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美 대선 키워드는 ‘가치전쟁’…최전선 플로리다는?

입력 2023.06.10 (22:24) 수정 2023.06.1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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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선을 1년 반 앞둔 미국은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점차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은 10명이 넘는 후보들이 도전을 선언하며 경쟁이 치열한데요.

보수적인 공화당 후보들 사이에서 미국 사회의 인종이나 성별,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인정이 지나치다, 확 줄여야 한다, 이런 주장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논쟁이 가장 치열한 플로리다에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정민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줄.

누군가 차에서 내리자 환호성이 터집니다.

지난주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입니다.

디샌티스 후보가 연설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각은 아침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인데요.

그런데도 이렇게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였습니다.

45세 젊은 나이, 이라크 파병 경력과 단란한 가정 등 미국 보수층이 끌릴 조건을 갖춘 인물,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경계하는 공화당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입니다.

[론 디샌티스 : "상식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흔치 않은 미덕이 아니란 걸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희소식은 플로리다에서 우리가 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인종과 성소수자, 여성에 대한 배려를 올바름으로 여기는 가치에 노골적 반발하며 보수 지지자를 늘렸습니다.

찬반 모두 유독 거센 이유입니다.

[드샌토 화이트/디샌티스 지지자 : "저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지합니다. 제가 할머니라 특히 교육분야요. 아이들의 학교에까지 워크 아젠다를 끌고갈 필요는 없어요."]

[미치 시걸/디샌티스 : "누구나 우리의 손에 명시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지사가 단독으로 그것을 없애려고 할 때, 우리는 분노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정치적 기반, 플로리다는 이념과 가치의 전쟁터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40년 넘게 흑인 역사를 가르친 마빈 던 박사, 요즘 흑인 역사 교육 축소에 항의하는 활동으로 바쁩니다.

공립 학교 심화 과정에서 흑인 역사 교육이 빠지고,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이 금서가 되면서부터입니다.

학교 밖 흑인 역사 교육에 나선 던 박사는 디샌티스가 자기 정치에 플로리다 교육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마빈 던/흑인 역사 교육자 : "뭘 가르쳐야 안전할지 알 수 없다면, 가르칠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정부가 만다는 공포 분위기 아래에서 흑인 역사는 지워지고, 짓밟히며 축소됩니다."]

성소수자 사회는 더 큰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제한받던 성 정체성 교육이 고등학생까지 금지됐고, 어기면 교사는 고발조치까지 당합니다.

10대 때 성소수자임을 깨닫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었다는 마이클, 지금은 교육에 집중된 성소수자 배제가 결국엔 사회 전체로 번질 거라 내다봅니다.

[마이클 로어단/성소수자 : "(성소수자에 대해) 얘기하면 안된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성소수자가 좋은 사람이 아니거나 이상하다는 선입관을 갖게 되죠. 큰 피해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사회 전반이 그런 생각의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논란이 확산되자 흑인과 성소수자 단체들은 플로리다 여행 거부 운동에 나섰습니다.

[줄리 시버/성소수자 센터 '컴패스' 대표 : "안타깝게도 많은 가족들이 이런 나쁜 법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로리다를 떠나고 있어요."]

반대로,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네 아이의 어머니 카타리나, 교육에서만큼은 디샌티스의 방향에 대찬성입니다.

그간의 흑인과 성소수자 교육은 학생에 대한 세뇌였고 이제 겨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카타리나 스터비/'자유를 위한 어머니회' 회원 : "성소수자 교육을 밀어부치거나 아이들을 인종으로 나누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걸 관점에 대한 싸움으로 여긴다고 보면, 선과 악, 혹은 정의의 싸움입니다."]

플로리다에서 시작된 가치와 이념을 기반으로 한 갈등은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며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이에 질세라 비슷한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라마스와미 : "저는 인종에 기반한 배상에 줄곧 반대해왔습니다. 그건 명확합니다."]

[마이크 펜스 : "급진좌파는 전례없이 우리의 가치와 우리의 가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보수 관점이 지지를 늘려가자 서로 선봉을 자처하며 선거 필승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겁니다.

보수와 진보가 더 깊은 가치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지, 아니면 어느 순간 멈출 수 있을지, 앞으로 1년 반, 미국 대선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플로리다에서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서채영/현지코디: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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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 오른 美 대선 키워드는 ‘가치전쟁’…최전선 플로리다는?
    • 입력 2023-06-10 22:24:32
    • 수정2023-06-10 22:33:5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대선을 1년 반 앞둔 미국은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점차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야당인 공화당은 10명이 넘는 후보들이 도전을 선언하며 경쟁이 치열한데요.

