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40일 만의 생환…어떻게 가능했나

입력 2023.06.13 (12:50) 수정 2023.06.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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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콜롬비아 아마존 정글에서 경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실종상태였던 어린 남매 4명이 40일만에 구조됐습니다.

어린이가 실종 수일만에 구조된 사례는 간혹 있지만 이렇게 야생에서 장기간 생활하며 버틴 것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구조와 관련한 내용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구조된 어린이들 지금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기자]

4남매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있는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건강 상태는 양호하고 점점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린이들은 13살 큰 딸을 비롯해서 9살, 4살, 그리고 조난 기간 정글에서 돌이 지난 막내 등 4명의 남매입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어머니와 함께 세스나 경비행기를 타고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상공을 지나다 비행기가 추락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두 숨졌고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어린이들은 맹수와 독사가 득실거리는 정글에서 13살 맏이를 중심으로 이동하며 지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구조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기자]

추락 이후 군과 현지 주민 등이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는데요.

아이들 어머니와 조종사등 성인 3명은 사고 후 보름만에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신발이나 젖병 같은 생존 흔적이 발견되면서 희망을 갖고 수색을 계속했고요.

아이들의 할머니로부터 '지금 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녹음을 받아서 확성기로 틀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사고 40일만인 현지시간 9일 추락 지점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한말은 '배가 고프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였다고 하는데요.

가족이 전한 바로는 엄마는 추락후 나흘동안 살아있다가 끝내 숨을 거뒀고 맏이에게 동생과 함께 살아서 나갈 방법을 찾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을 구했으니 가족들의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었죠.

[마누엘 라노케/4남매의 아버지 : "이것은 신으로 부터 온 기적입니다. 원주민들의 믿음으로서, 이것은 신이 주시는 시험입니다. 저는 큰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당장 먹을 것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기자]

무엇보다 맏딸인 레슬리 양이 정글 생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장기간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후이토토'족 이라는 원주민 부족이었는데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필요한 생존법을 배웠고 특히 큰 딸 레슬리가 식량을 마련하고 잠잘 곳을 찾는 등 동생들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이반 벨라스케스/콜롬비아 국방장관 : "레슬리(맏딸)의 용기와 리더십은 인정해야합니다. 세 명의 어린 동생들은 맏이의 보살핌과 정글에 대한 지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추락 후 아이들은 기내에 실려있던 '파리냐'라는 이름의 곡물 가루를 먹었고 가루가 떨어지자 다음에는 씨앗을 먹었다는데요.

아이들이 아마존 밀림의 독사를 구분할 수 있고 식용 식물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고합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카를로스 페레스 열대림 생태학 교수는 같은 나이의 서양 어린이들이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원주민 아이들은 빨리 성숙하고 어릴 때부터 숲에서 음식을 찾거나 동물을 피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오랜기간 자연 속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사례가 있었을까요?

[기자]

며칠간 실종됐다가 발견된 경우는 드물지만 간혹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지에서 장기간 버틴 예는 찾기 매우 어렵죠.

최근의 비슷한 사례를 보면 일본에서 지난 2016년 5월 말 7살난 남자 어린이가 훗카이도의 나나에초 숲에서 실종됐다가 엿새만에 구조됐습니다.

이 숲은 곰도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이는 버려진 자위대 임시숙소에 있었고 수도물로 갈증을 달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위를 알고보니 아이가 말을 안듣는다며 부모가 벌로 산에 방치했던 것이 밝혀져 아동학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7월 말 충북 청주의 야산에서 14살 여중생이 실종됐었는데 열흘만에 구조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학생은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거나 임시 거처를 마련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는데요.

다만 여름이라 기온이 높았고 장맛비가 내려 주변에 물이 있었던 게 생존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러한 예들도 장시간 고립후 생환으로 당시에도 큰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질문]

구조된 어린이들이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기자]

어린이들은 아직 병원에 있고 외부인의 접촉은 제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서 2~3주 안에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방송 인터뷰 등을 한 건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모습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를로스 링콘 아랑고/군 병원 부원장 : "4남매는 지난 40일 동안 겪었던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임상 상태에 있습니다. 소아과에서 임상과 영상 진단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일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가 좀 어려워 보이는데요.

현지 보도를 보면 아이들의 아버지인 마누엘 라노케가 4남매중 2명만의 친부이고 아이들을 학대했었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정부 기관의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아버지 라노케는 아이들 외가 쪽이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들을 데려가려한다고 주장하면서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고 하는데요.

돈 문제라는 반박인데 반가운 소식 끝에 전해진 이야기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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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3 12:50:22
    • 수정2023-06-13 18: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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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콜롬비아 아마존 정글에서 경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실종상태였던 어린 남매 4명이 40일만에 구조됐습니다.

