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얼굴 가린 범죄자들…‘신상공개’ 어디까지?

입력 2023.06.14 (18:27) 수정 2023.06.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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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을 다시 논의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기준에 일관성이 없는 거 아니냐, 또 공개해도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 이런 문제 제기 때문인데요.

사회부 이유민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봅니다.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에 직접적으로 단초가 된 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아닙니까?

[기자]

네, 이 사건 피해자가 직접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불안함 때문에 검경에 신상공개를 요청했는데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지난 2일/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출연 : "피고인이 돼 버려서 경찰에서는 (신상공개) 권한이 없대요. 그래서 지방 검찰청에 청원을 넣었더니 지금 2심 재판 중이라 안 된대요."]

[앵커]

피고인이라서 안 되고 2심이라서 안 되고, 잘 납득이 안가는 설명인데요?

[기자]

이유를 짚어보면요.

경찰 단계에서 피고인이라서 안 된다는 건 일단,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를 말하는 겁니다.

현재 수사 단계에선 각 지방경찰청에 소속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모든 범죄가 다 되는 건 아니고요.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증거가 충분한 경우,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4가지가 요건입니다.

돌려차기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는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요.

항소심 재판 중엔 혐의가 '강간 살인미수'로 바뀌어서 범죄 성격으론 대상이 됐지만, 이미 재판 중이라 경찰이 결정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앵커]

2심이라서 안 된다, 이건 또 무슨 의미입니까?

[기자]

재판 단계에서 내려지는 법원의 신상공개 명령을 말한 겁니다.

실형 이상이 선고되는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결 선고를 하면서 성범죄자 알림e에 얼굴과 이름, 나이, 신체 사항, 주소, 범죄 사실 등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개하는 건, 성범죄자만 대상이고, 법원 판결이기 때문에 최종심에서 확정이 돼야 집행이 가능합니다.

[앵커]

제도는 이해가 가는데, 문제는 국민 눈 높이에 맞냐,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냐,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을 놓고는 크게 두 가지가 논란이 됐는데요.

현행 제도로는 경찰과 대법원만 신상공개가 가능하냐, 검찰이나 1,2심 법원은 왜 안 되냐, 하는 겁니다.

또 경찰에선 강력범죄자 신원을 공개하는데 법원에선 성범죄자만 공개할 수 있는 건 합리적이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문가 얘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만약에 살인이라 할지라도 경찰 단계에서 신상공개를 안 했어요. 그런데 유죄 확정 판결이 났어요, 그것도 우리는 알 수가 없죠."]

[앵커]

신상공개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인데, 이것 말고 신상공개의 효율성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신상공개가 된 범죄자 모습, 일단 한번 보실까요?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인데요.

언제 찍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안경 낀 증명사진 하나와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입니다.

지난해 9월에 신상이 공개된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도 사진과 실물 차이가 심했습니다.

이래서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예방 목적이 충족이 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외국처럼 체포 직후 찍는 '머그샷'을 공개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법무부가 지금,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간 거죠?

[기자]

네,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에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요.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는 했지만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논란과 쟁점이 많은 만큼 제도 전반을 훑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거로 보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주로 피의자의 인권에 대해서 많이 여러 가지 조치들이 있었잖아요. 이렇게 피해자에 관한 어떤 인권 부분도 충분히 고려하는 조치가 필요하고 저희는 그걸 정비하겠다는…"]

다만 범죄자라고 해서 신상공개를 무작정 확대하는 건 안 된다, 이런 신중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2년에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서 대중의 혐오를 유발하는 현대판 주홍글씨로 수치형과 흡사하다, 원칙과 기준 없이 확대하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불감증을 만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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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얼굴 가린 범죄자들…‘신상공개’ 어디까지?
    • 입력 2023-06-14 18:27:50
    • 수정2023-06-14 18: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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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사건과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을 다시 논의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죠.

기준에 일관성이 없는 거 아니냐, 또 공개해도 실효성이 없는 게 아니냐, 이런 문제 제기 때문인데요.

사회부 이유민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봅니다.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에 직접적으로 단초가 된 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아닙니까?

[기자]

네, 이 사건 피해자가 직접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불안함 때문에 검경에 신상공개를 요청했는데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지난 2일/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출연 : "피고인이 돼 버려서 경찰에서는 (신상공개) 권한이 없대요. 그래서 지방 검찰청에 청원을 넣었더니 지금 2심 재판 중이라 안 된대요."]

[앵커]

피고인이라서 안 되고 2심이라서 안 되고, 잘 납득이 안가는 설명인데요?

[기자]

이유를 짚어보면요.

경찰 단계에서 피고인이라서 안 된다는 건 일단,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를 말하는 겁니다.

현재 수사 단계에선 각 지방경찰청에 소속된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할 수 있습니다.

모든 범죄가 다 되는 건 아니고요.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증거가 충분한 경우,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4가지가 요건입니다.

돌려차기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는 이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요.

항소심 재판 중엔 혐의가 '강간 살인미수'로 바뀌어서 범죄 성격으론 대상이 됐지만, 이미 재판 중이라 경찰이 결정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앵커]

2심이라서 안 된다, 이건 또 무슨 의미입니까?

[기자]

재판 단계에서 내려지는 법원의 신상공개 명령을 말한 겁니다.

실형 이상이 선고되는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결 선고를 하면서 성범죄자 알림e에 얼굴과 이름, 나이, 신체 사항, 주소, 범죄 사실 등을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개하는 건, 성범죄자만 대상이고, 법원 판결이기 때문에 최종심에서 확정이 돼야 집행이 가능합니다.

[앵커]

제도는 이해가 가는데, 문제는 국민 눈 높이에 맞냐,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냐, 하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을 놓고는 크게 두 가지가 논란이 됐는데요.

현행 제도로는 경찰과 대법원만 신상공개가 가능하냐, 검찰이나 1,2심 법원은 왜 안 되냐, 하는 겁니다.

또 경찰에선 강력범죄자 신원을 공개하는데 법원에선 성범죄자만 공개할 수 있는 건 합리적이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문가 얘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승재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만약에 살인이라 할지라도 경찰 단계에서 신상공개를 안 했어요. 그런데 유죄 확정 판결이 났어요, 그것도 우리는 알 수가 없죠."]

[앵커]

신상공개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인데, 이것 말고 신상공개의 효율성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신상공개가 된 범죄자 모습, 일단 한번 보실까요?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인데요.

언제 찍었는지 가늠하기 힘든 안경 낀 증명사진 하나와 모자를 푹 눌러쓴 모습입니다.

지난해 9월에 신상이 공개된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도 사진과 실물 차이가 심했습니다.

이래서야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예방 목적이 충족이 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외국처럼 체포 직후 찍는 '머그샷'을 공개하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법무부가 지금, 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간 거죠?

[기자]

네,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에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고요.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는 했지만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논란과 쟁점이 많은 만큼 제도 전반을 훑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거로 보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주로 피의자의 인권에 대해서 많이 여러 가지 조치들이 있었잖아요. 이렇게 피해자에 관한 어떤 인권 부분도 충분히 고려하는 조치가 필요하고 저희는 그걸 정비하겠다는…"]

다만 범죄자라고 해서 신상공개를 무작정 확대하는 건 안 된다, 이런 신중론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2002년에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에 대해서 대중의 혐오를 유발하는 현대판 주홍글씨로 수치형과 흡사하다, 원칙과 기준 없이 확대하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불감증을 만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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