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한달 전 ‘이상없음’에도 역주행…안전점검도 ‘무용지물’

입력 2023.06.12 (18:28) 수정 2023.06.1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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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목요일, 경기도 성남 수내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죠.

이 에스컬레이터, 지난달 시행했던 안전점검에선 '이상없음' 판정을 받았던 터라, 점검 체계에 빈틈이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회부 최인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지난주 사고 상황 먼저 되짚어볼까요.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했던 시간이 길지는 않았는데,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왔어요?

[기자]

네, 사고 발생 시간이 지난 8일 아침 8시 20분, 그러니까 출근하는 시민들이 한창 많을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랬습니다.

수내역 2번출구 상행선 에스컬레이터가 수 초간 역주행하면서 당시 14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설명을 먼저 들어보시죠.

[정지우/에스컬레이터 이용 시민 :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에스컬레이터가 밑으로 확 추락하더라고요. 거의 1초에서 2초 안에 와르르 쏟아져 내렸어요."]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말 그대로 쏟아지듯 내려오죠.

몇몇 시민들은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로 몸을 날리기도 했는데.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부분의 시민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은 부상정도가 심해서 병원으로 옮겨졌고요.

11명은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습니다.

[앵커]

보통 에스컬레이터에는 역주행 방지 장치같은게 있지 않나요?

[기자]

네, 그런데 현장 상황을 보면 아시겠지만, 당시 역주행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역주행이 왜 시작됐는지도 향후 규명해야 할 부분인데요.

발판을 위로 끌어올리는 모터 체인이 끊어지면서 사고가 일어난 거 아니냐, 이런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일 수내역에서 철도사법경찰대와 국과수, 승강기안전공단이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인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이런 현장 감식과 감식 결과에 대한 분석이 진행된 뒤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안전 점검을 했을 땐 문제가 없었다는 거죠?

[기자]

네, 안전 점검의 종류가 두 가집니다.

한 달에 한 번 지정된 보수업체에서 하는 월 점검, 또 일 년에 한 번 승강기안전공단에서 하는 연 점검입니다.

그리고 이 에스컬레이터는 지난달 10일 진행된 월 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고요.

또 지난해 9월 승강기안전공단의 연 점검에서도 역시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점검을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이 역시 수사 대상이 될거로 보입니다.

[앵커]

이뿐 만이 아니죠.

이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과거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7월, 2호선 서울대입구역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한 사고가 있고요.

2013년 7월 야탑역에서도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면서 39명이 다쳤습니다.

야탑역 사고 이후 정부는 2014년부터 '역주행 방지장치'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조치했는데, 문제는 그 이전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돼 있는 에스컬레이터 3만 3천여 대 가운데 2014년 이전에 설치된 게 만 9천여 대나 됩니다.

해당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역주행 방지장치를 달고는 있는데, 아직 만 4천여 대에는 설치가 안 된 상탭니다.

또 이번에 사고가 난 수내역 에스컬레이터는 2020년에 역주행 방지 장치가 설치됐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설치 당시 정확한 소재와 규격에 맞는 부품을 썼는지도 수사대상이 될 듯합니다.

[앵커]

에스컬레이터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시민들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기본적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타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거나 역주행할 경우 넘어질 수 있는데, 탑승객들이 넘어지기 시작하면 부상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넘어질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에스컬레이터의 고장 위험도 높입니다.

[황수철/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 : "뛰면은 그 충격이 가만히 서있는 거에 비해서 한 10배 이상 기기에 가해지거든요. 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손상을 입게 될 수밖에 없어요."]

비슷한 이유로, 한줄서기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쪽을 비워놓고 걸어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인데, 한 쪽에만 무게가 쏠려 에스컬레이터 부품에 결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쁜 사람을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한줄서기가 시작됐지만, 사고 위험이 높아지면서 다시 두줄서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최인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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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한달 전 ‘이상없음’에도 역주행…안전점검도 ‘무용지물’
    • 입력 2023-06-12 18:28:02
    • 수정2023-06-12 18: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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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목요일, 경기도 성남 수내역에서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는 사고가 발생했죠.