보수적인 공화당 후보들 사이에서 미국 사회의 인종이나 성별,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인정이 지나치다, 확 줄여야 한다, 이런 주장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 논쟁이 가장 치열한 플로리다에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정민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줄.

누군가 차에서 내리자 환호성이 터집니다.

지난주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한 플로리다 주지사 론 디샌티스입니다.

디샌티스 후보가 연설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각은 아침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인데요.

그런데도 이렇게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였습니다.

45세 젊은 나이, 이라크 파병 경력과 단란한 가정 등 미국 보수층이 끌릴 조건을 갖춘 인물, 트럼프 전 대통령마저 경계하는 공화당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입니다.

[론 디샌티스 : "상식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흔치 않은 미덕이 아니란 걸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희소식은 플로리다에서 우리가 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인종과 성소수자, 여성에 대한 배려를 올바름으로 여기는 가치에 노골적 반발하며 보수 지지자를 늘렸습니다.

찬반 모두 유독 거센 이유입니다.

[드샌토 화이트/디샌티스 지지자 : "저는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지합니다. 제가 할머니라 특히 교육분야요. 아이들의 학교에까지 워크 아젠다를 끌고갈 필요는 없어요."]

[미치 시걸/디샌티스 : "누구나 우리의 손에 명시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지사가 단독으로 그것을 없애려고 할 때, 우리는 분노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정치적 기반, 플로리다는 이념과 가치의 전쟁터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40년 넘게 흑인 역사를 가르친 마빈 던 박사, 요즘 흑인 역사 교육 축소에 항의하는 활동으로 바쁩니다.

공립 학교 심화 과정에서 흑인 역사 교육이 빠지고, 도서관에서 관련 책들이 금서가 되면서부터입니다.

학교 밖 흑인 역사 교육에 나선 던 박사는 디샌티스가 자기 정치에 플로리다 교육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마빈 던/흑인 역사 교육자 : "뭘 가르쳐야 안전할지 알 수 없다면, 가르칠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정부가 만다는 공포 분위기 아래에서 흑인 역사는 지워지고, 짓밟히며 축소됩니다."]

성소수자 사회는 더 큰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제한받던 성 정체성 교육이 고등학생까지 금지됐고, 어기면 교사는 고발조치까지 당합니다.

10대 때 성소수자임을 깨닫고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었다는 마이클, 지금은 교육에 집중된 성소수자 배제가 결국엔 사회 전체로 번질 거라 내다봅니다.

[마이클 로어단/성소수자 : "(성소수자에 대해) 얘기하면 안된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성소수자가 좋은 사람이 아니거나 이상하다는 선입관을 갖게 되죠. 큰 피해를 가져오는 일입니다. 사회 전반이 그런 생각의 영향을 받게 되니까요."]

논란이 확산되자 흑인과 성소수자 단체들은 플로리다 여행 거부 운동에 나섰습니다.

[줄리 시버/성소수자 센터 '컴패스' 대표 : "안타깝게도 많은 가족들이 이런 나쁜 법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로리다를 떠나고 있어요."]

반대로,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네 아이의 어머니 카타리나, 교육에서만큼은 디샌티스의 방향에 대찬성입니다.

그간의 흑인과 성소수자 교육은 학생에 대한 세뇌였고 이제 겨우 정상화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카타리나 스터비/'자유를 위한 어머니회' 회원 : "성소수자 교육을 밀어부치거나 아이들을 인종으로 나누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걸 관점에 대한 싸움으로 여긴다고 보면, 선과 악, 혹은 정의의 싸움입니다."]

플로리다에서 시작된 가치와 이념을 기반으로 한 갈등은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며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도 이에 질세라 비슷한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라마스와미 : "저는 인종에 기반한 배상에 줄곧 반대해왔습니다. 그건 명확합니다."]

[마이크 펜스 : "급진좌파는 전례없이 우리의 가치와 우리의 가족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보수 관점이 지지를 늘려가자 서로 선봉을 자처하며 선거 필승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겁니다.

보수와 진보가 더 깊은 가치 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들지, 아니면 어느 순간 멈출 수 있을지, 앞으로 1년 반, 미국 대선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플로리다에서 이정민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서채영/현지코디: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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