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도 노화’…45세 넘으면 운동성 급감

입력 2023.06.14 (16:01) 수정 2023.06.1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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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둥이 보는 83세 알파치노'…남성 가임 연령은 어디까지?

최근 83세 할리우드 배우 알파치노가 29세 연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됐다는 외신이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고령 남성인데도 자녀를 갖는 경우가 가끔씩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과 달리 남성의 가임 능력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여성은 중년 이후에 폐경을 맞이하면 난자를 생성할 수 없지만, 남성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자를 만들어 냅니다. 정자 한 마리만 있어도 임신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 남성을 통한 임신 확률은 낮은 게 사실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정자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알파치노 같은 사례보다 주변에 난임으로 고통받는 중년 부부가 훨씬 많습니다. 난임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절반 가량이 남성 몫입니다. 이들의 정자가 노화된 까닭입니다.

■ '정자도 늙는다'…45세 이상 정자 운동성 11%p↓

강남차병원 남성의학 연구팀이 35세 미만 젊은 남성 172명(평균 31세)과 45세 이상 중년 남성 163명(평균 47세)의 정액을 직접 검사해 비교·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정액량은 중년 남성이 평균 2.5 ml로 젊은 남성(3.2 ml)보다 0.7 ml 적었습니다. 전립선 기능이 퇴화된 탓입니다.

또한, 임신과 직결된 정자의 움직이는 비율, 이른바 정자의 ‘운동성’은 중년 남성에서 평균 31%로 분석돼 젊은 남성 42%에 비해 11%p 낮았습니다. 특히 정자가 난자랑 수정하는 데 중요한 ‘직진 운동성’은 중년 남성이 28%에 불과해 젊은 남성 39%의 2/3 수준입니다.

■ 중년 남성 정액 검사, WHO 기준치 미달

세계보건기구(WHO)는 1년 내 임신이 가능했던 남성의 정액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하위 5%를 '건강한 정자'의 기준치로 잡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만 충족해도 아이를 갖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는 수치입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는 정자 운동성이 42%, 직진 운동성 30%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중년 남성의 평균값은 각각 31%, 28%로 이 기준에 못 미칩니다. 활발히 헤엄치는 정자가 많아야 하는데 비실거리는 정자가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강남차병원 연구팀은 남성의 고환이 40세 이후부터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데다 정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르톨리(sertoli) 체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난임, 여성처럼 남성 '나이'도 중요해

송승훈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평생 만들어내는 난자의 숫자가 일정해 30대 후반이 되면 가임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며 “이에 반해 남성은 계속 정자를 만들어내 가임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남성도 나이가 들면 가임력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송 교수는 “최근 사회적으로 결혼 연령이 올라가고 재혼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중년 이후 남성의 가임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남성의 가임력은 무정자증이 있더라도 겉으로 봐선 알기 어렵기때문에 결혼 전에 가임력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남성의 나이가 많은데도 사회생활 등의 이유로 자녀계획을 미루는 건 본인의 가임력을 과신하는 것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비뇨의학회 공식학술지 (investigative and clinical urology) 64권 1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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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6-14 16: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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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둥이 보는 83세 알파치노'…남성 가임 연령은 어디까지?

최근 83세 할리우드 배우 알파치노가 29세 연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됐다는 외신이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고령 남성인데도 자녀를 갖는 경우가 가끔씩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과 달리 남성의 가임 능력은 나이와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여성은 중년 이후에 폐경을 맞이하면 난자를 생성할 수 없지만, 남성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자를 만들어 냅니다. 정자 한 마리만 있어도 임신이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 남성을 통한 임신 확률은 낮은 게 사실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정자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알파치노 같은 사례보다 주변에 난임으로 고통받는 중년 부부가 훨씬 많습니다. 난임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절반 가량이 남성 몫입니다. 이들의 정자가 노화된 까닭입니다.

■ '정자도 늙는다'…45세 이상 정자 운동성 11%p↓

강남차병원 남성의학 연구팀이 35세 미만 젊은 남성 172명(평균 31세)과 45세 이상 중년 남성 163명(평균 47세)의 정액을 직접 검사해 비교·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정액량은 중년 남성이 평균 2.5 ml로 젊은 남성(3.2 ml)보다 0.7 ml 적었습니다. 전립선 기능이 퇴화된 탓입니다.

또한, 임신과 직결된 정자의 움직이는 비율, 이른바 정자의 ‘운동성’은 중년 남성에서 평균 31%로 분석돼 젊은 남성 42%에 비해 11%p 낮았습니다. 특히 정자가 난자랑 수정하는 데 중요한 ‘직진 운동성’은 중년 남성이 28%에 불과해 젊은 남성 39%의 2/3 수준입니다.

■ 중년 남성 정액 검사, WHO 기준치 미달

세계보건기구(WHO)는 1년 내 임신이 가능했던 남성의 정액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하위 5%를 '건강한 정자'의 기준치로 잡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만 충족해도 아이를 갖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는 수치입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는 정자 운동성이 42%, 직진 운동성 30%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중년 남성의 평균값은 각각 31%, 28%로 이 기준에 못 미칩니다. 활발히 헤엄치는 정자가 많아야 하는데 비실거리는 정자가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강남차병원 연구팀은 남성의 고환이 40세 이후부터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데다 정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르톨리(sertoli) 체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난임, 여성처럼 남성 '나이'도 중요해

송승훈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평생 만들어내는 난자의 숫자가 일정해 30대 후반이 되면 가임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며 “이에 반해 남성은 계속 정자를 만들어내 가임력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남성도 나이가 들면 가임력이 떨어지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송 교수는 “최근 사회적으로 결혼 연령이 올라가고 재혼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중년 이후 남성의 가임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남성의 가임력은 무정자증이 있더라도 겉으로 봐선 알기 어렵기때문에 결혼 전에 가임력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남성의 나이가 많은데도 사회생활 등의 이유로 자녀계획을 미루는 건 본인의 가임력을 과신하는 것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비뇨의학회 공식학술지 (investigative and clinical urology) 64권 1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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