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제주에 온 김진석 씨는 출장 간 지인의 차를 빌려 타고 여행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에서 출발해 서귀포를 들른 뒤 제주공항에 가서 일행을 태웠습니다. 주유소에 가서 차에 기름을 넣기도 했습니다.
6시간 동안 차를 몬 김 씨는 한 편의점 앞에 주차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험사에 연락하자 "가입된 차량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김 씨는 차를 빌려준 지인에게 연락했고, 그제야 빌린 지인의 차가 아닌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왼쪽 차량은 지인에게 빌린 2002년식 베르나. 오른쪽 차량은 다른 사람의 차인 2010년식 베르나.
지인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같은 차종의 승용차를 지인의 차로 착각해 몬 겁니다. 차에 적혀 있는 연락처 역시 지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황한 김 씨는 곧바로 실제 차주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경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절도 차량으로 신고돼 수배가 내려진 뒤였습니다.
사정을 들은 경찰은 실제로 주차장에 같은 차종이 있다는 것, 스스로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해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김 씨를 입건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 실제 차주 "경제적·정신적 피해" 호소…김 씨 "시동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런데 문제는 김 씨가 차를 모는 동안 자영업자인 실제 차주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겁니다.
실제 차주는 "출근하려고 나왔는데 차가 없어져서 너무 당황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정신이 없어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차주는 이어 "어렵사리 아는 사람의 차를 빌려 영업 준비를 했다"면서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본 입장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않으냐"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실제 차주는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씨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을 앞둔 김 씨는 "번호판이나 색깔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남의 차의 시동을 건 것은 제 잘못이지만, 애초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하루 렌트비 정도는 당연히 보상해드릴 수 있지만 다른 피해 보상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자동차에 왜 결함이 있었던 건지 야속하기만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현대차 "현재로서는 대책 없어"…전문가 "충분히 가능한 일"
김 씨는 한 달 전쯤 현대자동차에 연락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1만분의 일 정도의 확률"이라며 "사실이라면 키박스를 교체해야 한다"고 김 씨에게 말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선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전문가에게 문의해봤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 차의 경우 키박스에 키를 꽂았을 때 배합의 종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차 중에서 한두 대가 열리고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나중에 시동이 안 걸린 이유는 키의 접촉이 틀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시동이 걸렸다 안 걸렸다 하는 경우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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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만분의 1 확률?”…‘자동차키 오작동’ 악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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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6-10 07:01:15
지난해 2월 제주에 온 김진석 씨는 출장 간 지인의 차를 빌려 타고 여행했습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에서 출발해 서귀포를 들른 뒤 제주공항에 가서 일행을 태웠습니다. 주유소에 가서 차에 기름을 넣기도 했습니다.
6시간 동안 차를 몬 김 씨는 한 편의점 앞에 주차했다 다시 출발하려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험사에 연락하자 "가입된 차량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김 씨는 차를 빌려준 지인에게 연락했고, 그제야 빌린 지인의 차가 아닌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인의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같은 차종의 승용차를 지인의 차로 착각해 몬 겁니다. 차에 적혀 있는 연락처 역시 지인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황한 김 씨는 곧바로 실제 차주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경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미 절도 차량으로 신고돼 수배가 내려진 뒤였습니다.
사정을 들은 경찰은 실제로 주차장에 같은 차종이 있다는 것, 스스로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해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김 씨를 입건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 실제 차주 "경제적·정신적 피해" 호소…김 씨 "시동 걸리지 않았더라면"
그런데 문제는 김 씨가 차를 모는 동안 자영업자인 실제 차주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겁니다.
실제 차주는 "출근하려고 나왔는데 차가 없어져서 너무 당황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뒤 정신이 없어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차주는 이어 "어렵사리 아는 사람의 차를 빌려 영업 준비를 했다"면서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를 본 입장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않으냐"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실제 차주는 경제적·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 씨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을 앞둔 김 씨는 "번호판이나 색깔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남의 차의 시동을 건 것은 제 잘못이지만, 애초에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김 씨는 이어 "하루 렌트비 정도는 당연히 보상해드릴 수 있지만 다른 피해 보상 부분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자동차에 왜 결함이 있었던 건지 야속하기만 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현대차 "현재로서는 대책 없어"…전문가 "충분히 가능한 일"
김 씨는 한 달 전쯤 현대자동차에 연락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1만분의 일 정도의 확률"이라며 "사실이라면 키박스를 교체해야 한다"고 김 씨에게 말했습니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선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전문가에게 문의해봤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 차의 경우 키박스에 키를 꽂았을 때 배합의 종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차 중에서 한두 대가 열리고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나중에 시동이 안 걸린 이유는 키의 접촉이 틀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시동이 걸렸다 안 걸렸다 하는 경우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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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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