이 에스컬레이터, 지난달 시행했던 안전점검에선 '이상없음' 판정을 받았던 터라, 점검 체계에 빈틈이 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회부 최인영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지난주 사고 상황 먼저 되짚어볼까요.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했던 시간이 길지는 않았는데, 부상자가 10명 이상 나왔어요?

[기자]

네, 사고 발생 시간이 지난 8일 아침 8시 20분, 그러니까 출근하는 시민들이 한창 많을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그랬습니다.

수내역 2번출구 상행선 에스컬레이터가 수 초간 역주행하면서 당시 14명이 다쳤습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설명을 먼저 들어보시죠.

[정지우/에스컬레이터 이용 시민 :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에스컬레이터가 밑으로 확 추락하더라고요. 거의 1초에서 2초 안에 와르르 쏟아져 내렸어요."]

영상을 보면 사람들이 말 그대로 쏟아지듯 내려오죠.

몇몇 시민들은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로 몸을 날리기도 했는데.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부분의 시민들은 피할 겨를도 없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은 부상정도가 심해서 병원으로 옮겨졌고요.

11명은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습니다.

[앵커]

보통 에스컬레이터에는 역주행 방지 장치같은게 있지 않나요?

[기자]

네, 그런데 현장 상황을 보면 아시겠지만, 당시 역주행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역주행이 왜 시작됐는지도 향후 규명해야 할 부분인데요.

발판을 위로 끌어올리는 모터 체인이 끊어지면서 사고가 일어난 거 아니냐, 이런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일 수내역에서 철도사법경찰대와 국과수, 승강기안전공단이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인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이런 현장 감식과 감식 결과에 대한 분석이 진행된 뒤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안전 점검을 했을 땐 문제가 없었다는 거죠?

[기자]

네, 안전 점검의 종류가 두 가집니다.

한 달에 한 번 지정된 보수업체에서 하는 월 점검, 또 일 년에 한 번 승강기안전공단에서 하는 연 점검입니다.

그리고 이 에스컬레이터는 지난달 10일 진행된 월 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고요.

또 지난해 9월 승강기안전공단의 연 점검에서도 역시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점검을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이 역시 수사 대상이 될거로 보입니다.

[앵커]

이뿐 만이 아니죠.

이런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 과거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9년 7월, 2호선 서울대입구역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한 사고가 있고요.

2013년 7월 야탑역에서도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면서 39명이 다쳤습니다.

야탑역 사고 이후 정부는 2014년부터 '역주행 방지장치'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조치했는데, 문제는 그 이전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돼 있는 에스컬레이터 3만 3천여 대 가운데 2014년 이전에 설치된 게 만 9천여 대나 됩니다.

해당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역주행 방지장치를 달고는 있는데, 아직 만 4천여 대에는 설치가 안 된 상탭니다.

또 이번에 사고가 난 수내역 에스컬레이터는 2020년에 역주행 방지 장치가 설치됐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설치 당시 정확한 소재와 규격에 맞는 부품을 썼는지도 수사대상이 될 듯합니다.

[앵커]

에스컬레이터 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시민들이 지켜야 할 안전수칙,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기본적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타야 합니다.

에스컬레이터가 갑자기 멈추거나 역주행할 경우 넘어질 수 있는데, 탑승객들이 넘어지기 시작하면 부상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넘어질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에스컬레이터의 고장 위험도 높입니다.

[황수철/한국승강기대학교 교수 : "뛰면은 그 충격이 가만히 서있는 거에 비해서 한 10배 이상 기기에 가해지거든요. 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손상을 입게 될 수밖에 없어요."]

비슷한 이유로, 한줄서기 문화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쪽을 비워놓고 걸어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인데, 한 쪽에만 무게가 쏠려 에스컬레이터 부품에 결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쁜 사람을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한줄서기가 시작됐지만, 사고 위험이 높아지면서 다시 두줄서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최인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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