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FTA 안 되면 이거라도”…수낵이 바이든 찾아간 이유는?
입력 2023.06.12 (10:51)
수정 2023.06.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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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했습니다.
영원한 우방 관계답게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하는데요.
두 정상이 무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하는데, 정작 영국 안에선 크게 달갑지 않은 반응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영국과 미국 정상이 자주 만나네요?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7일과 8일 미국으로 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지난해 10월 수낵이 총리에 취임한 뒤 양국 정상은 벌써 네 번이나 만났고요.
단둘이서만 백악관에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랜 우방 관계답게 서로를 '가장 가까운 동맹' '변치 않는 파트너'라고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에 영국보다 더 가까운 동맹은 없습니다. 수낵 총리가 와서 기쁩니다."]
정상회담 뒤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대서양 선언'도 발표했습니다.
[앵커]
공동 기자 회견과 대서양 선언,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기자]
일단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는 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 회담 시작부터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달 주요 7개국, G7 회의에서도 화두였던 인공지능, AI 규제 필요성도 다시 거론됐습니다.
영국은 올 가을 관련 전문가를 모아 AI 규제 정상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은 "AI는 무한한 가능성이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며 영국의 리더십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전쟁과 인공지능, 중요한 화두이긴 하지만 이런 얘기만 하려고 수낵 총리가 미국까지 날아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대서양 선언'의 핵심은 두 나라가 핵심 광물 협정을 맺기로 했다는 겁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간단히 얘기하면 영국산 광물로 만든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팔 때도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찾겠다는 건데요.
앞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를 시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컸죠.
이 법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 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인데요.
리튬 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이 미국산이거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된 경우에만 보조금을 줍니다.
거의 미국에서 만든 차에만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보호무역인 셈인데요.
이 때문에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거란 우려가 커졌고, 영국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국산 핵심 광물을 쓴 전기차도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겁니다.
미국은 앞서 일본과도 비슷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앵커]
그럼 영국 기업들엔 그나마 다행인 일인데, 영국 안에선 오히려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고요?
[기자]
미국과 광물 협정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FTA 체결이 수낵 총리와 집권 보수당의 해묵은 공약이기 때문인데요.
영국 보수당은 과거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주도하면서, 유럽연합에 남는 것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IRA같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FTA는 점점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FTA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미니 딜'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과의 FTA 체결에 대한 희망이 없어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수낵 총리는 이번 협정은 양국 경제 협력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시 수낵/영국 총리 : "이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협정의 첫걸음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력합니다."]
[앵커]
'브렉시트' 전에 영국 사회가 수년 동안 합의를 거쳤고, 또 이미 시행된 지도 3년째인데 아직까지 그 타격이 상당한 것 같아요.
[기자]
영국 기사에선 최근 '브레그렛'이라는 신조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브렉시트와 '후회'를 뜻하는 영어 '리그레트'의 합성어죠.
브렉시트와 코로나19 대유행,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영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선진국 7개국 가운데 코로나19 이전보다 현재 경제 규모가 작아진 나라는 영국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실수였다고 답한 영국인은 56%였던 반면, 잘했다고 답한 사람은 32%에 그쳤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지난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했습니다.
영원한 우방 관계답게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하는데요.
두 정상이 무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하는데, 정작 영국 안에선 크게 달갑지 않은 반응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영국과 미국 정상이 자주 만나네요?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7일과 8일 미국으로 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지난해 10월 수낵이 총리에 취임한 뒤 양국 정상은 벌써 네 번이나 만났고요.
단둘이서만 백악관에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랜 우방 관계답게 서로를 '가장 가까운 동맹' '변치 않는 파트너'라고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에 영국보다 더 가까운 동맹은 없습니다. 수낵 총리가 와서 기쁩니다."]
정상회담 뒤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대서양 선언'도 발표했습니다.
[앵커]
공동 기자 회견과 대서양 선언,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기자]
일단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는 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 회담 시작부터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달 주요 7개국, G7 회의에서도 화두였던 인공지능, AI 규제 필요성도 다시 거론됐습니다.