어린이가 실종 수일만에 구조된 사례는 간혹 있지만 이렇게 야생에서 장기간 생활하며 버틴 것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구조와 관련한 내용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구조된 어린이들 지금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기자]

4남매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 있는 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건강 상태는 양호하고 점점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린이들은 13살 큰 딸을 비롯해서 9살, 4살, 그리고 조난 기간 정글에서 돌이 지난 막내 등 4명의 남매입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어머니와 함께 세스나 경비행기를 타고 콜롬비아 남부 아마존 상공을 지나다 비행기가 추락했습니다

어른들은 모두 숨졌고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어린이들은 맹수와 독사가 득실거리는 정글에서 13살 맏이를 중심으로 이동하며 지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구조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습니까?

[기자]

추락 이후 군과 현지 주민 등이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는데요.

아이들 어머니와 조종사등 성인 3명은 사고 후 보름만에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신발이나 젖병 같은 생존 흔적이 발견되면서 희망을 갖고 수색을 계속했고요.

아이들의 할머니로부터 '지금 있는 곳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녹음을 받아서 확성기로 틀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사고 40일만인 현지시간 9일 추락 지점에서 약 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한말은 '배가 고프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였다고 하는데요.

가족이 전한 바로는 엄마는 추락후 나흘동안 살아있다가 끝내 숨을 거뒀고 맏이에게 동생과 함께 살아서 나갈 방법을 찾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을 구했으니 가족들의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었죠.

[마누엘 라노케/4남매의 아버지 : "이것은 신으로 부터 온 기적입니다. 원주민들의 믿음으로서, 이것은 신이 주시는 시험입니다. 저는 큰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당장 먹을 것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기자]

무엇보다 맏딸인 레슬리 양이 정글 생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장기간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후이토토'족 이라는 원주민 부족이었는데요.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필요한 생존법을 배웠고 특히 큰 딸 레슬리가 식량을 마련하고 잠잘 곳을 찾는 등 동생들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이반 벨라스케스/콜롬비아 국방장관 : "레슬리(맏딸)의 용기와 리더십은 인정해야합니다. 세 명의 어린 동생들은 맏이의 보살핌과 정글에 대한 지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추락 후 아이들은 기내에 실려있던 '파리냐'라는 이름의 곡물 가루를 먹었고 가루가 떨어지자 다음에는 씨앗을 먹었다는데요.

아이들이 아마존 밀림의 독사를 구분할 수 있고 식용 식물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고합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카를로스 페레스 열대림 생태학 교수는 같은 나이의 서양 어린이들이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원주민 아이들은 빨리 성숙하고 어릴 때부터 숲에서 음식을 찾거나 동물을 피하는 방법을 배운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오랜기간 자연 속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사례가 있었을까요?

[기자]

며칠간 실종됐다가 발견된 경우는 드물지만 간혹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지에서 장기간 버틴 예는 찾기 매우 어렵죠.

최근의 비슷한 사례를 보면 일본에서 지난 2016년 5월 말 7살난 남자 어린이가 훗카이도의 나나에초 숲에서 실종됐다가 엿새만에 구조됐습니다.

이 숲은 곰도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이는 버려진 자위대 임시숙소에 있었고 수도물로 갈증을 달랬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위를 알고보니 아이가 말을 안듣는다며 부모가 벌로 산에 방치했던 것이 밝혀져 아동학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9년 7월 말 충북 청주의 야산에서 14살 여중생이 실종됐었는데 열흘만에 구조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학생은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하거나 임시 거처를 마련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는데요.

다만 여름이라 기온이 높았고 장맛비가 내려 주변에 물이 있었던 게 생존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러한 예들도 장시간 고립후 생환으로 당시에도 큰 관심을 모았었습니다.

[질문]

구조된 어린이들이 곧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기자]

어린이들은 아직 병원에 있고 외부인의 접촉은 제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서 2~3주 안에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방송 인터뷰 등을 한 건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모습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를로스 링콘 아랑고/군 병원 부원장 : "4남매는 지난 40일 동안 겪었던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양호한 임상 상태에 있습니다. 소아과에서 임상과 영상 진단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일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가 좀 어려워 보이는데요.

현지 보도를 보면 아이들의 아버지인 마누엘 라노케가 4남매중 2명만의 친부이고 아이들을 학대했었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정부 기관의 조사가 진행중입니다.

아버지 라노케는 아이들 외가 쪽이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들을 데려가려한다고 주장하면서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고 하는데요.

돈 문제라는 반박인데 반가운 소식 끝에 전해진 이야기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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