를 꽂았을 때 배합의 종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차 중에서 한두 대가 열리고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나중에 시동이 안 걸린 이유는 키의 접촉이 틀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시동이 걸렸다 안 걸렸다 하는 경우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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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분의 1 확률?”…‘자동차키 오작동’ 악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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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6-10 07:01:15

지난해 2월 제주에 온 김진석 씨는 출장 간 지인의 차를 빌려 타고 여행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에서 출발해 서귀포를 들른 뒤 제주공항에 가서 일행을 태웠습니다. 주유소에 가서 차에 기름을 넣기도 했습니다.
6시간 동안 차를 몬 김 씨는 한 편의점 앞에 주차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험사에 연락하자 "가입된 차량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김 씨는 차를 빌려준 지인에게 연락했고, 그제야 빌린 지인의 차가 아닌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인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같은 차종의 승용차를 지인의 차로 착각해 몬 겁니다. 차에 적혀 있는 연락처 역시 지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황한 김 씨는 곧바로 실제 차주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경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절도 차량으로 신고돼 수배가 내려진 뒤였습니다.
사정을 들은 경찰은 실제로 주차장에 같은 차종이 있다는 것, 스스로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해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김 씨를 입건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 실제 차주 "경제적·정신적 피해" 호소…김 씨 "시동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런데 문제는 김 씨가 차를 모는 동안 자영업자인 실제 차주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겁니다.
실제 차주는 "출근하려고 나왔는데 차가 없어져서 너무 당황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정신이 없어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차주는 이어 "어렵사리 아는 사람의 차를 빌려 영업 준비를 했다"면서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본 입장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않으냐"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실제 차주는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씨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을 앞둔 김 씨는 "번호판이나 색깔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남의 차의 시동을 건 것은 제 잘못이지만, 애초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하루 렌트비 정도는 당연히 보상해드릴 수 있지만 다른 피해 보상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자동차에 왜 결함이 있었던 건지 야속하기만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현대차 "현재로서는 대책 없어"…전문가 "충분히 가능한 일"
김 씨는 한 달 전쯤 현대자동차에 연락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1만분의 일 정도의 확률"이라며 "사실이라면 키박스를 교체해야 한다"고 김 씨에게 말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선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전문가에게 문의해봤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 차의 경우 키박스에 키를 꽂았을 때 배합의 종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차 중에서 한두 대가 열리고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나중에 시동이 안 걸린 이유는 키의 접촉이 틀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시동이 걸렸다 안 걸렸다 하는 경우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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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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