영국은 올 가을 관련 전문가를 모아 AI 규제 정상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은 "AI는 무한한 가능성이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며 영국의 리더십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전쟁과 인공지능, 중요한 화두이긴 하지만 이런 얘기만 하려고 수낵 총리가 미국까지 날아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대서양 선언'의 핵심은 두 나라가 핵심 광물 협정을 맺기로 했다는 겁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간단히 얘기하면 영국산 광물로 만든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팔 때도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찾겠다는 건데요.
앞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를 시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컸죠.
이 법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 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인데요.
리튬 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이 미국산이거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된 경우에만 보조금을 줍니다.
거의 미국에서 만든 차에만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보호무역인 셈인데요.
이 때문에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거란 우려가 커졌고, 영국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국산 핵심 광물을 쓴 전기차도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겁니다.
미국은 앞서 일본과도 비슷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앵커]
그럼 영국 기업들엔 그나마 다행인 일인데, 영국 안에선 오히려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고요?
[기자]
미국과 광물 협정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FTA 체결이 수낵 총리와 집권 보수당의 해묵은 공약이기 때문인데요.
영국 보수당은 과거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주도하면서, 유럽연합에 남는 것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IRA같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FTA는 점점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FTA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미니 딜'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과의 FTA 체결에 대한 희망이 없어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수낵 총리는 이번 협정은 양국 경제 협력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시 수낵/영국 총리 : "이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협정의 첫걸음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력합니다."]
[앵커]
'브렉시트' 전에 영국 사회가 수년 동안 합의를 거쳤고, 또 이미 시행된 지도 3년째인데 아직까지 그 타격이 상당한 것 같아요.
[기자]
영국 기사에선 최근 '브레그렛'이라는 신조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브렉시트와 '후회'를 뜻하는 영어 '리그레트'의 합성어죠.
브렉시트와 코로나19 대유행,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영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선진국 7개국 가운데 코로나19 이전보다 현재 경제 규모가 작아진 나라는 영국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실수였다고 답한 영국인은 56%였던 반면, 잘했다고 답한 사람은 32%에 그쳤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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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했습니다.
영원한 우방 관계답게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하는데요.
두 정상이 무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하는데, 정작 영국 안에선 크게 달갑지 않은 반응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영국과 미국 정상이 자주 만나네요?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7일과 8일 미국으로 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지난해 10월 수낵이 총리에 취임한 뒤 양국 정상은 벌써 네 번이나 만났고요.
단둘이서만 백악관에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랜 우방 관계답게 서로를 '가장 가까운 동맹' '변치 않는 파트너'라고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에 영국보다 더 가까운 동맹은 없습니다. 수낵 총리가 와서 기쁩니다."]
정상회담 뒤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대서양 선언'도 발표했습니다.
[앵커]
공동 기자 회견과 대서양 선언,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기자]
일단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는 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 회담 시작부터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달 주요 7개국, G7 회의에서도 화두였던 인공지능, AI 규제 필요성도 다시 거론됐습니다.
영국은 올 가을 관련 전문가를 모아 AI 규제 정상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은 "AI는 무한한 가능성이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며 영국의 리더십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전쟁과 인공지능, 중요한 화두이긴 하지만 이런 얘기만 하려고 수낵 총리가 미국까지 날아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대서양 선언'의 핵심은 두 나라가 핵심 광물 협정을 맺기로 했다는 겁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간단히 얘기하면 영국산 광물로 만든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팔 때도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찾겠다는 건데요.
앞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를 시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컸죠.
이 법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 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인데요.
리튬 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이 미국산이거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된 경우에만 보조금을 줍니다.
거의 미국에서 만든 차에만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보호무역인 셈인데요.
이 때문에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거란 우려가 커졌고, 영국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국산 핵심 광물을 쓴 전기차도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겁니다.
미국은 앞서 일본과도 비슷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앵커]
그럼 영국 기업들엔 그나마 다행인 일인데, 영국 안에선 오히려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고요?
[기자]
미국과 광물 협정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FTA 체결이 수낵 총리와 집권 보수당의 해묵은 공약이기 때문인데요.
영국 보수당은 과거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주도하면서, 유럽연합에 남는 것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IRA같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FTA는 점점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FTA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미니 딜'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과의 FTA 체결에 대한 희망이 없어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수낵 총리는 이번 협정은 양국 경제 협력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시 수낵/영국 총리 : "이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협정의 첫걸음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력합니다."]
[앵커]
'브렉시트' 전에 영국 사회가 수년 동안 합의를 거쳤고, 또 이미 시행된 지도 3년째인데 아직까지 그 타격이 상당한 것 같아요.
[기자]
영국 기사에선 최근 '브레그렛'이라는 신조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브렉시트와 '후회'를 뜻하는 영어 '리그레트'의 합성어죠.
브렉시트와 코로나19 대유행,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영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선진국 7개국 가운데 코로나19 이전보다 현재 경제 규모가 작아진 나라는 영국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실수였다고 답한 영국인은 56%였던 반면, 잘했다고 답한 사람은 32%에 그쳤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지난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했습니다.
영원한 우방 관계답게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하는데요.
두 정상이 무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하는데, 정작 영국 안에선 크게 달갑지 않은 반응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영국과 미국 정상이 자주 만나네요?
[기자]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7일과 8일 미국으로 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지난해 10월 수낵이 총리에 취임한 뒤 양국 정상은 벌써 네 번이나 만났고요.
단둘이서만 백악관에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오랜 우방 관계답게 서로를 '가장 가까운 동맹' '변치 않는 파트너'라고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에 영국보다 더 가까운 동맹은 없습니다. 수낵 총리가 와서 기쁩니다."]
정상회담 뒤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대서양 선언'도 발표했습니다.
[앵커]
공동 기자 회견과 대서양 선언,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기자]
일단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는 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 회담 시작부터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서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난달 주요 7개국, G7 회의에서도 화두였던 인공지능, AI 규제 필요성도 다시 거론됐습니다.
영국은 올 가을 관련 전문가를 모아 AI 규제 정상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관련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바이든 대통령은 "AI는 무한한 가능성이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며 영국의 리더십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전쟁과 인공지능, 중요한 화두이긴 하지만 이런 얘기만 하려고 수낵 총리가 미국까지 날아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대서양 선언'의 핵심은 두 나라가 핵심 광물 협정을 맺기로 했다는 겁니다.
말이 좀 어려운데, 간단히 얘기하면 영국산 광물로 만든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팔 때도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찾겠다는 건데요.
앞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를 시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컸죠.
이 법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 때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인데요.
리튬 같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이 미국산이거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된 경우에만 보조금을 줍니다.
거의 미국에서 만든 차에만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보호무역인 셈인데요.
이 때문에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거란 우려가 커졌고, 영국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국산 핵심 광물을 쓴 전기차도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겁니다.
미국은 앞서 일본과도 비슷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앵커]
그럼 영국 기업들엔 그나마 다행인 일인데, 영국 안에선 오히려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고요?
[기자]
미국과 광물 협정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 FTA를 체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과의 FTA 체결이 수낵 총리와 집권 보수당의 해묵은 공약이기 때문인데요.
영국 보수당은 과거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주도하면서, 유럽연합에 남는 것보다 미국 등 주요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IRA같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FTA는 점점 요원해지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FTA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미니 딜'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과의 FTA 체결에 대한 희망이 없어졌다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수낵 총리는 이번 협정은 양국 경제 협력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시 수낵/영국 총리 : "이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협정의 첫걸음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제적 관계는 어느 때보다 강력합니다."]
[앵커]
'브렉시트' 전에 영국 사회가 수년 동안 합의를 거쳤고, 또 이미 시행된 지도 3년째인데 아직까지 그 타격이 상당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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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사에선 최근 '브레그렛'이라는 신조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브렉시트와 '후회'를 뜻하는 영어 '리그레트'의 합성어죠.
브렉시트와 코로나19 대유행,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면서 영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선진국 7개국 가운데 코로나19 이전보다 현재 경제 규모가 작아진 나라는 영국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실수였다고 답한 영국인은 56%였던 반면, 잘했다고 답한 사람은 32%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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